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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중과 지도자 /이재호

역사 속 인물 엇갈리는 평가…독재의 상징 박정희, 경제성장 평가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23 20:00:5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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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의 호국경 크롬웰은 지금도 영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인물이다. 한때 역사가들은 크롬웰을 영국의 해양패권을 지킨 인물로 평가했지만 영국의 민중들은 이에 아랑곳 없었다. 국왕을 처형하고 왕실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역사가들은 크롬웰의 시대가 영국사에서 큰 의미가 없는 시대라고 보고 있다.

역사의 인물에 대한 민중의 평가와 역사가나 지식인의 평가가 다른 경우가 많으나 이런 경우에 시대가 지날수록 지식인이 이념의 잣대로 머릿속에서 하는 평가보다 민중이 가슴으로 하는 평가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민심이 천심인 것이다.

20세기의 제3세계에서 민중과 역사가들이 모두 추앙하는 지도자는 터키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케말파샤이다. 터키인들은 그를 "케말 아타튀르크"라 부른다. 아타튀르크는 터키의 아버지 즉 국부(國父)라는 뜻이다. 지금도 전 터키국민은 케말이 서거한 11월 10일에 묵념을 한다. 케말의 업적은 서구 열강과 그리스의 침공에 맞서 국가를 지킨 안보,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세속주의'라는 정신혁명과 문자의 개혁, 국가주도의 경제개발과 사회보장제도의 확립 등으로 요약된다. 개인적으로 케말은 애국심과 청렴성의 표본이었다. 공개석상에서 장관의 뺨을 후려칠 정도로 성급하고 독재적인 인물이었지만 터키인들은 수백 년간 대제국을 경영해 본 국민의 후예답게 이것 때문에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20세기 제3세계의 지도자 중에 국가근대화에 성공한 2대 인물이 케말파샤와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일 것이다. 박정희가 중국의 개혁개방의 모델이 되고 세계의 저개발국이 박정희 모델을 학습할 뿐 아니라 서구의 민주국가에서도 박정희 모델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지금도 박정희는 포폄(褒貶)과 공과(功過)에 대한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 대통령 서거 후 30년이 지났지만 박정희가 남긴 빛과 그림자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흔히 간과되고 있지만 나는 박정희의 가장 큰 업적은 김일성의 침략의지를 억제하여 공산화를 막은 안보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박정희가 가장 중요시한 국가 목표이기도 했다. 한국의 1970년대 초는 미군 60만이 월남전에 묶여있고 미국 내에서는 염전사상이 팽배하여 안보적으로 극히 위험한 시기였다. 월남전 종전 후 김일성은 공격 시기를 놓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고 한다. 예비군을 만들고, 자주국방을 하고 월남파병을 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김일성이 남한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게 만든 것이 월남파병이었다고 한다. 박정희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이 전제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새마을 운동은 한국사 5000년의 폐습을 일거에 혁파한 정신혁명이었고 한국사회의 계층 간, 지역 간의 평등을 이룬 혁명적인 운동이었다. 당시 말만 민주주의였지 정치·경제의 주류세력은 서울의 양반계급의 후예들이었다. 평등이라는 사회적 토대가 민주주의의 토양이 된 것이다.

경제적 토대없는 민주주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세계의 저개발국들이 증명하고 있다. 니얼 퍼거슨은 '시빌라이제이션(Civilization)'에서 20세기에 산업화를 시도한 아시아의 호랑이들 중 민주적 제도를 채택한 국가는 없었고 어떤 경우든 경제적 성공 뒤에 민주화가 따랐다는 것을 실례로 증명하고 있다. 박정희 모델의 특징은 산업화가 이루어진 뒤에 정치적 민주화로 가는 것을 막는 제동장치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3권분립과 자유민주주의를 국가가 지향할 목표로 여전히 유지했기 때문에 산업화로 급속히 성장한 중산층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난 것이다. 박정희 모델은 민주화의 싹을 잉태하고 있었고 이 점에서 공산당 일당독재를 정치적 목표로 하면서 산업화를 추구하는 중국식 모델과 다른 것이다.

한국 국민의 70% 이상이 박정희를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특히 서민들과 50대 이상의 지지가 높다. 이것은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 뛰고 참여한 민중들이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며 역사의 현장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사후에 이념의 잣대로 머릿속으로 하는 비판과 다른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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