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뜨라베르시아모(Attraversiamo)'.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에서 주인공이 주문처럼 왼 말이다. 이탈리아어로 '길을 건너자'는 의미. 우리말로 '함께 가자'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듯. 이혼과 우울증, 연애의 실패를 겪은 주인공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 1년간 여행 끝에 얻은 결론이라고.

부부든 친구든 믿음이 없이는 인생길을 함께 걷기 어려운 법.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정치적 동지.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며 그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문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 동구의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러 나선 것도 두 사람이 '영원한 동지'임을 보여주는 대목인 듯.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동반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마련. 서울시장 선거가 그 사례. 초조해하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에 자신감을 얻은 것이나, 지지도가 보잘것 없던 박원순 후보가 '안철수 바람'을 타고 단번에 유력후보가 된 것도 동반자의 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공식 환영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인사했다. '미국이 한미FTA 비준 절차를 마무리했으니 이젠 한국 차례'라는 의미도 담은 듯. 이 대통령도 미 의회 연설에서 60여 년의 한미 동반자 관계를 나타내는 한국어 표현이 바로 '같이 갑시다'라고 화답했다고. 따로 갈 땐 각자 편한 길을 가면 그만이지만 같이 갈 땐 사정이 달라질 밖에. 동반자가 넘어지면 부축해야 하고 걸음이 느리면 보조를 맞춰야 하는 법. 양국 대통령이 '같이 갑시다'라고 한 것은 이런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다짐일 터.

진정한 동반자는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는 법. 자기에게 이로울 때만 손을 내민다면 그건 '전략적 합작'일 뿐. 양국 대통령이 '동행'을 맹세했으니 지켜볼 일. 정치적 수사에 머물지 않고 서로 진정한 길벗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