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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자본주의는 안녕한가 /유일선

세금으로 등극한 금융지배자 탐욕…99%의 분노 유발, 증세로 달래 줘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16 20:17: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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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자유경쟁을 통해 사람들의 창의력과 노력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 창의와 노력을 통해 물질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메커니즘이다. 요즘 자본주의 본향인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이 메커니즘의 이상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 99%는 너희 1%의 탐욕과 부패를 더는 인내하지 않겠다." 월가에 모여든 사람들의 분노에 찬 경고다. 여기서 '1%'의 '너희'는 미국의 경제와 정치를 장악한 거대 금융 자본가들이다. 이런 '계급성' 경고가 최근에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와 유럽을 장악하며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2008년 월가에서 시작된 세계금융위기 이후, 견고했던 미국신용등급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유럽은 재정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장기침체를 우려하며 우울한 전망을 쏟아놓고 있다. "유럽에는 암운이 드리우고, 미국은 거대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는 수요가 추락하고 있다." IMF총재 라가르드의 진단이다.

그래서 IMF와 미국 공화당이 내놓은 위기대책은? 긴축정책이다.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공무원을 대량 해고하여 국가 재정을 튼실하게 하고, 감세정책을 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논리다. '착한' 자본가에는 감세의 상을 주고, 일 안하고 정부에 의지해 사는 게으른 자는 시장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대량실업에 수요의 폭락과, 은행의 대출기피로 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파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 1%의 거대 금융자본이 수조 원의 국민세금으로 살아난 후, 세금을 낸 99%를 시장으로 처벌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1%는 이제 시장참여자가 아니라 시장지배자로 등극했다. 시장은 더는 공정한 경쟁의 장소가 아니고 가진 자들의 지배의 장소가 된 것이다. 이제 경제는 계급의 문제가 되었으며 정치문제가 되었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런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버클리 대학 라이시 교수는 빈부 격차의 확대를 꼽는다. 신자유주의는 유례없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신자유주의 핵심은 제약 없는 시장경쟁 확산이다. 지난 30년 동안 경쟁을 막는 모든 장벽이 허물어지고 완화되었다. 세금도 그 중 하나였다. 레이건 정부와 대처 정부의 감세정책이 그 이후에도 꾸준히 미국과 유럽의 트렌드로 유지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감세정책으로 상위 1, 2% 자본가에게는 부가 집중되었지만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하락하였다. 중산층의 몰락은 소비지출을 줄여 투자위축으로 이어지고 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채에 의존하게 된 실업 노동자들이 더는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자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경제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수요의 진작밖에 없다. 부자에게 감세를 한다고 지출이 늘지 않는다. 부자는 이미 충분히 소비하고 있으니까. 99%에게, 중산층에, 노동자에게 지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첫째 정부의 재정 확대와 둘째 은행의 대출 확대를 통해. 그런데 현실은, 정부는 재정이 바닥나고 은행은 부실에 휘청거려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 하버드 대학 웨런 교수는 묻는다. "기업가 당신이 공장에서 도시로 제품을 실어 나르는 도로는 누구의 돈으로 건설되었나, 바로 우리 모두가 낸 돈이다. 당신 공장의 노동자가 성장하기까지 교육비를 지출한 것 역시 우리 모두다. 당신이 기업에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가져가도 좋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후대를 위해 내놓아야 하는 것, 그게 사회적 계약 아닌가."

부자 증세를 통해서 재정수요를 확보하는 것만이 위기극복의 시발점으로 보인다. 아직도 감세정책을 내려놓기 주저하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절망한 사람들에게 아직도 자본주의에 희망이 있다고 믿게 하려면 새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본주의는 지금 변곡점 위에 서 있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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