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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감 직선제 논쟁과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교훈 /차재권

곽노현 사건으로 직선제 폐지 논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9-05 20:29:5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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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점 잡자고 아예 없애는 것은 무리, 현실적 방안 찾아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금품지원 사건을 계기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여당 및 보수성향의 교원단체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그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한편으론 놀라울 정도다. 그들이 내놓는 대안들은 크게 보아 시도지사 임명제와 러닝메이트 형식의 공동등록제로 구분된다. 먼저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시도지사 임명제는 광역자치단체장이 의회의 동의를 얻어 교육감을 임명하자는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비롯하여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러닝메이트 형식의 공동등록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과 전교조 등 진보진영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보수와 진보 간 일대 격전이 예상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보다 더 메가톤급의 이념 대결로 치달을 조짐마저 보인다.

판도라의 상자를 과감히 열어젖힌 정부 여당의 속내가 무엇인지 정확히 가늠키는 어렵다. 곽교육감에 대한 법적 심리는 아직도 진행형이며, 설혹 그가 건넨 돈의 대가성이 인정되어 서울시 교육감마저 재선거하게 되는 참담한 상황이 연출된다 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세간의 우려를 교육자치에 대한 문제제기로까지 확대한 것은 사뭇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향후 논란의 과정에서 적어도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논쟁 당사자들 간에 인식을 공유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첫째,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관련된 이번 논란이 교육자치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그간의 성과를 전면 부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서는 곤란하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1990년대 들어서야 임명제가 간선제로 바뀌었다. 지금의 직선제는 2007년에 겨우 정착되었는데 직선제 도입 당시에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등 다양한 대안들이 함께 논의된 바 있다. 당시 각 대안의 장단점이 깊이 있게 논의된 끝에 직선제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다시 이제 와서 그 때의 논란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결코 생산적일 수 없다. 문제점을 개선할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되 보다 진전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교육자치는 일반적인 지방자치와는 구별되어야 하며, 결코 지방자치의 하위개념으로 치부될 수 없음을 명심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와 구별하여 별도로 헌법에 명문화하는 한편으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당시 지방교육자치법을 별도로 제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따라서 헌법상 명기된 교육자치의 이념을 벗어난 논의는 교육자치의 근본을 망각한 것으로 향후의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지양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자치의 이념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통해 구현된다는 기본적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가 지닌 문제점에 대한 그 어떤 선택도 이 교육자치의 이념을 구현키 위한 기본 전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아무리 다수가 지지하는 효율적 대안이라 하더라도 교육자치의 세 가지 기본이념을 간과한 경우라면 언제든지 위헌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음을 명심하고 보다 신중한 자세로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사성어에 '교각살우(矯角殺牛)'란 말이 있다. 뿔 모양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어리석음을 빗댄 말이다.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현재의 교육자치제도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권자의 낮은 관심, 막대한 규모의 선거비용, 묻지마식 투표와 로또 선거의 가능성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 차이를 떠나 교육자치를 제대로 구현키 위한 현실적 개선방안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 교육자치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교육감 직선제 자체를 임명제로 전환하거나 교육자치의 근본정신을 해칠지도 모를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일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벼룩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모두를 불태울 순 없는 일이기에….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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