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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3.3의 정치학 /신율

주민투표 성사에 정치생명 건 오세훈…대선지형 변화까지 몰고 올 숫자의 힘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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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8-22 20:22:2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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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이라는 숫자를 보면 자다가도 놀랄 정치인들이 많을 것이다. 33.3이라는 숫자는 더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고, 서울에만 국한된 주민투표의 상징도 아니다. 33.3이란 숫자는 대선구도를 흔들 수도 있고, 심지어 정계개편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엄청난 의미를 가진 존재로 그 모습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33.3이라는 숫자에 목 맨 첫 번째 인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꼽을 수 있다. 오 시장은 지난 일요일, 무릎까지 꿇으며 자신의 시장직과 투표율 33.3%를 맞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날 발언의 폭발력은 엄청날 것임에 틀림없다. 오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 한나라당에 대한 원망과 답답함, 대선 불출마 선언까지 했는데 도무지 바뀔 줄 모르는 분위기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이런 지지율로는 대선 후보의 꿈도 꿀 수 없기에 차차기를 기약하며 보다 확실한 대중적 이미지를 심기 위해 시장직을 걸겠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 후폭풍의 위력을 제대로 인지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그 후폭풍의 위력은 투표가 성립되지 않거나 오 시장 측이 졌을 경우 나타날 것이다. 만일 33.3%에 미달해서 주민투표가 무산되거나 진다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던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은 한나라당의 내홍이다.

여기서 33.3이라는 숫자와 관련된 두 번째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친이는 이번 투표에서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길 경우에는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서 가장 먼저 선점한 복지 어젠다를 흠집 내서 대선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뜰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 즉 대선후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반대로 져도 손해는 아니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이후 '박근혜 당'이 되어버린 한나라당을 다시금 흔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많이 나간 얘기이기는 하지만, 이를 빌미로 정계개편까지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이래저래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 쪽은 친박계이다. 이기면 복지 어젠다 선점 효과를 몽땅 날리게 되어 있고, 지면 모처럼 주류로 등장하며 꾸려놓은 한나라당 자체가 위기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 시장 보궐선거로 야당 시장이라도 탄생하는 날엔 총선 대선이 정말 어려워질 수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친박은 친이의 음모라고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음모든 아니든 간에 '박근혜 당'이 되어버린 한나라당에서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또 다른 사람은 오 시장이다. 친박은 음모론을 떠나 오 시장 때문에 상황만 어렵게 됐다고 생각하며 자기만 아는 정치인이라는 낙인을 찍을 것은 뻔한 일이고, 반면 친이는 이기면 우리 편이라고 하면 되고, 지면 한나라당 바꾸기의 계기만 살리고 정치인 오세훈은 김문수 지사 같은 다른 대권후보로 교체하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오 시장이 양측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확률은 상당히 높은 것만은 사실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선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결정되는 것이 전선을 만들기에는 오히려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복지를 말하며 중도의 길을 걸으려 애쓰지만, 고정적 이미지는 우파여서,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오 시장이 뜨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이 뜨는 상황이 되면 민주당의 복지관련 전략을 수정 혹은 폐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반대로 민주당 측이 승리해서 정계 개편이 이루어지거나 다른 인물, 그러니까 김문수 지사나 이재오 장관이 유력 대선후보로 등장하는 상황이 되면, 대립적 구도를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워 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역시 이번 투표에서 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런 정국에서 가장 느긋한 이들은 친이 직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투표의 결과가 대선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33.3이라는 숫자가 갖는 위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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