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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시베리아 개발과 韓·北·러 협력 /서주석

천연가스·원유 등 세계적 자원 보고, 민족공간 확보 차원 적극적 전략 세워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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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8-07 20:22:0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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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9월 구 소련의 전투기가 우리 여객기를 요격하여 269명의 귀중한 인명이 희생됐다. 나중에 밝혀지기로는 무슨 이유에선지 정규 항로를 이탈하여 소련 영공에 진입한 KAL 007편을 소련 극동군이 미국 정찰기로 오인하여 벌어진 일이었다. 이 비극적 사변 직후 서울 시내 곳곳에는 "우리의 적 소련을 쳐부수자"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1990년 10월 한국과 구 소련이 수교했다. 냉전의 상대축이던 소련과의 외교관계 수립은 탈냉전 안보환경의 급변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구 소련과 이를 계승한 러시아는 동북아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에 대해 바라는 바가 컸고, 기대와 현실의 괴리로 인해 그동안 한·러관계는 파동적 변화를 겪어 왔다.

지난주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에서 열린 남·북·러 협력포럼에 다녀왔다. 바이칼 호수에 연한 이곳은 시베리아의 중심도시 가운데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러시아 세력의 극동 진출 거점이었다. 소련 와해 뒤엔 극동군의 군사적 역할이 축소되고 대북 군사협력도 중단된 가운데 시베리아의 경제적 가치가 재인식되어 왔다. 시베리아는 천연가스, 원유, 석탄 등 주요 자원의 세계적 보고이며, 특히 우리와 인접한 동시베리아의 부존 에너지는 서시베리아에 비해 적지만 개발률이 5% 내외로 향후 개발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원빈국인 우리에게 국제 각축전이 치열한 시베리아 개발 참여를 위한 전략의 수립이 절실하다. 또 후발국으로서 혹독한 기후 환경과 열악한 수송로, 참여 진입장벽 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쌍무 협력 및 국제공동 프로젝트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농업기반, 항만시설, 수산인프라 구축 등 장기 협력의 현지 기반을 마련하는 시도도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권역 확보라는 차원에서 이 지역과의 통합도를 높여 나가는 관점의 전환도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에너지협력 구상과 한·러 간 가스관 연결 등 큰 틀에서 진행되는 논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는 우리의 균형외교 입장과 평화번영정책에 공감했고, 실질적 작업이 추진됐다. 그 뒤 정부의 한미동맹 중시 입장을 러시아가 섭섭해 하고 남북관계도 악화되면서 이와 같은 노력은 중단됐다. 현재는 시베리아 개발과 관련, 한국남부발전의 석탄 공급 및 공동 자원개발, 포스코의 공동 광산투자 및 엘가지역 철광 개발을 제외하고 양국 간에 이미 합의된 여러 사업의 이행이 지체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남·북·러 협력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남북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건설하고 나아가 북한 경유 송유관 및 가스관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참여 확보와 더불어 국제파이낸싱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집중되어야 한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자원 및 에너지 개발협력뿐 아니라 농수산 기반 구축과 시설 건설 등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인력을 결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처음 둘러본 시베리아는 그 바로 남쪽의 몽골과 인상이 비슷했다. 침엽수림이 끝없이 펼쳐진 타이가 지대와 나무 한 그루 없는 드넓은 초원 지대는 분명 달랐으나, 광활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무한한 상상력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장차 5000만 인구의 대한민국이 2000만이 사는 북녘땅과 그 너머 몽골리안의 넓은 영지와 상생 공영하는 삶은 단순한 환상이 아닐 것이다.
조정래의 소설 '오 하느님'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집된 조선인이 몽골에서 포로가 되어 소련군과 독일군을 거쳐 노르망디에서 미군에 잡히는 일화를 담고 있다. 춘원의 소설 '유정'은 주인공이 바이칼 호반에서 지나간 인연을 회고하는 편지를 쓰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설 속 전쟁으로 갈라진 국경이 평화로 넘나들 수 있음은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있다. 한반도 북서쪽 광활한 공간이 오래 전부터 한민족의 활동 무대였음도 함께 상기하자.

전 청와대 안보정책수석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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