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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그린 부산'에 '그린 공장'은 없다 /고기화

공장조경 축소는 '푸른 부산' 역행…'공원 같은 공장' 부산에선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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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문을 연 제일모직 대구공장은 호암(湖巖)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꿈과 야망이 시작된 곳이다. 호암은 이 공장을 지을 때 실무 간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장 곳곳에 나무를 심고, 연못을 파고 분수도 꾸몄다. 공장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정원처럼 보였다. 그래서 과거 대구 시민은 이곳을 '제일공원'이라고 불렀다. 아름드리 나무들과 작은 연못, 넓은 잔디밭이 어우러진 '공원 같은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공장조경은 단순 노동의 반복에서 오는 작업능률의 저하를 막아주고, 무미건조한 공장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호암의 '인간 본위'의 경영철학이 '정원공장'으로 구현된 셈이다.

그로부터 57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2011년 부산 기업들의 풍경은? 여전히 어둡고 침침한 공장 모습뿐이다. 그도 모자라 이젠 산업용지 부족을 내세우며 공장 의무 조경면적을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기계 소음으로 가득한 공장의 회색빛 콘크리트 벽만 존재할 뿐, 아름답고 쾌적한 근무환경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소리다. 멋진 나무, 맑은 공기, 잠깐이나마 산책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소공원은커녕 그나마 있는 작은 녹지공간마저 근로자들로부터 빼앗겠다는 심산이나 다를 바 없다. 우수 인재가 부산을 떠난다고 아우성만 칠 게 아니라,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이 같은 기업경영 태도부터 뜯어고치는 게 옳을 성싶다.

부산시는 한술 더 떠 공장조경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건축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섰다. 연면적 2000㎡ 이상인 공장은 대지면적의 10%에서 5%로, 연면적 1500㎡ 이상~2000㎡ 미만은 대지면적의 5%에서 2%로 축소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렇게 되면 공장 내 근로자들의 휴식공간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참으로 시대역행적인 발상이다. 이러고도 '그린 부산'을 외치니 이상야릇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도시 경쟁력의 원천은 녹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 중심의 친환경 도시가 도시매력도를 결정한다. 부산이 국제도시가 되려면 녹지공간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 부산시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다. 2004년 '푸른 부산 가꾸기 사업' 운동에 이어 2009년 '그린 부산' 사업을 해오고 있다. 또 내년부터 2014년까지 '2기 그린 부산'에 8300억 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부산의 시가화지역 녹지율은 7.31%로 서울(20.1%), 울산(12.3%), 대구(8.92%)에 한참 떨어진다. 시는 오는 2030년까지 시민 1인당 공원면적을 5.3㎡에서 15㎡로 3배 가까이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장조경을 줄이면서 공원화 비율을 높이려면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은 뻔하다. 그 부담은 기업 대신 시민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건 '푸른 부산 가꾸기'에 대한 손발 안 맞는 행정 탓도 크다. 환경녹지국 녹지정책과가 의욕적으로 '그린 부산'을 추진하지만, '대지 안의 조경' 사무는 도시계획국 건축담당관 소관으로 돼 있는 등 녹지 행정이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7대 대도시 중 조경 업무 일부를 건축담당관에게 맡기는 곳은 없다.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도심 녹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이를 반드시 일원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부산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경영'은 세계적인 추세다. 선진국에선 기업이 앞장 서 도심 녹지협정을 체결하는 사례도 많다. 환경친화적인 기업문화의 조성이 절실한 까닭이다. 공장에 조성된 작은 녹지는 살아숨쉬는 대기를 만든다. 환경경영은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의 향상을 가져온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는 친환경기업인 유한킴벌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제 부산 기업들도 갈색성장에서 녹색성장으로 변화할 때이다. '그린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 공장조경을 비용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투자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공장조경은 생산활동의 일부이지 하찮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고(故) 이병철 회장의 말을 부산 기업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도 공장조경을 축소하는 건축조례안을 거둬들이고, 지난해 울산시가 도입한 '공장조경 우수기업 시상' 제도를 도입하는 게 올바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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