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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낙동! 강이라 부르지마오 /박창희

강을 인공대수로 바꾼 무서운 토목공사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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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7-20 20: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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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모래하천 낙동강 지류·지천 막개발 안돼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확정됐다. 대통령은 '천일의 약속'을 내세웠다. 온갖 슬로건과 미사여구가 쏟아졌다. 녹색 뉴딜, 4대강 르네상스, 물 관리의 패러다임의 전환, 금수강촌,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이런 구호도 있었다. 상상하라, 1000일 후 대한민국을!

천일이 무색하게도,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군단이 강을 점령해 밤낮없이 파고, 뭉개고, 베고, 세우고, 쌓고 하더니 뚝딱 준공이 임박했다. 대단한 토목공사의 위력이다. 한 개의 강도 아닌 4대강을, 3년도 안돼, 그것도 동시다발로 완전 탈바꿈시켜 놓았다. 기네스북감이다.

어쨌든 이제 평가를 해야 할 시간. 잘했던 못 했던 우리 시대 대한민국이 저질어놓은 일이기에 평가는 되도록 냉정해야 한다. 후세에 반면교사가 되게끔 말이다.

지난주말 낙동강 중·상류를 다시 한바퀴 돌아봤다. 전에 보이지 않던 게 시야를 채웠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구미 해평에서 상주로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 옆의 낙동강은 분명 '인공 대수로'였다. 나중에 항공사진을 들춰보니 고속도로 같았다. 이 구간은 원래 모래톱이 적당히 어우러져 강의 허리선이 아름다운 곳인데 '기막히게' 직강화시킨 것이다. 4대강 사업을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비교하며 밀어붙여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이 생각났다.

낙동강 상·중·하류 군데군데가 그랬다. 낙동 대수로! 이제 우리가 찾고 그리던 낙동강은 없다. 사라져버렸다. 국토대개조의 실상이 이것이라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로 향하다 풍산평야를 보고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광활한 평야에 낙동강 준설토가 차곡차곡 들어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안동 풍천지구 농지 리모델링 사업. 옥토 360㏊ 중 60%가 성토된다고 한다. 안동 세족과 양반들의 근거지가 유린되는 데도 현장은 조용했다. 돈의 힘인 것 같았다. 정부가 챙겨준 2년치 영농비가 농심을 잠재우고 있었다.

준설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해야 했을까. 수생태계 교란에 따른 먹이사슬 파괴는 국가적 손실이다. 낙동강에서만 산다는 흰수마자(멸종위기 1급 어류), 천연기념물인 수달, 귀이빨대칭이(멸종위기 1급 조개) 등은 국가가 나서서 지켜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형식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중요 서식지를 마구 훼손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준설사업은 인간을 시험에 빠트리고 있다. 본류의 수심을 4~6m로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세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낙동강 주변의 산과 지류에서 끝없이 쓸려 내려오는 모래를 모두 파내야 본류의 하상은 비로소 안정화 될 것인데, 그걸 국가사업이라고 했으니….

낙동강은 모래 하천이다. 이 강을 에워싸고 있는 태백산(太白山) 소백산(小白山)의 '흰백(白)'자가 '흰 모래'를 뜻한다는 얘기가 있다. 천지에 널린 모래흙이 비에 쓸려 내려와 모래가 풍부한 낙동강을 만들었다는 거다. 낙동강에서 흘러내린 모래가 조류에 실려 부산의 해운대, 송도, 다대포 해수욕장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막연한 가설이 아니다.

평화가 깨졌다. 가두어진 강이 온순해지기를 바라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 자연이 어떤 모습으로 급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종전 2.5억㎥에 달하던 낙동강의 전체 물그릇이 10억㎥으로 늘어 하류의 대홍수 우려가 커졌다. 유속, 수심, 유량 등이 달라져 홍수통제도 더 어려워졌다.

천문학적 수업료를 내고 4대강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우리 강의 지류·지천은 저렇게 막개발해선 안 된다는 교훈이다. 한데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최근 지류사업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10조~20조가 들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내성천, 위천, 금호강, 황강, 남강, 밀양강, 양산강 등 낙동강 제1지류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모두 풍부한 모래를 품고 있는 강들이다. 이 모래마저 없어지면 낙동강은 영영 자연성을 잃어버릴지 모른다. 4대강의 제물은 낙동강 본류 하나로도 충분히 족하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부국장·기획탐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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