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써니'와 십대 시절을 기억하기 /주유신

문제집단 vs 희생자 모순된 이미지 중첩, '십대 향수' 상품화…또 다른 재고 기회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13 21:14:52
  •  |  본지 27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장 찬란한 순간, 우리는 하나였다!"를 카피로 내건 영화 '써니'(감독 강형철)가 관객 500만을 넘어섰다. 나이키 운동화, 영화 '라붐'의 주제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와 같은 아이콘들을 통해 1980년대를 환기시키고 여고생 7명의 우정과 자매애를 담아낸 영화가 거둔 예상 밖의 성과이다. 원래 영화계에는 여성 인물들이 집단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더더구나 이 영화의 내용과 정서는 이미 '말죽거리 잔혹사'(2004)나 '품행제로'(2002)와 같은 십대 남성의 성장영화들을 거치면서 신선함이 떨어지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장년층을 관객으로 끌어 모으고, 어머니와 딸을 비롯해 가족 관람의 붐을 일으킨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써니'가 개인사의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키는 방식의 독특함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중년의 여주인공은 동일한 시공간 속에서 과거 십대 시절의 자신과 반복적으로 조우함으로써 감각적인 방식으로, 판타스틱하게 과거 기억에 접속된다. 이는 다른 성장영화들이 연대기적인 구성을 통해서 과거를 단지 '지금은 사라진 것에 대한 애도'나 '향수 어린 회고'의 대상으로 머물게 하는 것에 비해 좀 더 생동감 있게 교감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낸다.

또한 '써니'가 시도한 캐릭터의 성공적인 전형화를 들 수 있다. 무려 7명의 캐릭터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빚어지는 이야기는 자칫 방만하여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써니'는 캐릭터들의 이미지와 내면에 대한 군더더기 없는 효율적인 전형화를 통해 아기자기한 재미와 깊은 공감이 가능한 태피스트리를 직조해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써니'가 갖는 호소력과 재미는 바로 일탈, 불화, 부적응, 불복종 등의 담론을 통해 기성 세대들에게 이해하기 힘들고 난감한 세력으로 비추어지는 십대(여성)에 대한 다른 방식의 묘사에서 비롯된다. 소년들의 성장통이 좀 더 과격하고 비장한 것으로서 주로 액션이나 갱스터 장르를 빌려 '하드보일드하게' 재현되었다면 '써니'에서 소녀들의 그것은 로맨스 소설 같은 감성과 슬랩스틱적 유머 그리고 유희적 역사관을 통해 '포스트모던하게' 재현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청춘의 순간과 강고해보이던 여성 연대(Female bonding)가 한순간에 비극적으로 파열돼 버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십대의 문화정치학은 뜨거운 것으로 남아 있게 된다.

대중문화나 공적 담론 내에서 십대는 '미래의 희망'이자 '현재에 대한 위협'이라는 식으로 양가적으로 재현된다. 하지만 주로 십대가 관심의 대상이 될 때는 그들이 사회적 문제로 보이게 될 때이다. 기성 세대의 눈에 십대들은 대체로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존재로 비추어질 뿐만 아니라, 십대들이 종종 기존 사회질서에 대해 벌이는 반항적, 반사회적 저항과 도전이 위협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십대는 1980년대 말부터 이어진 신자유주의적 흐름 속에서 소비주의 문화에 빠르게 편입됨으로써 극도로 수동화되고 원자화된 존재, 극단적인 개인주의적 감수성을 지닌 '문제 세대'로 규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신세대', 'X세대', 'N세대', 'W세대' 등의 명칭이 부여되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 십대 자체나 십대를 둘러싼 문화예술적 재현에서 드러나는 모순의 지점들은 복잡하고 격렬한 양상을 띠게 된다. 즉 사회적 심리적으로 강렬한 문제를 안고 있는 '문제 집단'으로서의 십대와, 물질적 문화적 정치적 박탈을 당하는 '희생자'로서의 십대라는 모순된 두 가지 이미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중 문화는 십대에 대한 매혹과 착취를 감추지 않으면서, 십대를 성인의 시각에서 대상화하고 상상하는 '십대 오리엔탈리즘', '십대 향수'를 종종 상품화시켜낸다.
그런 점에서 '써니'가 수행하는 역사쓰기에 대해서 가해진 '과거가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에 만족하기 위해 동원된 마취제'라거나 '미디어가 반복 재생산하는 다소 공허한 대중적 판타지'라는 비판 이외에도 과연 이 영화가 '십대 오리엔탈리즘'이나 '십대 향수'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15> 부산의 섬, 우리나라 해역을 경계 짓다
  2. 2이강인 U-20 월드컵 출전 확정
  3. 33분 새 두 골…못 말리는 손흥민
  4. 4유족 “경찰이 수차례 피의자 난동 묵살해 터진 人災(인재)” 울분
  5. 5“박근혜 석방해야” vs “법적 요건 못갖춰”…정치권 설전
  6. 6거인 선발 흔들리니, 불펜마저 휘청대네
  7. 7“아직도 등골이 서늘” 주민 트라우마 심각
  8. 8[동네책방 통신] 20일 시작되는 책방 스탬프투어…완주하고 럭키백 받자
  9. 9한국당, 청와대에 최후통첩…“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강행 땐 장외투쟁”
  10. 10도정 복귀 김경수, 진주 흉기난동사건 재발방지 대책 주문
  1. 1두 쪽 갈라진 바른미래 의총…'결별수순' 밟나
  2. 2이언주, 문전박대
  3. 3김학노 교수 차명진 의원에 일침 '온라인 초토화'
  4. 4한국당 "이미선 임명 강행 시 장외투쟁"…靑 겨냥 총공세
  5. 5文대통령, 내일 이미선 임명안 전자결재 할듯
  6. 6홍준표, 황교안 저격…“잘못된 시류에 영합”
  7. 7“박근혜 석방해야” vs “법적 요건 못갖춰”…정치권 설전
  8. 8한국당, 청와대에 최후통첩…“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강행 땐 장외투쟁”
  9. 9“전기료 누진제에 에어컨 사용량 포함해야”
  10. 10고성·몸싸움 ‘난장판’ 의총…결별 치닫는 바른미래
  1. 1방문객과 커팅…모델하우스 개관 이색 마케팅
  2. 2동남권 관문공항 추진 컨트롤타워 출범
  3. 3닭고깃값 30% 폭락했는데…2만 원대 치킨값은 ‘요지부동’
  4. 4국내 최대 중고차 박람회 ‘부카2019’ 19일 개막
  5. 5부산시 특례보증 확대, 수수료 0.4%로 낮춰
  6. 6“아라온호 연 300일 운항…제2 쇄빙선 건조 절실”
  7. 7미세먼지 저감투자 신항 집중…환경 열악한 북항노동자‘소외’
  8. 8금융·증시 동향
  9. 9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2.5%로 하향
  10. 10필립모리스, 담배 연기 없는 도시 프로젝트 부산·경남서 시동
  1. 1진주 살해범, 덩치 큰 남성은 안 건드려… 전문가 “심신미약 가능성 낮다”
  2. 2이회성, 이회창 친동생
  3. 3 진주아파트서 숨진 여고생, 피의자 피해 달아나기도
  4. 4조현병 뜻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증상 및 치료법은
  5. 5lg화학 미세먼지 배출조작에 사과문 “관련 생산 시설 폐쇄”
  6. 6오재원 승리 생일 파티 “직접 항공권 끊어 참석했다”
  7. 7“조현병-범죄 인과관계 없다”… 진주아파트 사건 피의자 조현병 병력 조명
  8. 8대만 지진 시내 도로가 갈라져… 대만 현지 반응 “저승가는 체험”
  9. 9'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촉발' 논문 쓴 교수들 "압력 많았다"
  10. 10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구속… 신상공개위도 18일 열려
  1. 1손흥민 골 영국 일본 중국 반응…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2. 2멀티 골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베스트 11’ 제외...토트넘 대신 맨시티 석권
  3. 3손흥민 골 넣었지만, 경고누적으로 챔스4강 1차전 출전 불가
  4. 4토트넘 손흥민 맨시티 꺾은 유니폼 누가 가져 갔을까…
  5. 5챔피언스리그 4강 일정은?
  6. 6챔스 4강 대진표 토트넘vs아약스… 리버풀·바르샤 피했지만 ‘손’ 출전 불가
  7. 7가생이닷컴 日 네티즌… 혐한 네티즌도 손흥민에 반했다
  8. 8피파온라인4, 2주 만에 정기 점검...뭐가 바뀌나
  9. 9멀티골 손흥민, 평점 토트넘 1위 맨시티에 비수 꽂았다
  10. 10토트넘 챔스 4강… 가생이닷컴 日 네티즌 “넷우익은 그저 눈물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21세기 과학기술과 부산의 미래 /박태주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가계부채 /송정호
기자수첩 [전체보기]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동의 없는 수술은 폭력이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부산 해법, 치열하게 논쟁해야 /박태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성 ‘피트’ 뗀 졸리
참치 캔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병과 갈레트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
사설 [전체보기]
진주 참사 수차례 징후 경찰 대응 안이했던 것 아닌가
중입자치료센터 지역병원과 상생 바람직한 일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성급한 여당의 입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