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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국립대학 총장선거 유감 /강재호

피땀흘려 되찾은 대학의 자기통치, 혼탁한 선거로 곳곳에서 흔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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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6-26 20:59:4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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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4월에 제정된 교육공무원법 제8조는 국립대학의 총장을 교수회의 동의를 얻어 문교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학원장, 학장, 교수, 부교수도 교수회의 동의를 얻어 행하는 총장의 제청으로 문교부 장관을 경유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했다. 이 조항은 1952년 정부가 제출한 교육공무원 법안 중에서 가장 크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분으로서 국회의 문교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에서 토의에 토의를 거듭한 끝에 재투표에서 가까스로 가결된 타협의 규정이었다.

정부안은 "대학의 교수회를 무시해 버리고 장관이 독단적으로 총장을 임명"하는 것이었는데 문교위원회에서는 장관의 제청권은 인정하되 이를 교수회의 동의를 얻어서 행사하도록 정부안을 수정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겼다. 그런데 법제사법위원회는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총장 등을 모두 교수회의 추천으로 문교부 장관을 경유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수정함으로써 문교부의 이니시어티브조차 부정했다. 1953년 국회에서 가결된 교육공무원법 제8조는 문교위원회 수정안에 가까운 규정으로서 마치 정부안과 법제사법위원회 수정안을 보태서 둘로 나눈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낯선 정당정치로부터 대학의 자율성과 학원의 민주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총장을 교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해야 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학원은 교수회가 중심이 되어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할 것 같으면 그 학원은 완전히 자주성을 잃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교수회의 추천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데는 대학사회의 정실이 한몫을 하고 있었다. 학내의 여러 파당이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마당에 총장의 임용을 대학에 일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여긴 국회의원들이 많았다.

교수회의 동의는 1963년 12월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개정한 교육공무원법에서 삭제되었다. 그래서 1964년부터 교수회의 동의 없이 총장은 문교부장관이 제청하고 학장 등은 총장이 제청하는 것으로 임용절차가 바뀌었다. 대학사회도 정부형태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바꾸고 국회의 구성도 양원에서 단원으로 전환하는 등 권위주의와 행정편의주의로 무장한 군사정권에 의해 다스려졌다. 이들을 결정적으로 걷어낸 것은 1980년대의 민주항쟁이 쟁취한 것으로 대통령 직선제 등을 담은 1987년의 개정헌법이다.

총장의 제청으로 문교부 장관이 보하던 학장의 보임절차에서부터 변화가 나타났다. 부산대학교에서는 일찍이 1988년 9월 상과대학 교수들이 직접 학장을 선출하였다. 이를 존중하는 총장의 제청과 문교부 장관의 보임이 이어졌고 학장 등의 보임이 총장에 위임된 1992년 이후에도 학장선거는 관행이었다. 한편 총장은 1991년 교육공무원법 개정에서 '대학의 추천'을 받아 임용하도록 했다. 총장선거는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는데 지금 총장선거로 시정의 이목까지 끌고 있는 부산대학교는 그때부터 법령이 정한 대로 교수들이 합의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총장후보를 선정하여 교육부에 추천해 왔다.

최근 총장선거의 과열과 혼탁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2010년의 입법예고에 이어 올해 2월 교육공무원 임용령이 개정되어 학장의 보임에 추천이나 선출의 절차가 없어졌다. 이로써 총장의 구심력은 한껏 드높아졌다. 둘째는 작년에 서울대학교 법인화법이 제정되어 다른 큰 국립대학에도 법인화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인식이랄까 걱정이 확산되어 있다. 국립대학법인은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어 여러 교직원들이 이번 총장선거가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피땀 흘려 어렵게 되찾은 대학의 자기통치가 요즘 탁한 총장선거로 인해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정부안을 물리치며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갈파하던 1953년의 국회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1991년 교육공무원법 개정에서 의기투합한 정부와 평화민주당에도 할 말이 없다. 국립대학 교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행동하는 양심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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