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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공원은 도시의 보험이다 /강영조

지진피해 日 고베시, 공원 소중함 알고 전 공원에 방재시설…주민은 자기땅 제공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22 20:35:59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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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발전연구원에서 지원하는 학연 과제 '부산시 도시공원의 방재력 평가와 방재공원의 계획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지난주 일본 고베시의 방재공원을 견학하고 돌아왔다. 고베시는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46분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은 곳이다. 지진은 고베의 도심부를 강타했다. 일본이 내진 설계를 의무화한 건축기준법을 1982년에 개정하였으므로 그 이전에 건설된 병원, 철도 역사, 주택 등은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노후화한 목조 주택지에서 발생한 화재 등으로 고베시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총 사망자 6434명 부상자 4만3792명. 당시로서는 관동대지진 이후 도시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으며 또 피해 규모 역시 가장 컸다.

장맛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제는 고베시의 공원과장이 된 대학원 동기생의 자상한 안내로 방재공원의 전모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1500㎡정도의 작은 공원에서 부터 1㏊규모의 근린공원, 나아가 5㏊규모의 종합공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원에는 유사시에 화재의 진압이나 이재민의 피난소, 가설주택의 부지, 재해지의 복구 지원 등 방재 관련 시설이 건설되어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도시의 라이프 라인인 전기, 가스, 수도가 단절된 상황을 상정하여 공원에는 비상시에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여과 저수조와 축전지, 하수도와 연결된 화장실, 비상식량과 모포, 텐트 등을 비축해 둔 창고도 건설되어 있었다. 심지어 어린이공원의 파골라나 유희시설 속에도 비상시에 텐트로 사용할 수 있는 천막 등을 내장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방재공원의 실상을 눈으로 직접 보니 일본이 자연재해와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지진 이후 토지구획정리 사업으로 재정비된 지구를 둘러보았다. 록코도역의 북쪽에 자리 잡은 그 지구는 지진 때 건물 1019채 중 516채는 모두 무너지고 115채는 반쯤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그러니까 지구의 67%가 지진으로 파괴되었던 것이다. 이 지역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주택의 노후화, 좁은 도로 등으로 이미 문제를 지니고 있었던 장소였다. 지진을 계기로 조속한 복구와 안전한 도시 기반 시설의 정비를 위하여 토지구획 정리 사업을 실시하였다.

토지구획사업은 주민들이 자기의 땅을 도로와 공원 등 공공용지로 제공하여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1810세대로 이루어진 주민들은 공원부지로 9000㎡를 내놓았다. 한 세대당 약 5㎡를 공원부지로 제공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공원부지로 8000㎡의 근린공원 1개와 1000㎡의 가구공원 1개소 등 2개의 공원을 지구 중앙에 조성했다. 고베시 공원과장은 우리를 구획정리 지구의 북쪽 언덕에 자리 잡은 근린공원으로 안내했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공원을 조성할 때부터 참여했고 지금은 그 공원을 관리하는 주민의 대표였다. 그녀는 구획정리사업 때 지역 주민들이 공원 부지를 기꺼이 내놓은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진으로 시가지가 불바다가 되었을 때 공원은 안전했어요. 공원의 수목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었지요. 건물이 무너져서 집안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은 학교 체육관 등 피난시설에 들어갔지만 공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텐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구획정리 사업 때 자기들 땅을 공원 부지로 주저 없이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비는 이미 멎었고 장마 사이로 모처럼 맑은 하늘이었다. 그 속으로 비행기가 높이 날아올랐다. 1시간 남짓 지났을 때 오사카를 출발한 비행기 창밖으로 멀리 광안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지진이 없던 우리나라도 최근 규모 4의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재해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공원이 왜 필요한가라는 다소 무식한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 울렸다.

"저희들로서는 공원을 만들어두는 것은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원은 생명을 지켜주니까요."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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