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꼼수와 폭로, 통일로 가는 길이 아니다 /이만열

남북관계 회복에 진정성있는 대화…포용력있는 신뢰, 무엇보다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14 21:48:53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남북한의 베이징 회합이 폭로되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달 초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밝혔다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은 "MB 정권조차 이럴 수가!"라는 충격을 주었다. 회담에서 주고받은 대화의 내용이 일방적으로 폭로된 것은 남북한 관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통일에 대한 희망을 저버려서는 안되겠기에 한 열흘 사이에 일어난 남북관계를 복기(復碁)하여 반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북쪽이 폭로한 베이징 비밀회담의 요지는 이렇다. 대북업무에 종사하는 남쪽의 몇몇 실세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이 비밀접촉을 주관하는 현인택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에 파견된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막중한 사명을 띠고 북쪽의 대남 담당자들을 만났다. 남북회담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되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올 6월과 8월, 내년 3월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갖자고 남측이 제안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 폭로의 파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돈봉투'설까지 흘렸다. 이로써 북측은 그 동안 남북문제에 강경입장을 취해 오던 MB정권의 이중적 성격을 폭로, 남남갈등에 기름을 부었고 과거의 정부가 '돈 주고 바꾼 정상회담'을 했다며 맹공을 퍼붓던 MB정권의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가했다.

북측의 폭로의도는 십분 성공한 듯하다. 정부는 당혹감이 역력했고 무책임한 폭로 공세에 황당하고 어이없어했다. 침묵하는 청와대를 대신하여 그 동안 역주행만으로 기억되는 통일부가 설거지를 자임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새삼 입증해 보였다.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자세를 갖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한 것은 진정성만 있다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겠다는 인내심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시간이 MB정권의 미숙성을 드러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정치권의 공세가 시작되자 정부는 북측의 폭로 내용을 부인하게 되었고, 북측의 반발을 다시 불러왔다. 북측의 폭로가 남측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인 주장이라 하더라도, 남측의 주장대로 비밀협상의 내용은 어떤 경우에도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고수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 사실관계의 정확성 여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어야 했다. 북측이 '사과 애걸'과 '돈봉투' 등을 폭로, 남측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자 남측은 엉겁결에 그 문제를 부인함으로 NCND(긍정도 부정도 않는)의 자세에서 벗어나 결과적으로 비밀협상의 내용을 일부나마 확인해주는 자기모순을 범하게 되었다. 그 결과 북측은 2차 폭로를 감행했고 나아가 "남측이 비밀접촉을 왜곡하면 녹음기록도 공개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보름간의 '폭로와 기싸움'은 남북관계에 무엇을 남겼는가. MB정권은 북측의 폭로 내용에 관계없이 비밀회동 자체로 꼼수와 부정직을 드러냈다. 북의 폭로가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면 이 정권은 종래의 자기주장을 희화화했고 또 일반국민은 물론 자기를 지지해준 우파세력과 '가스통 할배'들마저 뻘쭘하게 만들었다. 북측도 마찬가지다. 폭로와 위협을 통해서 그 동안 MB정권에 대한 원한은 어느 정도 카타르시스 했겠지만, 그들이 상투적으로 주장하는 '우리 민족끼리'와 '통일'의 대의는 저버렸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역도', '역적 패당','불한당' 같은 말은 협상대상에게 던질 말이 아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역적패당'과 협상하고 도움을 구했던 자신의 행위는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은 남북관계에서 바늘구멍 같은 한줄기 빛이라도 찾아야 할 때다. 꽉 막힌 대화의 채널을 찾는 데는 꼼수나 부정직, 욕설과 폭로로는 안 된다. 하물며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하는 데에 가장 유효한 남북정상회담에서랴. 만신창이가 된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진정성있는 대화와 포용력있는 신뢰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함안 새차 ‘급발진’ 의심 사고…국과수 “가속 페달 작동 가능성”
  2. 2허경영 ‘신도 성추행 의혹’ 경찰 조사…“돈 뜯어내려는 것” 혐의 부인
  3. 313일, 오늘 오후부터 모레까지 장맛비.. 경남남해안 중심 강하고 많은 비
  4. 4현대차 올 임금협상 완전 타결
  5. 5'나홀로 자영업자' 지난달 13만명↓…8년 8개월來 최대 감소
  6. 6태권도장서 5세 아동 심정지, 관장 긴급체포…CCTV 삭제 정황
  7. 7유류세 인상에 기름값 지속 상승…휘발유 ℓ당 1700원 돌파
  8. 8'전 양산시 의원의 성추행 논란 의식했나' 양산시의회 의원 징계요건 대폭 강화
  9. 9일론 머스크, 트럼프에 거액 정치 자금 기부
  10. 10경남도립미술관에는 '모두를 위한 도슨트'가 있다
  1. 1곽규택 의원-보좌관 협업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연일 목청
  2. 2“野가 여론 왜곡”vs“尹부부가 배후”…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무혐의 공방
  3. 3이번엔 사천 의혹 등 ‘거짓말’ 충돌…극한 치닫는 원-한 갈등(종합)
  4. 4尹, 기시다와 정상회담 “북러 밀착, 글로벌 안보 심각한 우려”
  5. 5野 ‘노란봉투법·구하라법’ 등 당론 채택
  6. 6[뭐라노-이거아나] 필리버스터
  7. 7與 ‘尹탄핵 청문’ 권한쟁의심판 예고…野 “반대 청문도 환영”
  8. 8국힘 당권주자들 한목소리로 부산 발전 약속
  9. 9‘임성근 구명 로비’ 녹취록 파장…野 “尹 국정농단” 與 “李 방탄용”
  10. 10동북아물류플랫폼 등 부산 4대 사업 GB해제총량 예외 인정 받을까
  1. 1'나홀로 자영업자' 지난달 13만명↓…8년 8개월來 최대 감소
  2. 2유류세 인상에 기름값 지속 상승…휘발유 ℓ당 1700원 돌파
  3. 3새 폼팩터 UMPC 시장 후끈...'3040 키덜트' 설렌다
  4. 4부산 재건축 최대어 어디로…망미주공 ‘4파전 ’
  5. 5가덕신공항 공사 ‘공동도급 2→3社’ 입찰 조건 완화
  6. 6유커 감소·고환율에 직원·급여 줄이며 마른 수건 짜내기
  7. 7진해신항 컨부두 3번째 유찰…메가포트 차질 우려
  8. 8더위보다 뜨거운, 유통가 초복 마케팅
  9. 9CU, 초대형 아이스 아메리카노 출시
  10. 10부산에 로봇생태계 조성, 공동연구센터 설립 협약
  1. 1함안 새차 ‘급발진’ 의심 사고…국과수 “가속 페달 작동 가능성”
  2. 2허경영 ‘신도 성추행 의혹’ 경찰 조사…“돈 뜯어내려는 것” 혐의 부인
  3. 313일, 오늘 오후부터 모레까지 장맛비.. 경남남해안 중심 강하고 많은 비
  4. 4현대차 올 임금협상 완전 타결
  5. 5태권도장서 5세 아동 심정지, 관장 긴급체포…CCTV 삭제 정황
  6. 6'전 양산시 의원의 성추행 논란 의식했나' 양산시의회 의원 징계요건 대폭 강화
  7. 7폭염엔 물, 그늘, 휴식 그리고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
  8. 8김해 도심 피서지, 대청계곡에 '여름 상황실'
  9. 9해운대서 벤츠 전복…운전자 택시 타고 달아나
  10. 10마린시티 길이 500m 수중 방파제 세운다…8년 논란 종지부
  1. 1해동고 40년 만에 ‘금빛 메치기’
  2. 2음주운전 빙속 김민석, 헝가리 귀화
  3. 3고별전도 못한 홍명보 감독
  4. 4반즈 화려한 귀환…박세웅 제 몫 땐 ‘7치올(7월에 치고 올라간다)’
  5. 5잉글랜드 2회 연속 결승행…스페인과 빅매치
  6. 6‘메시 氣’ 받은 야말, 유로 최연소 골…스페인 결승행 견인
  7. 7부산고·경남고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
  8. 8베테랑 투수 의존 과한 롯데…젊은 선수들 분발해야
  9. 9사격 17세 반효진, 43세 이보나…파리행 태극전사 최연소·최고령
  10. 10이변의 윔블던…세계 1위 신네르 탈락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당정 소통이 당쇄신의 시작…반윤 앞세우면 공멸”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원내만으로 현안 못 풀어…대표되면 당 시스템 쇄신”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과학인증의 시대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AI의 일상화와 창작
아빠 육아 참여,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맨발 걷기
윤나고황
메디칼럼 [전체보기]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점입가경…‘김건희 문자’에 갇힌 국민의힘 전당대회
양동이로 퍼붓듯…극한 호우 대비 부울경 예외 없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 수렁’ 자영업자 위기 극복은
AI시대의 천국과 지옥, 그리고 민주주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