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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리산에서 사라져가는 산나물 /이행만

산나물 쯤이야 하는 생각이 생태계 파괴 불러, 자승자박하는 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01 21:19:2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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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 우리나라 20개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 수가
4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한국등산지원센터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1만8000여 개의 산악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등산인구가 해마다 약 100만 명 이상씩 증가했다고 한다. 바야흐로 등산시대다.

 
사실 국립공원 관리자 입장에서 이러한 사실은 반갑지가 않다. 탐방객 수의 증가는 자연훼손증가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가끔 옛 사진에서 나오는 산나물의 풍성함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국립공원 탐방에 앞서 자연훼손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지혜가 요구되는 때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여러 지역에서 산나물 축제가 열리고, 산악회에서는 산나물 채집을 테마로 산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탐방로  좌우로 곰취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산나물은 채 자라기도 전에 사람의 손에 의해 뿌리째 뽑혀버린다.

대부분의 봄철 산나물들은 여러 해 살이 식물로, 뿌리만 살아서 겨울을 견디다가 온도와 일조시간으로 봄을 감지하게 되면 지난해 저장해 두었던 영양분인 녹말을 분해하여 연약한 싹을 틔우는 1차물질대사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는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작용 이전이라 자기방어기능(타감작용)이 완비되지 않아 연약하다. 식물은 이 시기를 잘 넘겨야 번식가능성이 높은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채취하게 되면 다시 싹을 틔울 수 있는 영양분도 없을뿐더러 사람이 먹지 못하는, 경쟁관계에 있는 근처 식물들로 피압 당해 쇠퇴하고 점차 그 곳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뿌리만 뽑지 않으면 된다'라는 얘기는 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고, 산나물의 감소는 전적으로 사람에 의한 것이라고 치부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나물 채취는 사람의 출입으로 인한 자생지 훼손, 지역주민의 생계 유지 곤란 등 여러 부정적인 사태를 초래한다.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은 더러 호기심, 혹은 재미로 캐는 것이지만 그 발에 밟히는 희귀 야생 식물들의 멸종이 눈에 선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아 버섯, 약초 등을 캐는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무분별한 산나물 채취로 인하여 식물종들이 사라져 자연생태계의 건강성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물종의 위협요인들이 생태계의 순환원리에 의해 작용하고 있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심각성을 두고 갑론을박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생물종을 위협하는 대부분의 요인은 인간들의 무한 욕심에 의한 지속적인 간섭에서 비롯된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곧 우리들에게로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 식탁의 풍성한 반찬, 건축자재, 옷, 의약품의 원료가 모두 다양한 생물종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름다운 자연생태계는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과 휴식을 가져다준다.  다양한 생물종으로 인해 우리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그 먹이사슬의 맨 위에 있다고 해서 하위 동식물들을 무분별하게 해친다면, 스스로 자기 밥상을 뒤엎는 정도가 아니라, 결국에는 우리들 스스로의 무덤을 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연생태계 속에서 공존의식을 가지고 상호교감이 이루어진다면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 할 것이다. 자연생태계를 보존·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국립공원을 찾는 국민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성은 국립공원의 대표 매력이다. 이것을 잃는 것은 국립공원을 찾는 신비로움과 즐거움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이고, 오랫동안 지속되면 후대에는 자연성의 인식기준이 낮아지는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국립공원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에게 대등한 인격체로서 보호하여야 하는 기본을 잊지 말 것을 당부 드리며, 끝으로 국민이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것은 권리이지만, 보전하는 것은 의무이며 책임인 것을 명심한다면 깨끗하고 풍성한 자연생태계를 되찾는 일은 요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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