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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매장문화재, 아직도 성가신 존재인가 /남차우

신석기 유적지 두 곳 파헤치고 묻힐 판

부산시가 내세우는 '문화도시'는 헛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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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에 묻힌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적어도 부산은 그런 것 같다. 나라 전체로는 세계문화유산 반열에 오른 문화재가 여럿 나와 인식이 꽤 달라졌지만 부산은 완전히 딴나라 세상이다. 매장문화재가 고고학자들이 갖은 고생 끝에 때 빼고 광 내 역사성을 살리기 전엔 성가신 존재쯤으로 아직도 치부된다. 행여라도 유물이 묻힌 땅에 개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숫제 골칫덩어리로 여기는 모양새다.

최근 기자가 공교롭게도 신석기 유적지 두 곳을 둘러보면서 든 생각이다. 지금으로부터 짧게는 5000년에서 멀게는 8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적을 부산에서 며칠 상관으로 연이어 대하기는 흔치 않는 일이다. 어쩌면 행운이라고 봐도 좋겠다. 그런 느꺼운 감상도 잠시, 앞으로 이 유적지가 어떻게 되나 하고 생각하면 급전직하 낭떠러지에 처박히는 암담한 심정이다.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인근 산에 신석기 유물이 묻힌 '용호동 유적'이 있다. 이곳에 지금 관할 남구청이 도로를 개설 중이다. 인근에 새로 들어설 이기대휴게소 진입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구청은 이 지역이 부산시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사전 보전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사실을 모르는지 길 내기에 급급했다. 시가 2006년 문화재청의 지시를 받아 각종 개발행위로부터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작성한 '문화유적분포지도'에 있는 유적지를 아무런 대책 없이 일을 벌인 것이다. 시비 2억1000만 원을 들여 만든 이 분포지도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고고학계의 지대한 관심지로 부상한 가덕도 신석기시대 집단 매장터도 곧 사라질 조짐이다. 이곳에선 8000년 전 인골이 두 차례 걸쳐 무려 40기나 나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금까지 신석기시대 인골은 통영 연대도 패총에서 15기가 나온 게 최다인지라 학계에선 흥분할 만도 했다. 이전과는 달리 각종 첨단 과학조사기법을 응용하면 당시 인류 형질 규명에 결정적 자료가 되기 충분하다.

자료가 없어 문제였지 이제 당시 사람과 지금 우리와의 관계나 이웃 일본과의 관계도 속시원하게 풀 수 있게 됐다. 이 발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고고학자들이 현장에 몰려들고 중국 학자도 찾을 정도다. 하지만 발굴 조사기관에 따르면 부산신항 준설토 투기장으로 곧 둔갑할 것이라고 한다. 관할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그다지 보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거다.

신석기시대는 말 그대로 돌을 생활도구로 사용한 시기다. 지금 사람 눈에도 쉽게 띄는 금제품이나 철제품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러기에 보다 세심한 배려가 더 필요한 유적지다. 웬만한 안목이 없다면 돌도끼 등 신석기 유물이 작업에 지장을 주는 돌덩이로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또 이전과 달리 삽 곡괭이보다 굴착기 등 중장비가 사용되기에 유적지를 한번 건드리면 회복불능의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부산은 전국 그 어느 지역보다 신석기 유적이 널리 분포돼 있다. 우리나라 신석기 유적의 대표격인 영도 동삼동패총에서부터 동래패총, 범방동패총, 수가리패총 등이 이를 말해준다. 가덕도 유적지는 지금까지 나온 발굴성과만으로도 주요 신석기 유적지로 손색이 없다. 용호동 유적지도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친다면 어떤 성과물을 도출할지 아무도 모른다. 길 내는 게 급한 게 아니라 부산과 우리나라 전체 신석기 문화 복원이란 큰 그림을 그리는 안목이 요구된다. 이 두 곳만 생각해도 오륙도를 바라보는 이기대에서 해안을 따라 영도, 가덕도로 해서 범방동까지 신석기 유적이 띠를 이루고 있는 형상이다.

'창조문화도시'를 부쩍 많이 외치는 부산시다. 직접적 관할이 구청이나 중앙부처 외청이라 손 놓고 있을 사안이라 여긴다면 그 구호가 무색해진다. 땅에 묻힌 우리 역사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문화도시'를 내세우는 걸 남이 보면 뭐가 하겠는가. 서울에선 이런 유적지가 나오면 이러진 않았을 게 틀림없지 싶다. 주어진 호재도 살리지 못하는 부산시의 문화재 인식이 2류 문화도시임을 스스로 확인시켜주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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