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되짚어 보는 `공정사회`의 허상 /차재권

저축은행 사태 등 가진자들의 횡포, 약자들 불이익만… 정의 실종 단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5-10 20:21:45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 최대 화두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대통령이 그린 공정사회의 밑그림은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장려하고,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며,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일어선 사람은 다시 올라설 수 있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으며, 승자가 독식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지역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며, 노사가 협력하며 발전하고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상생하고,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의 시점에서 대통령이 밝힌 '공정사회'의 담론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돌이켜보면 그저 쓴웃음만 나올 따름이다.

물론 우리 사회 일각에서 대통령이 내놓은 공정사회의 화두가 지닌 내용상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없었던 바는 아니다.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평가할 때 '공평성'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그 보다 상위 개념인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날선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사회'라는 화두에 담긴 논리적 내용보다 빈약하기 그지없는 그 실천의 결과에 있다. 우리 사회 어디를 돌아봐도 대통령이 내놓았던 '공정한 사회'의 밑그림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회의 균등과 결과의 합당한 차이로 나타나는 '공평한 사회'의 밑그림은 무상급식 및 무상복지에 관한 진보와 보수 간 일대 논쟁으로 형해화한 지 오래다. 물론 사회적 약자나 패자, 소수자에 대한 배려까지 아우르는 '공정한 사회'를 향한 성숙한 모습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년간 우리가 목도해 온 것은 오히려 불공평하면서도 불공정하기 그지없는 사회의 단면들이었다.

맷값 폭행 사건의 가해자였던 재벌가의 친인척은 집행유예로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였던 한 운수노동자는 검찰에 기소되어 곤욕을 치르는 역전 드라마가 연출된 것이 그 한 예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는 주어졌으며,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일어선 사람은 다시 올라설 수 있었으나 역설적이게도 그 패자는 정작 하루 저녁 맷값으로 수천만 원을 흔쾌히 탕진할 수 있었던 우리 사회의 강자였다.

최근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저축은행 부실사태 또한 '공정사회'의 실종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가진 자'들의 횡포와 몰염치함은 '덜 가지거나 못 가진 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회적 경쟁의 승자로 부를 축적한 이른바 VIP 고객들은 뒷배를 봐주는 저축은행 임직원과 권력자의 비호 아래 예금인출 경쟁에서마저 승리함으로써 영원한 승자가 되었다. 반면 평생 노동의 대가를 고율의 이자에 저당 잡혔던 서민예금주들은 그 모든 경쟁에서 영원한 패자일 수밖에 없었다. 묻건대 승자독식의 '불공정' 논리가 이와 어찌 다르며, 대통령이 말한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공정사회는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대통령 공약으로 대접받아 오다가 아예 백지화되어 버린 '동남권 신공항'이나 새로운 논란에 휩싸인 '충청권 과학벨트'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에서도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언급한 "지역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지역균형발전의 대의라곤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의 정의는 차별대우와 부당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에 묻혀 잊혀진 지 오래다. 큰 기업에 상생의 가르침을 일깨우려 했던 정치권력의 소박한 바람은 무소불위의 경제권력 앞에 체면을 구긴 지 오래다.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수없이 열거했던 그 많던 정의는 지금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쉽게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왜 그러하며 그 처방은 무엇인가? 집권 후반기 찾아올 레임덕을 걱정해야할 대통령과 새 내각, 청와대 참모진 그리고 4·27 재보선 이후 민심에 떠밀려 개혁의 내홍을 앓고 있는 여당이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의대 정치외교학과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15> 부산의 섬, 우리나라 해역을 경계 짓다
  2. 2이강인 U-20 월드컵 출전 확정
  3. 33분 새 두 골…못 말리는 손흥민
  4. 4유족 “경찰이 수차례 피의자 난동 묵살해 터진 人災(인재)” 울분
  5. 5“박근혜 석방해야” vs “법적 요건 못갖춰”…정치권 설전
  6. 6거인 선발 흔들리니, 불펜마저 휘청대네
  7. 7“아직도 등골이 서늘” 주민 트라우마 심각
  8. 8[동네책방 통신] 20일 시작되는 책방 스탬프투어…완주하고 럭키백 받자
  9. 9한국당, 청와대에 최후통첩…“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강행 땐 장외투쟁”
  10. 10도정 복귀 김경수, 진주 흉기난동사건 재발방지 대책 주문
  1. 1두 쪽 갈라진 바른미래 의총…'결별수순' 밟나
  2. 2이언주, 문전박대
  3. 3김학노 교수 차명진 의원에 일침 '온라인 초토화'
  4. 4한국당 "이미선 임명 강행 시 장외투쟁"…靑 겨냥 총공세
  5. 5文대통령, 내일 이미선 임명안 전자결재 할듯
  6. 6홍준표, 황교안 저격…“잘못된 시류에 영합”
  7. 7“박근혜 석방해야” vs “법적 요건 못갖춰”…정치권 설전
  8. 8한국당, 청와대에 최후통첩…“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강행 땐 장외투쟁”
  9. 9“전기료 누진제에 에어컨 사용량 포함해야”
  10. 10고성·몸싸움 ‘난장판’ 의총…결별 치닫는 바른미래
  1. 1방문객과 커팅…모델하우스 개관 이색 마케팅
  2. 2동남권 관문공항 추진 컨트롤타워 출범
  3. 3닭고깃값 30% 폭락했는데…2만 원대 치킨값은 ‘요지부동’
  4. 4국내 최대 중고차 박람회 ‘부카2019’ 19일 개막
  5. 5부산시 특례보증 확대, 수수료 0.4%로 낮춰
  6. 6“아라온호 연 300일 운항…제2 쇄빙선 건조 절실”
  7. 7미세먼지 저감투자 신항 집중…환경 열악한 북항노동자‘소외’
  8. 8금융·증시 동향
  9. 9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2.5%로 하향
  10. 10필립모리스, 담배 연기 없는 도시 프로젝트 부산·경남서 시동
  1. 1진주 살해범, 덩치 큰 남성은 안 건드려… 전문가 “심신미약 가능성 낮다”
  2. 2이회성, 이회창 친동생
  3. 3 진주아파트서 숨진 여고생, 피의자 피해 달아나기도
  4. 4조현병 뜻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증상 및 치료법은
  5. 5lg화학 미세먼지 배출조작에 사과문 “관련 생산 시설 폐쇄”
  6. 6오재원 승리 생일 파티 “직접 항공권 끊어 참석했다”
  7. 7“조현병-범죄 인과관계 없다”… 진주아파트 사건 피의자 조현병 병력 조명
  8. 8대만 지진 시내 도로가 갈라져… 대만 현지 반응 “저승가는 체험”
  9. 9'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촉발' 논문 쓴 교수들 "압력 많았다"
  10. 10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구속… 신상공개위도 18일 열려
  1. 1손흥민 골 영국 일본 중국 반응…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2. 2멀티 골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베스트 11’ 제외...토트넘 대신 맨시티 석권
  3. 3손흥민 골 넣었지만, 경고누적으로 챔스4강 1차전 출전 불가
  4. 4토트넘 손흥민 맨시티 꺾은 유니폼 누가 가져 갔을까…
  5. 5챔피언스리그 4강 일정은?
  6. 6챔스 4강 대진표 토트넘vs아약스… 리버풀·바르샤 피했지만 ‘손’ 출전 불가
  7. 7가생이닷컴 日 네티즌… 혐한 네티즌도 손흥민에 반했다
  8. 8피파온라인4, 2주 만에 정기 점검...뭐가 바뀌나
  9. 9멀티골 손흥민, 평점 토트넘 1위 맨시티에 비수 꽂았다
  10. 10토트넘 챔스 4강… 가생이닷컴 日 네티즌 “넷우익은 그저 눈물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21세기 과학기술과 부산의 미래 /박태주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가계부채 /송정호
기자수첩 [전체보기]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동의 없는 수술은 폭력이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부산 해법, 치열하게 논쟁해야 /박태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성 ‘피트’ 뗀 졸리
참치 캔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병과 갈레트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
사설 [전체보기]
진주 참사 수차례 징후 경찰 대응 안이했던 것 아닌가
중입자치료센터 지역병원과 상생 바람직한 일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성급한 여당의 입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