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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글로벌 거버넌스의 경제학 /박성조

日, 후쿠시마 원전… 자력해결 힘들어도 한·중 무시 고립 자처

이기심·오만 버려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12 21:17:4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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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부가 없어 정말 다행'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약소국가들이 강대국의 압박에서 벗어나 주권('지역적 주권')을 다시 찾은 뒤였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세계화의 필요성은 국가 간의 협력, 다국적기업의 투자 및 더욱 큰 시장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주권도 제한되어 '기능적 주권'으로 전락했다. 나아가 한 국가,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당해국가, 지역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하지 못하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최근 리비아 민주화운동에 따른 유엔안보리의 결의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종전에 이해되던 거버넌스의 새로운 시각을 촉구하고 있다. 전자는 인권문제인 동시에 특히 독재정권이 자국민을 학살하는 것이며, 후자는 선진대국, 원전대국, 기술대국 일본이 원전사고 해결에 대한 외부의 협조를 미지근한 태도로 받아들이고, 최인접국인 한국과 중국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리비아 사태의 경우 유엔의 '소극적, 선의적인 조종·조정역할'에 국한시켰던 것과는 판이한 거버넌스의 실례를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제재결의에 중국과 러시아가 기권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으나 독일도 이에 동승한 것이었다. 왜 독일이 미, 영, 불 등 서방제국의 노선과 다른 길을 갔을까? 1차세계대전 후의 '라팔로 조약'(독·소간 비밀조약)이 연상됐다면 심한 비유인가! 독일 지식인 하버마스는 메르켈 수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그는 서구의 가치관을 무시한 권력 위주의 저질 정치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에 메르켈은 "국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었다"고 변명했다. 독일의 일부 여론은 동독 출신인 그가 혹시 중국 러시아와 '새로운 연대'를 맺지는 않는지 의심하고 있다. 여하튼 독일의 기권은 '독일의 치욕'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독일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다'는 것이 정평이다.

이번에 있었던 '리비아 결의'는 중국과 러시아의 '기권'으로 가능했으나 사실상 그들의 기권은 서방의 주도권에 동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로써 국제 거버넌스에서 지금까지 '선의적 결의' 였던 인권문제가 '규범적'인 가치를 갖는다는 중요한 계기를 이룩한 것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해결방법을 국제 거버넌스 속에서 찾지않는 고집을 피우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필자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기억한다. 당시 베를린과 독일에서는 방사선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후속조치는 물론 국가 간, 사회단체 간의 면밀한 거버넌스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자력으로 사고를 해결할 수 없고 20~30년 후에는 태평양 해수가 방사성 물질로 오염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비밀이 있는가, 아니면 자존심인가? 일본은 아직도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는 동북아지역에서 매일같이 FTA 운운하지만 때론 이것이 탁상공론 같이 들린다. 일본인들이 '혼네'(본심)를 솔직히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이다. 동북아지역에서 원전에 관한 거버넌스는 일본과 중국의 빈번한 지진과 원전 집중지역을 감안하면 시급한 문제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거버넌스의 파트너인 한국과 중국(나아가서는 대만, 몽골, 러시아)을 '대등한 입장에서 파트너'로 보지않고 무시하는 점이다. 즉 거버넌스의 제일 전제조건이 없는 곳에서 동북아지역의 원전문제는 앞으로 대단히 위험한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원전문제는 일본이 인접국가들과 다투는 '섬'의 문제, 또는 한국, 중국과 갈등을 빚는 '과거청산 문제'와는 다르다. 이는 국제적 거버넌스가 시급한 인간의 생명과 관련되는 원전문제이다. 해결을 위해 이기심, 오만없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토마스 쿤은 저서 '원칙·책임'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우리는 오늘 미래의 생명에 무서운 결정을 하지만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인간의 단기적 권력은 탁월한 장기적인 사고를 필요하지 않는다'. 최근 이런 생각이 자주 필자를 사로잡는다. 우리는 일본의 이기적 도구적 합리성에 사로잡힌 꼭두각시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베를린자유대 종신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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