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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조경근

내년 선거에서도 '나가수' 출연자 같은 제대로된 정치인을 만날 수 있을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10 21:19:2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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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창의적 기획의 TV 프로그램이 하나 나왔다. '나가수'로 약칭되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그것이다. 원래의 기획과는 다르게, 서바이벌에서 탈락한 가수에게 재도전 기회를 줌으로써 시청자와 누리꾼들의 호된 지탄을 받았지만, 가수다운 가수의 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나가수'가 탄생하기까지 창의성을 가진 인재, 그의 아이디어를 인정하고 수용한 제작진, 최고 기량의 가수들을 출연시키기 위한 고심과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초반의 혼선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이 프로그램이 생생한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역할을 했다.

'나가수'의 탁월성은 여러 면에서 발견된다. 첫째, 가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가수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요즘처럼 연예인이 다방면의 재능으로 대중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 엔터테이너의 시대에는 여러 부류의 가수 또한 바람직한 면이 있다. 하지만, 가수의 생명은 누가 뭐래도 가창력이다. 이 프로그램의 최고 장점은 가수와 노래의 본래적 정의를 되찾게 한데 있다. 둘째, 대단한 가수들을 더욱 대단해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꼴찌를 탈락시키는 진행방식이 그래서 필요했다. 제작진이 아마 여러 가지 방식들을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고민 끝에, 최고의 가수들이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래하도록 만들려면 서바이벌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셋째, 노래의 감동이 담보되는 다양한 장르들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리듬 앤 블루스나 록은 대중에게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소울은 아직 낯선 장르였다. 다양성은 발전과 성숙의 의미를 내포한다. 그런 점에서, '나가수'는 우리 가요계가 세계와 경쟁할 기본을 갖추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투표 방식도 훌륭하다. 투표자를 세대별로 균형 있게 배분해서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자 애썼다. 모든 방식에는, 정도 차는 있지만,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프로그램의 취지에 매우 적합한 투표 방식을 찾았다고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나가수'가 매회 마지막에 일등과 꼴찌를 발표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바로 그 일등과 꼴찌를 가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사실, 뽑기에 의해서 주어지는, 자신의 장르가 아닌 노래를 부르게 하고 순위를 매기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올림픽 달리기에 100m 종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중장단거리 종목과 따라서 여러 금메달이 있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최고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다른 가수, 다른 장르의 노래를 최선을 다해 부름으로써 관객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고, 관객은 그들에게 최고의 찬사와 칭송을 보내는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의미인 것이다. 또한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장르의 가수 노래를 들음으로써 관객과, 심지어 같은 가수들까지 그 아름다움에 다가설 수 있게 하는 것이 훌륭한 기획이다. 경쟁하는 최고 가수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위하는 것도 보기 좋다.

내년은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한꺼번에 있는 해다. 벌써,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성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나가수'처럼 제대로 수준을 갖춘 이들 간의 아름다운 경쟁을 보고 싶은 것이 대한국민의 소망인데, 누구 말처럼 '이무기' 천지다. 오랫동안 지적되어온 문제이지만, 선거제도도 국회의원에게 유리하다. 제도를 고치는 사람들이 당사자들이다보니, 제대로 고쳐지지가 않는다. 돈 없고 배경 없는 사람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겠다더니, 아직 요원한 얘기다. 북한문제, 서민경제, 청년실업, 사교육, 환경문제, 독도, 한류 등 해결하거나 더욱 살려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한데, 각 분야를 책임질 탁월한 인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선거에서 누가 1등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주는 감동이다. 우리는 언제쯤 각자의 맡은 분야(장르)에서 제대로 된 자질과 실력을 보여주는 정치인을 만날 수 있을까.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는 매회 감동적 기량의 가수 7명이 출연했다. 자, 이제 국민을 감동시키고 있는 정치인으로 누구를 꼽을 수 있는지, 7명의 이름을 대보자.
경성대 교수·부산시민사회환경연합 상임대표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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