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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신공항 `정치 쇼`를 그만 멈춰라 /고기화

영남민심 잃기싫어 `생쇼`만 한 꼴… 부산시·국회의원도 자유롭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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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통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다 드러냈다. 국정 철학의 빈곤, 사회통합 능력의 상실, 리더십 부재, 수도권 일극주의, 책임 방기 그리고 언어유희까지. 앞으로 더는 보여줄 게 없을 성싶다. 아니, 한 가지가 더 남았을지도 모른다. 1300만 영남권 주민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도 없이 국익을 위한, 미래 세대를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결단'이란 연기를 선보이며 영남 표심에 또다시 호소할지도. '정권 재창출'이 당면 과제인 만큼. 현재의 '사나운 민심'은 곧 사그라질 것이고, 적당한 때에 '당근'을 하나 던져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수도권 공화국' 대통령에게 지방 민심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MB 정부는 고장 난 시계와 같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게 없다. 수시로 정책만 발표한다. 그리고 그게 다다. 그냥 흐지부지다.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대형 국책사업 공약(公約)마저 헌신짝 버리듯 하는 마당이니 이를 나무라는 것조차 덜떨어진 소리이긴 하지만. 포퓰리즘은 '신공항'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닌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에 해당하는 말이다. 불발로 끝난 세종시 수정안,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재검토 등 공약사업마다 갈등과 분열로 온 나라가 난장판이다. 도대체 이 정권은 지난 3년간 4대 강 사업 말고 해놓은 게 뭐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 정부엔 '감동'은 없고, '쇼'만 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정은 잘 짜여진 정치적 쇼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입지평가위원들이 각본과 연출, 주연을 각각 맡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생쇼'. 끝은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지만. 국익에 반한다고? 미래 세대에 짐을 지을 수 없다고? 지도자의 변명치곤 구차하다. 왜곡되고 해괴한 논리를 끌어들여 설득력도 없었다. 차라리 지역 표를 얻기 위해 지난 대선 때 거짓말을 했다는 고백을 하는 편이 더 나았을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총선·대선이 코앞이어서 신공항 입지를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다. 양쪽으로 갈린 영남 민심을 모두 잃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20여 년 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다. 전 정부도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MB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진작 추진했어야 할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 와서 경제성이 없어 못하겠다고? 경제성 평가와 기술적 검토도 없이 밀어붙인 4대 강 사업은? 평가 자체도 억지 짜맞추기 식으로 했지만, 근본적으론 MB 정부의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다. 지방은 대수도권 발전론의 들러리에 불과한 것이다.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일 뿐.
우리 자신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방과 지방 사람을 '변방'과 '촌놈'이라 부르는 그 잘난 '중앙'과 '서울놈'은 일단 제쳐놓고서라도. 먼저 지역 국회의원들이 온 힘을 다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정부의 신공항 입지 발표가 늦춰지자 지난해 말부터 부산 의원들 사이에 "밀양만 안 가도 절반의 성공 아니냐"라는 말이 오갔다. 뻔한(?) 결과를 내다보고 이미 출구전략을 모색해 온 터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걱정이 앞선 탓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 독자 추진도 진정성보다는 '정치 쇼'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부산시도 사정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내부적으로 '백지화' 또는 '무기 연기'를 예상한 시나리오를 짜놓고도 시민 정서와 여론을 고려해 '쇼'를 한 정황이 있다. '1 대 4'로 나뉜 타 지자체와의 협상이나 설득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지역 언론도 반성한다. 지역 민심과 이익을 대변한답시고 냉철한 판단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소홀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책임은 신공항을 백지화한 MB 정부에 있다. 이제 지방은 더 이상의 '정치 쇼'를 원치 않는다. '수도권 공화국'에 대한 환멸이 한계점을 넘어섰다. '지방' 중심의 새로운 틀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스스로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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