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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산복도로 르네상스, 줄탁지기의 지혜로 /류경희

인위적 관광상품화, 본말전도로 되레 독

고유 문화 지키려는 자발적 주민 참여로 진정한 재생 창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15 20:35:0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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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이 드리워진 가로수 길에 전차가 다니고, 마을 곳곳엔 작은 숲과 개울, 공원, 꽃밭을 겸한 공용텃밭이 있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마을문화원, 도서관이 있어 아이들 키우고 노후를 보내기에 그만인 곳이다. 자연 젊은 부부며 예술인 등 유입인구가 늘어 학교가 다시 생기고 예쁜 찻집과 특색 있는 공방들이 생겨나 젊은이들이 자주 찾게 된다. 어느덧 소공연장과 화랑이 즐비한 낭만과 예술이 묻어나는 거리가 생겨나고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문화·관광 1번지가 된다. 십년 뒤 활기와 정겨움이 넘칠 부산의 산복도로 풍경이다.

지난 18일 시가 창조적 도시재생 모델이 될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최종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신문은 지난해 기획기사인 '산복도로 리포트'이후에도 여러 번의 기사로 산복도로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21일자 사설, '통일성과 일관성 결여된 산복도로 르네상스'와 22일자 '산복도로 르네상스 3가지 과제'에서는 사업의 중요한 점들을 짚고 시의 사업 중단과 조급한 성과주의를 미리 경계하였다.

부산시가 50명 안팎의 방대한 연구 인력 풀을 구축한다니 일단 믿음이 가나 몇 가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1일자 '부산 산복도로 르네상스 알파마에서 답 찾아라'에선 리스본의 알파마를 방문한 시의원 7명이 산복도로 사업을 위해 연 관광객이 1000만여 명인 알파마 벤치마킹을 권하고 시가 적극 검토하기로 한 내용이 소개됐다. 산복도로가 원도심 재창조의 관건인 만큼 관광상품과 결부시키는 게 이해는 가지만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 되겠다. 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민 삶의 질 개선이다. 양동, 하회마을 그리고 알파마가 처음부터 관광상품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살다보니 관심과 조명을 받게 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다.

선가의 공안(화두)인 '줄탁지기'의 교훈도 상기해 본다. 줄탁지기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어미닭은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줄 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이다. 산복도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다. 주민협의체를 통한 자발적 노력이 가능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관주도의 사업으로 다시 낙후하게 되는 일회성이 아닌, 주민 스스로 주체가 되고 펼치는 지속가능한 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형균 창조도시본부장이 '재생과 창조의 시대'(2월 10일 기고)에서 문화예술의 창의력을 도시 재생사업에 적극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창조도시의 출발이란 점에서 참으로 반갑고 긍지가 생긴다. 문화예술의 창의성이 주민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온전한 활력으로 작용하기란 쉽지 않지만 많은 도시들의 사례와 고민이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 이념적이고 괴리되는 작업이기보다 내구성 있는 자재로 격조 있으면서 자연스러운 작업이기를 바란다. 일례로 담장을 제거하면 골목이 넓어지고 좋겠지만 필요한 경우, 쉬이 퇴색할 벽화와 조형물 대신 우리 담장과 지붕 양식을 응용해 내구성도 꾀하고 고졸한 멋을 내면 어떨까. 이번 사업에 우리 전통의 멋을 현대적인 해석으로 되살려 도시의 정체성을 살려보면 좋겠다. 혹은 탱자나무, 측백나무 등으로 산울타리를 만들고, 밋밋한 콘크리트 지붕에 이끼나 담쟁이를 입혀 삭막한 골목에 푸름을 더하고 새들을 부르는 건 어떨까. 가로수를 심고 되도록 작은 숲이라도 많이 만들면 좋겠다. 숲이 주는 혜택과 아름다움만으로도 큰 소득이 되지 않겠는가.

도시 어디에서도 산과 바다로 시원하게 열린 친환경적이고 아름다운 문화도시, 부산을 상상하며 높이 선 흉물스러운 건물들과 조악한 거리 풍경을 모두 지울 마법의 지우개를 꿈꿀 때가 있다. 북항재개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져 부산의 도심만이라도 새로이 태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란 제목으로 산복도로 토박이들의 소망을 실은 '산복도로 리포트' 후속편을 기획해보기를 제안한다.
문화유산해설사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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