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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부산항 순위 놀음 집착 이젠 그만 /강춘진

환적화물 유치 등 부가가치 높은 새 아이템 개발에 눈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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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은 1876년 2월 26일 개항 이후 속속 이어진 근대 부두 건립과 더불어 발전을 거듭했다. 지금은 '동북아시아 허브 항'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이 세계 3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였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의 총 길이가 지구 두 바퀴 반을 넘어설 정도다. 그런데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5위를 고수하던 물동량 처리 실적이 앞으로 10위권 밖으로 떨어져 그 위상이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자국 내 수출입 화물이 넘쳐나는 중국 항만의 무서운 성장세가 그 원인이다.

부산항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처리한 물동량 실적이 중국 광저우 항에 7000TEU 뒤져 세계 6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닝보-저우산 항보다 2만8000TEU 모자라 또 6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두 달 연속 월간 물동량 처리 실적이 8년 동안 고수하던 세계 5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주저앉은 부산항에 대해 일부 전문가 그룹에서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그들의 우려스러운 지적을 이해한다. 우리는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을 놓고 오랜 기간 세계 3위니 5위니 하는 순위 놀음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이제 항만의 물동량 처리 실적이라는 순위 놀음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은 자국 내 수출 화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물동량 실적이 오른다. 게다가 수출한 컨테이너를 빈 껍데기 상태로 회수할 때도 실적으로 집계된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가 일시에 주저앉지 않는 한 부산항은 물동량 순위 경쟁에서 중국 항만에 밀릴 수밖에 없다.

사실 세계 5위를 어렵게 수성했다는 지난해에도 월별 실적에서 1월과 8월, 9월, 12월 등 네 차례나 중국 광저우와 닝보-저우산 항에 5위 자리를 번갈아 내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지난해 7월과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2개월 연속 5위 자리가 무너져 지난 1월 역대 최대 물동량 처리 실적을 올리고도 부산항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여기서 한 번 따져보자. 정부에서 '투-포트' 정책, 심지어 '멀티-포트'라는 확대 정책까지 내놓으며 국내에 추가 항만 건설을 열을 올리고, 이들 항만 유지를 위해 국내 수출입 물동량을 분산 배치하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부산항은 선전한다고 자부해도 좋다. 어쩔 수 없이 수출입 화물 분산 정책을 쓰는 정부가 물동량 처리 실적을 항만 경영 평가에 반영하려는 이율배반적인 자세가 더 우려스럽다.

부산항은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화물을 유치하는 데는 입지 조건 등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부산항의 환적화물 유치 실적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탄중팔레파스 항 등에 이어 매년 세계 3위 안팎을 오르내린다.

부산항의 물동량 유치 확산 정책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세계 주요 항만이 매년 컨테이너 처리 실적을 집계해 발표하는 총량지표가 항만별 특성과 경쟁력(중심 항, 연계성, 서비스망의 우수성 등)을 나타내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정부에서 국내 수출입 화물을 전국의 여러 항만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마당에 총량 순위 경쟁에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다. 대신 동북아시아 중심 항으로서 세계 각국과 연결되는 거미줄 서비스망 등을 확충하고, 더 나아가 컨테이너 유치에 이은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눈을 돌리는 등 미래지향적인 항만 정책이 나와야 한다.

국내 산업과 세계 경제 흐름, 계절적인 요인 등에 따라 항만 물동량은 부침을 거듭한다. 개발시대에 호들갑을 떨었던 순위 놀음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부산항은 재래부두 재편작업과 신항 개발 등으로 전기를 맞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사람들이 잘 쓰는 이른바 '발상의 전환'과 항만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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