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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랍세계의 민주화운동과 서구의 양심 /박성조

약 20년 간격으로 세계 민주화 바람… 이슬람권에 이어 북한에도 불었으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01 20:19:0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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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천심 (Vox populi, vox dei)이란 원칙은 서양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와 국적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관이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회오리는 불과 몇 주 만에 중동 아프리카 전역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호의호식에 탐닉된 독재자는 정신나간 늑대처럼 갈팡질팡하고 있다. 황급히 외국으로 도망을 가거나,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또는 시위하는 국민들을 무참히 살상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민주화를 위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독재자의 말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2차대전 후 민주화는 약 20년 간격으로 세계화되고 있다. 필자의 민주화 20년 주기설이다. 민주화의 세계화는 1950년대 시작되었다. 그때 식민지였던 많은 나라들은 식민독재에서 해방되어 민주화에로 첫 시도를 했으나 대부분의 경우 실패하고 권력을 장악한 집단은 자국의 군인들이었다. 1970년대 들어 비로소 자국민들에 의한 '민주화'는 군사독재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칸트의 말을 빌리면 '이성을 찾은 성인들의 계몽운동'이었다. 1990년대초에는 특히 동구 국가들의 스탈린식 이념, 일당 독재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공산블록이 붕괴되고, 동구국가들은 서구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찾았다. 이를 체제변혁이라고 한다. 이를 유도한 사람은 고르바초프의 리더십이었다. 현재 우리들이 관망하고 있는 아랍에서 민주화혁명의 기여자는 젊은세대이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정보교환을 하며 연대조직을 꾸려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세계의 역동적인 흐름을 관망하면서 '가치관'과 끊임없는 다툼을 하고 있는 사회과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2차대전 후 미국에서 시작된 후진국들의 민주화 및 근대화를 통한 세계사회에로의 통합을 목적한 '개발정책'은 선진국들의 이기주의 도구로 전락하고, 선·후진국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말았다. 1990년대 초 서구에서 효시한 동구 제국의 민주주의화 및 자본주의화는 형식적인 차원에서는 다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회과학은 개발정책, 체제변혁이라는 두가지의 도전에 이렇다할 과제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나 한국에서는 문제의식의 결핍이 더욱 심하다. 이러한 와중에서 최근 미얀마, 태국, 중국은 서구 선진국들의 헌법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들을 자국내로 부르고 있다. 그들이 알고자 하는것은 '독재체제로부터 어떠한 과정을 거쳐 민주화'로 갈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필자의 동료인 한스 요아힘 맹겔 교수(헌법학, 정치학)는 동독인들을 민주화하는 데 가장 오랜 현장경험을 갖고 있다. 하메드 압댈-사마드 (이집트 출신 기자, 정치학자)는 작년에 '이슬람 세계의 몰락'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판했다. 그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슬람세계의 몰락을 예언했다. 인터넷족인 젊은세대의 역동성, 이슬람교의 개혁회피, 왕족중심 독재의 치부, 빈부격차의 심화 등을 그 이유로 열거했다. 이슬람세계가 몰락하면 수많은 피난민들이 유럽으로 밀려 올 것이며, 그들은 자국에서의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갈등을 그냥 그대로 유럽으로 이식하여 슈펭글러가 말한 '서양의 몰락'을 유도할 것이라고 끝을 맺는다. 그의 종결론이 맞을는지 알 수 없다.

여하튼 민주화의 세계화(보편화)는 계속될 것이다. 걸림돌은 서구지도자들의 비겁한 기회주의이다. 인권존중이라는 원칙과 이익극대화를 위한 이기주의 간의 선택에서 후자를 우선 시행하는 것이다. 이 괴리는 민주화의 보편화 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슬람세계의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서구국가들의 추종자들이다. 서구지도자들은 이슬람세계 독재자들의 인권유린에 침묵하면서,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고, 원조 및 무기공급을 계속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이 지역의 '안전'이 유지되었다고 한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고, 수단이 신성화되었다. '안전'을 위해 독재자들은 민주화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해왔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지금도 민주화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다. 북한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민주화에는 20년 주기화론이 맞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에는 북한의 김정일 유일독재가 너무 잔혹하다.

베를린자유대 종신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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