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연초부터 북한이 대화공세를 펴면서 한 차례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열리는 등 잠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이내 한반도 상공에는 다시 냉랭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터에 나온 북한의 동창리 새 미사일 기지 완공 소식과 3차 핵실험 준비설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고 있는데 김정일 차남 정철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다이아몬드 쇼핑을 하고, 에릭 클랩튼 공연을 즐긴 사실들이 덩달아 알려지면서 북한에 대한 시선이 더욱 싸늘하다. 얼마 전 경제난 속에서 화려하게 치러진 김정일 69회 생일잔치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우울한 북한 정보 홍수 속에서 그나마 우리의 주목을 끄는 다소곳하게 숨어있는 뉴스가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난 해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정부가 취한 '5·24 대북제재조치'와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남북교역은 거의 중단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직도 개성공단 공장이 가동되고 있느냐며 묻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전쟁 국면까지 치달은 지난해 2010년 개성공단 관련 남북 교역규모가 14억4286만 달러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9억4055만 달러에 견줘 무려 53.4%나 증가한 수치이다. 개성공단 교역은 2004년 이래 조금씩 성장세를 보였으나, 2009년까지는 10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더구나 개성공단 교역의 큰 증가에 힘입어 2010년 남북교역 총액은 19억1225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역설적이게도 강력한 대북제재를 부과한 지난해 교역규모가 이전 2009년 16억7908만 달러에 견줘 13.9%나 늘어난 것이다. 물론 교역증대에서 생긴 수익은 공단에 입주해 있는 120여 우리 중소기업들 몫이다. 북한은 다만 근로자 임금만 챙겨간다. 현재 공단에 근무중인 북측 근로자는 4만6000여 명이다.
개성공단은 분쟁지에 핀 꽃과 같다. 장애물은 여전히 많다. 얼마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입주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관계가 최악의 경색국면으로 치닫자 개성공단 입주업체 10개 중 3개만 현재 경영여건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영활동의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44.4%가 '정치군사적 긴장'을 꼽았다. 이어 '북측의 불확실성'(33.3%), '원부자재 반출입 제한'(29.2%), '남측근로자 체류인원 제한'(29.2%), '임금체계 및 노동관행'(23.6%) 등 순이었다.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전체의 66.2%가 '관리인력의 상주와 자유통행'이라고 답했다. 이는 '정치군사적 긴장 해소'(52.1%)문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거의 전쟁직전까지 이른 지난 해 개성공단 교역액이 14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다면, 과연 정치군사적 긴장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수년 안에 100억 달러 돌파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남한경제에 미치는 생산, 부가가치, 고용 등의 유발효과를 고려하면 개성공단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산업입주연구소는 개성공단이 세워진 2005년부터 2010년 9월까지 남한경제에 미친 생산유발 효과가 모두 47억4368만 달러(5조2668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13억7817만 달러(1조5275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9억3548만 달러(1조463억 원)의 수입유발효과가 발생했고, 1만9721명의 고용자를 포함해 2만7547명의 취업자가 유발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정도면 개성공단사업은 남북관계 절망 속의 희망이라고 평가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처럼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경제 모두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는 만큼 시너지를 최대한 넓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같은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지금 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개성공단의 자생력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남북관계의 앞날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에 대한 온갖 첩보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개성공단 사업이라도 남북관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푸는 두레박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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