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노는 정부'가 유능한 정부다 /박희봉

치적 욕심 과하면 나라살림 망쳐… 성심을 가져야 국민이 편안하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미국에서 불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추모열기는 생뚱맞다. 21세기 이 광명천지에 다른 것도 아니고 탄생 100주년이란다. 무슨 성인(聖人)도 아닌데 말이다. 1981년 대통령에 취임했으니 집권 30주년이라면 또 모를까. 얼핏 보면 황당하지만 달리 보면 그렇지 않다. 최근 들어 그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데다 흠모할 만한 대통령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장수 재무장관이었던 도날드 리건은 "대통령과 단 둘이 1분 이상 함께한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정책의 목적이나 목표를 말하지도 않았고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적도 별로 없다고 한다. 언론에선 이를 '상징 통치'라 이름 붙였다. 각료회의가 열려도 그는 땅콩과 사탕만 소모할 뿐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니 '대통령직을 가장 즐긴 대통령'이란 평가가 틀리지 않다.

그야말로 '노는 대통령'이었던 그가 추모의 대상이 된 것은 이유가 있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기고 푸근한 얼굴, 부드러운 음성은 편안함을 주는 장점이 있다. "머리를 숙이는 걸 깜빡했지 뭐야. 영화에서는 잘도 했는데 말이야." 저격수의 총탄을 맞고 수술한 뒤 낸시 여사에게 한 이 말은 최고의 유머로 회자된다. 그만큼 그는 푸근함과 여유로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익은 대통령이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았지만 그의 재임시절은 영광의 시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와 긴 호황기가 원인이었다. 물론 이런 업적이 개인적인 역량에 의한 건 아니었다. 그의 정책은 대부분 민간연구소의 보고서와 일치한다. 정책의 기본틀을 전문집단에서 가져오고 집행은 장관들에게 맡긴 게 그가 한 전부였다. 경제를 몰랐던 신군부 시절 경제가 잘 굴러갔다는 역설도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시스템에 의한 정치, 그게 요체였다.

어찌 보면 시대가 레이건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긴 하되 다른 사람이었다면, 하고 가정해 보면 똑같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또다른 인물이 그만큼 진심으로 다가가고, 사람들을 위하며, 편안함을 가져다 주긴 힘들기 때문이다. 레이건의 부활을 보면서 결국 성공적인 정치란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민의 마음이 모이면 간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민주화나 외환위기 극복의 경험이 말해 준다.

레이건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만의 정의를 믿고, 강한 의지로 밀어붙였지만 결국 일방주의는 파탄으로 귀결됐다. 한마디로 '교조주의' 정치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데 실패한 대통령의 전형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전·현직 대통령도 닮은 점이 있다.

치적에 대한 과잉 욕심은 교조주의 대통령의 맹점이다. 이들은 방향을 정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이 그렇고, 세종시가 그랬다. 문제는 한번 벽에 부딪히면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이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그 좋은 예다.
이명박 정부는 곧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과연 무엇이 남았는지 궁금하다. '7·4·7' 공약은 허언이 됐고,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북 정책도 물 건너갔다. 4대강 사업은 여전히 의문부호다. 각종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하면서 '불임 정권', '식물 정부'란 말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남은 2년은 더욱 힘겹다.

이명박 정부가 잔여 임기를 잘 마무리하려면 치적에 대한 과잉의욕과 일방주의를 버리고 귀를 열어야 한다. 정권의 의지가 아니라 정부의 공적 시스템으로 돌아와야 무리가 없게 된다. 개헌 등으로 날이면 날마다 갈등과 반목이 지속돼서는 국민들이 편안하기 힘들다.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성심을 가져야 한다. 역사적 평가니, 뭐니 하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아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버림으로써 지키는 지혜, 그것이 지도자의 제1 덕목이다. 세상은 지도자의 지식이나 의지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성심은 돌부처도 눈물 짓게 한다. 진심을 갖고 국민에게 다가갈 때 국민은 행복하고, 사회는 따뜻하며, 국가가 당당해진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 탈출로 찾아내야 할 평양 정상회담
어른들은 모르는 방탄소년단의 ‘방탄’세상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활력이 넘치는 교토의 특별한 비밀
부산에 누워 있는 에펠탑이 있습니다
기고 [전체보기]
‘Going Together’ 캠페인으로 선진 정치문화를 /이대규
리차드 위트컴 장군과 세계시민정신 /강석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지영 논란’ 유감 /이승륜
한국당 부산의원, 더 반성해야 /정옥재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생활 SOC: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한여름의 몽상: 부산의 다리들이 가리키는 ‘길’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미스터 션샤인’ 오해
통일 vs 평화공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김경수·오거돈 선거공약 1호 운명은? /김희국
시, 독립투사 발굴 앞장서야 /유정환
도청도설 [전체보기]
폼페이오 추석 인사
백두에 선 남북 정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고요한 물
폭서(暴暑)와 피서(避暑)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교육부가 만드는 ‘대학 살생부’
박창희 칼럼 [전체보기]
서부산 신도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설 [전체보기]
공급 확대로 선회한 주택정책, 지방은 뭔가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부 개혁의 시작일 뿐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연금 개혁, 공론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복지국가 뉴딜’이 필요하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미친 집값과 서울 황폐화론
포스트 노회찬, 정의당만의 몫일까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