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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구제역, 또다른 '시한폭탄' /정상도

살처분 소·돼지 매몰지 상당수가 상수원과 인접…2차 환경오염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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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부산에 폭설이 내렸다. 어린이들은 신이 났지만 빗나간 예보와 역부족인 제설 작업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행정력이 시민들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폭설은 당일 그쳤고 다음 날 날씨가 좋아 도시는 빠르게 정상을 회복했다. 7㎝ 남짓한 강설량에 '눈폭탄'이라는 수사를 달았지만 지금 우리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 구제역 이야기다.

구제역 발생 이후 살처분된 소·돼지가 330만 마리를 넘었다. 소·돼지 4마리 중 1마리가 땅속에 묻힌 것이다. 구제역 확산 방지에 사용된 재정 규모도 어림잡아 3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초동 방역 실패와 백신 접종 실기 등 정부의 안이한 대책이 재앙을 불렀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더해 전국 4000곳에 이르는 구제역 매몰지의 2차 환경오염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침출수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어떤 환경 재앙을 불러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매몰지 상당수가 상수원과 인접해 있다. 촌각을 다투며 이뤄진 살처분 매몰로 인해 제대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비탈에 위치해 붕괴 우려가 있는 곳, 동물 사체의 침출수로 인한 하천 오염이 우려되는 곳, 저지대에 위치했으나 충분한 배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침수 우려가 있는 곳, 붕괴와 침출수 유출 우려가 모두 높은 곳 등이 그 예이다. 게다가 매몰지를 둘러싸는 2중 비닐이 찢어지거나 침출수 배출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도 지적되고 있다.

관련 매뉴얼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관련 지침은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 행동지침'과 환경부의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지침'이 있다. 동물의 사체에서 발생하는 살모넬라균 등은 장티푸스나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균으로 주로 지하수로 오염된다. 그만큼 매몰할 때 지하수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농림부의 매뉴얼은 살처분 장소를 가급적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는 곳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환경부 매뉴얼의 경우 탄저병을 일으키는 바실러스균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미생물은 흙 속에서 포자상태로 존재하다 기온이 올라가면 동물 사체를 영양분으로 활발하게 번식한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초동 방역 실패에 더해 2차 환경오염 피해를 막을 준비도 부족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이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4월 중에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 상황을 알려주는 '오염경보시스템'을 구축한다. 대형 매몰지 주변 관측정에 침출수 경보기를 부착하고 EM(항산화 작용 등으로 냄새를 제거하는 생물)과 구연산 유산균 등을 이용해 매몰지 주변의 악취를 제거하기로 했다. 매몰지 관리 인력도 보강한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이 정도의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또 감염 경로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영국 동물보건연구소의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안동 바이러스는 베트남 바이러스와 관계가 없는 데도 정부가 이를 은폐해 축산농가에 구제역 책임을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안동의 한 양돈 농장주가 구제역 발생 전 베트남에 다녀온 사실을 바탕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정확한 감염 경로 확인은 또다른 구제역 사태를 막는 첫걸음이다. 이를 토대로 초동 대응과 매몰에 따른 2차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당연히 축산당국의 책임 추궁도 뒤따라야 한다. 행정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축산 관계자들은 "예년의 경우 구제역은 4월께 기온이 상승하면서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4월부터 침출수 및 악취와 또다른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출범 만 3년째를 맞는 오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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