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행복과 불행 - 회귀효과? /김충락

건강 명예 재산 등을 행복 잣대로 말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만족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24 20:51:25
  •  |  본지 3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수학능력시험에서 같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두 명 있다. 그런데 한 학생은 울상이고 또 다른 학생은 환호성을 지른다. 울상인 학생은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고 느끼고, 환호를 지른 학생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대란 무엇인가? 그간의 모의고사 성적이나 학교시험 등에서 예상되는 수능성적이다. 즉, 두 학생은 성적은 같지만 눈높이는 완전히 달랐다.

인간은 탄생 직후 여러 가지 객관적인 기준이나 잣대로 규정지어져 간다. 키, IQ, 성적, 입학한 대학, 취업한 직장, 연봉, 보유 재산…. 물론 객관적 기준이나 잣대가 적용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지만 "나는 키가 크다", "나는 가난하다", "나는 일류대학을 다닌다" 등은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평균에 비해 얼마나 낮고 높은가의 상대적 평가로 체감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상대적 체감이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큰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행복과 불행의 요인이 되는 것 중에서 본인의 부분도 중요하지만 부모나 자식의 부분도 중요하다. 인생의 전반기는 주로 부모와 본인의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후반기는 주로 본인과 자식의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모, 본인, 자식은 유전적으로 결합돼 행복과 불행의 요소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식 간의 여러 가지 잣대에 대한 우생학적 연구를 처음 한 사람은 1885년 영국 생물학자 프란시스 갤턴이다. 그는 1078쌍의 아버지와 아들(성인이 된 아들)의 키를 분석한 결과 아버지의 키가 평균보다 큰 경우 (예를 들어 180㎝) 자식은 180㎝ 이하가 될 확률이 높고, 아버지의 키가 평균보다 작은 경우 (예를 들어 160㎝) 자식은 160㎝ 이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좀 더 쉽게 얘기하면 아버지 키가 180㎝인 사람이 10명 있을 때 그들의 자식 10명 중 3명은 180㎝보다 크고 나머지 7명은 180㎝ 이하가 되고, 거꾸로 아버지 키가 160㎝인 사람이 10명 있을 때 그들의 자식 10명 중 7명은 160㎝보다 크고 나머지 3명은 160㎝ 이하가 된다는 사실을 보였다. 즉, 키가 큰 사람의 자식은 부모보다 작아지려는 경향이 있고, 키가 작은 부모의 자식은 부모보다 커지려는 경향이 있다. 그는 부모와 자식 간의 IQ에 대해서도 같은 자료를 수집해 유사한 경향이 있음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에서 갤턴이 내린 결론은 '평범으로의 회귀' (Regression towards mediocrity)이다. 회귀(回歸)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평균에 가까이 가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갤턴은 이러한 현상을 회귀효과라 불렀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회귀효과로 설명해 보자. 한국의 부모, 특히 일류대를 나온 부모는 자식도 일류대에 진학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일류대를 나온 부모의 자식 중 그 여망에 부흥하는 자식은 약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그 이하의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크다. 즉, 일류대를 나온 부모의 70%는 자식의 진학 문제에 있어서는 불행을 경험하게 된다. 재산도 마찬가지다. 평균 이하의 가난한 집은 자식 세대에서 부모세대 보다 물질적으로 더 풍요해질 가능성이 70%이며 더 가난해질 비율은 약 30%다. IQ 140의 부모 중 자식이 그 이상이 될 확률보다 그 이하일 확률이 더 높다. 전체적으로 건강 재산 학력 등 평균 이상의 부모, 즉 돈 많고 일류대 나온 부모들로서는 자식들이 그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행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가난하고 학벌이 낮은 부모로서는 자식들이 그 수준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행복할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서 행복의 정도도 회귀효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래서 세상은 공평한 것인가? 부자 3대 없다는 것도 유사한 얘기다. 부자가 3대로 이어질 확률은 약 30%×30%로 10%가 채 안된다.
한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규정짓는 요인은 다양하다. 건강, 명예, 재산 등이 주로 언급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개인의 만족도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라면 회귀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수긍하면서 건강, 명예, 재산에 대해 눈높이를 조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산대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