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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지는 포퓰리즘(Populism)인가 /차재권

정부나 집권여당, 양극화는 무시하고 정치이익 노리는 게 오히려 포퓰리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17 20:16:4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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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복지 포퓰리즘'을 둘러싼 정치권의 날선 논쟁이 뜨겁다. 무상급식을 강행하려는 서울시의회와 이를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우는 오세훈 서울시장 간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그 와중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국형 복지'라는 선제 카드를 내밀었고, 민주당은 '무상복지' 카드로 이에 응수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여당 정치인들이 이런 저런 말을 보태면서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복지'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보수진영에서는 연일 민주당의 '무상복지' 주장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안보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복지'의 화두를 던진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듯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선동정치적 포퓰리즘이라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듯 포퓰리즘은 그 자체로 매우 다의적이며, 어찌 보면 무정형의 개념에 가깝다. 즉 물처럼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인민주권에 기초한 하나의 강력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일반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여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단순한 선동정치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복지'의 이념이 일시적인 선동정치의 구호를 넘어 국가가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보편적 복지'는 결코 단순한 선동적 포퓰리즘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논쟁의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포퓰리즘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먼저, 그들에게는 포퓰리즘이 지닌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의 포퓰리즘 논쟁은 인민주권의 회복을 지향한다는 포퓰리즘의 원형질을 애써 무시한 채, '감성자극적 단순정치의 도구'라는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포퓰리즘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낳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가 서울시의회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에 맞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태도에도 이런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 묻어난다. 그들이 '복지 포퓰리즘'이라 비판해 마지않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의 이슈들은 이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지난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었거나 법안 형태로 발의한 바 있다. 이는 자신들의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자가당착적 행위일 뿐이다.

포퓰리즘을 '무뇌아'인 대중과 그런 대중을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유혹하는 선동적 지도자의 합작품 정도로 여기는 경향도 문제이다. 이는 철저하게 대중의 정치적 자각 능력을 폄하하는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다. 대중은 결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복지 포퓰리즘' 선동에 휘둘리는 그런 무지하고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 복지'를 갈망해온 대중이 '복지 포퓰리즘'을 추동해 낸 능동적 주체일 수도 있다. 포퓰리즘적 선동정치가 먹혀든 배경에는 1990년대 이후 강화된 신자유주의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변화가 깔려 있다. 시장경쟁이 강화되고 복지국가의 이념이 후퇴하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그 결과 소수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혐오가 포퓰리즘적 선동정치를 가능케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최근 잠재적 대선후보들 사이에 때 이른 복지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가장 보수적인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일찍부터 '한국형 복지'의 화두를 던진 것도 사회 양극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대중의 박탈감을 달래지 않고서는 대선 경쟁에서의 승리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투쟁에 대중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은 대중영합주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치체제가 대의민주주의에 입각하고 있는 한 우리의 대중정치는 포퓰리즘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감성적 자극에 호소하는 선동주의적 포퓰리즘이지 인민주권 회복을 희구하는 원형적 의미에서의 포퓰리즘은 아닌 것이다.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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