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시론] 복지는 포퓰리즘(Populism)인가 /차재권

정부나 집권여당, 양극화는 무시하고 정치이익 노리는 게 오히려 포퓰리즘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17 20:16:49
  •  |  본지 3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복지 포퓰리즘'을 둘러싼 정치권의 날선 논쟁이 뜨겁다. 무상급식을 강행하려는 서울시의회와 이를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우는 오세훈 서울시장 간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그 와중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국형 복지'라는 선제 카드를 내밀었고, 민주당은 '무상복지' 카드로 이에 응수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여당 정치인들이 이런 저런 말을 보태면서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복지'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보수진영에서는 연일 민주당의 '무상복지' 주장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안보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복지'의 화두를 던진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듯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선동정치적 포퓰리즘이라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듯 포퓰리즘은 그 자체로 매우 다의적이며, 어찌 보면 무정형의 개념에 가깝다. 즉 물처럼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인민주권에 기초한 하나의 강력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일반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여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단순한 선동정치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복지'의 이념이 일시적인 선동정치의 구호를 넘어 국가가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보편적 복지'는 결코 단순한 선동적 포퓰리즘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논쟁의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포퓰리즘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먼저, 그들에게는 포퓰리즘이 지닌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의 포퓰리즘 논쟁은 인민주권의 회복을 지향한다는 포퓰리즘의 원형질을 애써 무시한 채, '감성자극적 단순정치의 도구'라는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포퓰리즘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낳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가 서울시의회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에 맞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태도에도 이런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 묻어난다. 그들이 '복지 포퓰리즘'이라 비판해 마지않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의 이슈들은 이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지난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었거나 법안 형태로 발의한 바 있다. 이는 자신들의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자가당착적 행위일 뿐이다.

포퓰리즘을 '무뇌아'인 대중과 그런 대중을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유혹하는 선동적 지도자의 합작품 정도로 여기는 경향도 문제이다. 이는 철저하게 대중의 정치적 자각 능력을 폄하하는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다. 대중은 결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복지 포퓰리즘' 선동에 휘둘리는 그런 무지하고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 복지'를 갈망해온 대중이 '복지 포퓰리즘'을 추동해 낸 능동적 주체일 수도 있다. 포퓰리즘적 선동정치가 먹혀든 배경에는 1990년대 이후 강화된 신자유주의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변화가 깔려 있다. 시장경쟁이 강화되고 복지국가의 이념이 후퇴하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그 결과 소수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혐오가 포퓰리즘적 선동정치를 가능케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최근 잠재적 대선후보들 사이에 때 이른 복지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가장 보수적인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일찍부터 '한국형 복지'의 화두를 던진 것도 사회 양극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대중의 박탈감을 달래지 않고서는 대선 경쟁에서의 승리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투쟁에 대중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은 대중영합주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치체제가 대의민주주의에 입각하고 있는 한 우리의 대중정치는 포퓰리즘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감성적 자극에 호소하는 선동주의적 포퓰리즘이지 인민주권 회복을 희구하는 원형적 의미에서의 포퓰리즘은 아닌 것이다.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보이스피싱, 알면 당하지 않아요 /김철환
활동보조인 휴식제는 누굴 위한 것인가 /이성심
기자수첩 [전체보기]
윤창호 가해자를 향한 분노 /이승륜
거리로 내몰리게 된 대학강사들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명연설이 듣고 싶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학생 학교 선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자치 후퇴는 안 된다 /김태경
거장작품 살 돈 없는 미술관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최호성 신드롬
햄버거 만찬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낙동강 재첩국’ 지켜온 40년
온천욕과 복국
사설 [전체보기]
도입 한 달 제로페이 정착까지 개선할 점 많다
채용비리 확인 공동어시장, 환골탈태 나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시민행복지표’ 개발도 좋지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