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신년운수 /배유안

하늘이 날 돕도록 스스로 날 돕는 것, 재수 좋은 한 해 보내는 최고의 방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07 21:31:30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유치한 거지만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닐 10대 때에는 소위 명언이나 명문장 등을 나만의 공책(특별한 비밀노트가 아니고 그 시절엔 대부분 그런 거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이나 책상 앞에 적어놓고 감동으로 가슴 벅차하고 어쭙잖은 결심 같은 것을 하곤 했다. 삶의 절망을 경험해 보지도 않고 푸쉬킨의 시구(詩句) '삶이 너희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라든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사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 에 가슴이 저렸던 것은 어떻게 된 것이며, 아직 연애할 나이도 못 된 때에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같은 황동규의 시구에 매혹됐던 것은 또 어찌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런 글들을 통해 세상은 절망할 것들이 많으며, 그래도 내일의 새로운 희망을 가져야 하며, 사랑에 아파하고 그리움을 일상처럼 안고 사는 게 인생이 아닐까 하고 앞으로 내가 살아가게 될 세상을 나름대로 짐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는 '절망'이나 '아프다' 같은 말을 마치 '황홀하다'는 말과 동일어인 양 착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미리 감격하고 미리 마음을 다잡고 미리 설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30대쯤, 정작 세상살이에 이리저리 부대껴 절망하고, 그야말로 아플 때에는 예전에 그랬던 걸 문득 기억해내고 '알지도 못하면서 참 유치했었다'며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같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유치하다는 판정과 함께 다시 잊혀졌다.

그런데 또 한세월이 지나 요즈음은 일상의 작은 마디마디에서 그 유치한 기억 속의 글 조각들이 자꾸 되새겨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도 예전에 맛보지 못했던 고영양가를 가지고서. 그 중에 하나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뻔하다 못해 손이 오그라들 것 같은 글귀이다. 요즘처럼 '복'이라는 말을 넘치도록 주고받을 무렵에는 그야말로 '명언'으로 되새기게 된다. '하늘은 스스로 복을 만드는 자에게 복을 준다'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바다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덕택에 자주 일출과 월출 장면을 보는데 그때마다 나약한 인간본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나는 나도 모르게 소원을 빌고 있다. 받고 싶은 복이나 이루고 싶은 소원은 수없이 많지만 양심상 하나만 고르는데도 몇 개가 늘 추신으로 붙는다. 하지만 마무리는 '그걸 위해 해와 달과 하늘이 나를 돕도록 내가 무엇을 도와야 하지?' 로 한다.

매년 1월 1일에는 마루에 신문 넓게 펼쳐 놓고 그해 각 장르의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는 것이 큰 기쁨인데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당선작을 위해 작가가 스스로를 지독하게 도왔구나 하는 것이다. 이걸 발견하는 기쁨과 자극 때문에 당선작들을 훑는지도 모른다.

복이라는 말 못지않게 연초에 자주 쓰는 말이 재수라는 말이다. 할머니들이 부적을 써 오는 것도 대개 재수 부적이다. 언젠가 무심결에 과속으로 달리다가 경찰에 딱 걸려 딱지를 떼인 적이 있다. 과속카메라가 없던 때다. 몇 만원의 돈이 하도 애통하여 "오늘 정말 재수 없어"라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나에게 중학생이었던 아들이 말했다. "엄마, 그건 재수가 없는 게 아니라 엄마가 잘못한 거잖아요." 한순간 아들 앞에서 무지 부끄러웠지만 그때 깨달았다. 대부분의 재수 없는 일은 내가 만든 거라는 걸. 그러니까 재수 좋은 일도 대부분 내가 만드는 거였다. 재수 좋게 만들기, 그 역시 하늘이 나를 돕도록 스스로 나를 돕는 일이었다.

올해, 나는 나를 엄청 돕고 싶다. 하늘이 돕지 않을 수 없도록. 헤르만 헤세는 경건한 선교사 집안에서 교육을 받았으나 신학교에 다니던 중 "시인이 되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되지 않겠다" 며 신학교를 뛰쳐나와 시를 썼다. 그의 수많은 시와 소설에 젊은 날의 종교적 혹은 인간적 성찰들이 진하게 배여 있다. 그 문학적 성취도 성취지만 나는 헤세가 스물이 되기 전에 자신이 죽어도 해야 할 일을 찾았다는 게 부럽다. 스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죽어도 이걸 해야겠다 싶은 거, 아니면 죽어도 이걸 써야겠다 싶은 거 발견한다면 올해가 얼마나 진할 것인가? 그야말로 신년운수 대통 아닌가? 내가 나를 어떻게 도와야 하나?

동화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4. 4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5. 5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8. 8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9. 9[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0. 10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9. 9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5. 5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10. 10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1. 1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2. 2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3. 3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4. 4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5. 5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6. 6[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어떤 ‘최장수’ 기록
프랑스를 망친 결정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동행명령 외면한 지광스님, 법적 책임 물어야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