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보이지 않는 선생님의 향기 /박창희

초등생이 뽑은 '자랑스런 스승상'… 위기의 교육계 새 희망 보는 듯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선생님의 눈시울이 살포시 떨렸다. 그리고 이내 눈물 두어 방울이 맺혔다. 눈시울을 뜨겁게 한 것은 제자들, 그것도 꼬맹이들이 쓴 글 때문이었다.

' …나는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외모도, 성적도,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선생님을 만나면서 내게 글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아이들의 장점을 발견하려고 애쓰시고, 잘하는 부분엔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셨다. 어느 날 선생님이 교내 글짓기 대회에 나가볼 것을 권했다. 용기를 냈다. 주변에선 나를 놀려댔다. 부모님조차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선생님의 미소와 칭찬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 그 결과 부산학생예능대회 생활문 쓰기에서 당당히 1등인 대상을 차지했다. 교문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었다. 가장 먼저 선생님이 떠올랐다. 내 마음속 영원한 최고의 선생님…. 앞으로 나는 더 많은 도전을 해 볼 것이다.'

부산 북구 대천리초등학교 6학년 김세은 학생이 쓴 '나의 꿈을 찾아 주신 선생님'이란 글이다. 글감이 된 이는 이 학교 정경환 선생님. 순수함과 재치가 묻어난 아이의 글을 읽자 선생님은 만감이 교차했다. 이토록 보람 있는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거울엔 선생님이 비쳐 있었던 것이다.

'…우리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무척 좋았다. 예쁘고 부드러운 선생님의 모습이 마치 우리 엄마를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날마다 주제를 정해 일기를 쓰게 하신다. 관찰일기, 요리일기, 독서일기, 계절일기, 실험일기 등등. 그리고 다음날 일기장에 깨알처럼 쓰여 있는 선생님의 댓글을 읽는 것은 나의 큰 기쁨이다. 내가 얼마나 선생님의 댓글을 기다리고 좋아하는지 아실까? 나는 고민이랑 속상한 일, 기쁜 일 그리고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일기장에 적는다. 선생님은 내 고민을 진지하게 읽어 주시고, 갖고 싶은 것을 갖게 하는 방법도 알려주신다….'

부산진구 당감초등 4학년 백채윤 어린이는 이 학교 김순화 선생님을 자랑했다. 제목은 '해피 바이러스 우리 선생님'. 글을 읽노라니 교실의 행복 바이러스가 전파돼 오는 듯 마음이 밝아진다.

'쉿! 향기나무의 비밀 이야기'를 쓴 사상구 덕상초등 4학년 윤지영 어린이는 이 학교 조보원 선생님을 '향기샘'이라 부르며, 교실에서 행해지는 '향기다짐'을 소개한다. '향기다짐'은 '향기샘'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다짐으로, 감사 노력 도움 믿음 사랑 배움 성실 예의 자유 칭찬 코믹 토크 포용 행복 등을 일컫는다. 교실에서 전해지는 향기에 코가 벌름거려진다.

이 이야기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2010 선생님 자랑대회'(부산시교육청 주최, 부산지역사회교육협의회 주관) 수상자들의 글 일부이다. 이날 선생님 17명이 '자랑스런 스승상'을 받았다. 매스컴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뽑아 시상대에 세운 상이기에 세상 어떤 상보다 아름답고 값진 상이었다. 선생님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질만하다. 남몰래 나눈 사제 간 소통과 공감이 흐뭇하기만 하다.

교육의 위기라 하고,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들 한다. 회초리도 사라지고 있다. 말들이 참으로 가볍다. 선생님의 일을 너무 쉽게 말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단 상을 받은 선생님뿐만 아니라 이 땅의 많은 선생님들은 오늘도 자기 자리에서 굳건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희망이다. 선생님들을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디서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겠는가.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한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의 시구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그래서 교권을, 선생님을 함부로 말하지 말자. 선생님의 일을 입에 담을 때조차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가르치는 이는 더 살펴야 하고, 배우는 이는 진지해져야 하며, 지켜보는 이는 경건해져야 한다. 선생님, 학생, 우리 사회 모두가 경구로 삼을 만한 서산대사의 선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눈길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우리는 출근 어떡하라고…” 부암·당감 주민 17번 버스 폐지 반발
  2. 2부산추모공원 포화율 88%…1개 층 확충 땐 2040년까지 충분
  3. 3“철거 막고 지하수 파고…생존 몸부림이 공동체 시작이었지”
  4. 440대 때 운전대 놓고 흑염소 몰이…연매출 15억 농장 일궈
  5. 5석면도시 부산, 검진예산 증액
  6. 6“대중교통 통합할인 대신 무상요금제를”
  7. 718세기 서구도 ‘한국해’ 인정…당시 영국 지구모형에 선명한 증거
  8. 8도시첨단산단 조성 급물살…풍산·반여시장 이전 마지막 난제
  9. 9더 파워풀한 변신, ‘걷는 사람들’이 셔플댄스 추며 돌아왔다
  10. 10“제2 이대호는 나” 경남고 선배들 보며 프로 꿈 ‘쑥쑥’
  1. 1“대중교통 통합할인 대신 무상요금제를”
  2. 2과방위원장 선출 장제원, "민주당 의원들께 감사" 뼈 있는 인사
  3. 3태평양도서국 잇단 “부산엑스포 지지”(종합)
  4. 4도심융합특구 특별법 법안소위 통과, 센텀2지구 등 사업 탄력
  5. 5북한 정찰위성 카운트다운…정부 “발사 땐 대가” 경고
  6. 6파고 파도 나오는 특혜 채용 의혹에 선관위 개혁방안 긴급 논의, 31일 발표
  7. 7北 군부 다음달 위성 발사 발표, 日 잔해물 등 파괴조치 명령
  8. 8괌 발 묶인 한국인, 국적기 11편 띄워 데려온다
  9. 9국힘 시민사회 선진화 특위 출범…시민단체 운영 전반 점검
  10. 10전현희 권익위원장 "특혜채용 선관위,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1. 1도시첨단산단 조성 급물살…풍산·반여시장 이전 마지막 난제
  2. 2대마난류·적도열기 유입에 고온화 ‘숨 막히는 바다’ 예고
  3. 3해양수산부- 국적선 무탄소 선박으로 단계적 전환…해양 기후변화 연구 강화
  4. 4金겹살·고등어 가격 내릴까…내달 7개 품목 할당관세 ‘0%’(종합)
  5. 5부경대학교- 해양환경 감시용 형광물고기 개발…수산물 이용한 대체육도 연구
  6. 6주가지수- 2023년 5월 30일
  7. 7부산광역시- ‘메이드 인 부산’ 위성 쏘아올린다, 해양데이터 수집해 신산업 육성
  8. 8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탄소 제로 ‘차도선’ 시범운항…암모니아·SMR 추진선 개발 진행
  9. 9한국해양대학교- 고급 해기사 요람…첨단 장비로 실전 교육, 원양항해 통해 실습
  10. 10동원개발- 재개발·재건축 사업 강자…센텀·북항 초고층 ‘SKY.V’도 박차
  1. 1“우리는 출근 어떡하라고…” 부암·당감 주민 17번 버스 폐지 반발
  2. 2부산추모공원 포화율 88%…1개 층 확충 땐 2040년까지 충분
  3. 3“철거 막고 지하수 파고…생존 몸부림이 공동체 시작이었지”
  4. 440대 때 운전대 놓고 흑염소 몰이…연매출 15억 농장 일궈
  5. 5석면도시 부산, 검진예산 증액
  6. 6수가 30% 더 받는 비대면 진료…소아과 초진 허용, 처방은 불가
  7. 7경찰,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 의혹 MBC 기자 압수수색
  8. 8[포토뉴스] 이제 다 자랐어요…둥지 떠나는 새끼 따오기
  9. 9“양질의 기장 철마 한우, 저렴하게 맘껏 드세요”
  10. 10태도국 정상들, 부산과 해양수산 협력 한뜻
  1. 1“제2 이대호는 나” 경남고 선배들 보며 프로 꿈 ‘쑥쑥’
  2. 2야구월드컵 티켓 따낸 ‘그녀들’…아시안컵 우승 향햔 질주 계속된다
  3. 3김은중호 구한 박승호 낙마…악재 딛고 남미 벽 넘을까
  4. 4수영 3개 부문 대회新…부산, 소년체전 85개 메달 수확
  5. 5‘매치 퀸’ 성유진, 첫 타이틀 방어전
  6. 6부산고 황금사자기 처음 품었다
  7. 7과부하 불펜진 ‘흔들 흔들’…롯데 뒷문 자꾸 열려
  8. 8부산, 아산 잡고 2연승 2위 도약
  9. 9한국 사상 첫 무패로 16강 “에콰도르 이번엔 8강 제물”
  10. 10도움 추가 손흥민 시즌 피날레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바뀐 것이 원인이다
낙동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기고 [전체보기]
한국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키, 원자력발전
태평양 도서국 기후위기 먼 산의 불 아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BIFF 사태, 단순 내부갈등으로 치부될 일인가
업자에 돈 빌려준 경찰들…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었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일회담, 그들의 영구집권은 가능할까?
한국은 여기까지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피리와 히치리키
엑스포와 나비효과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산은, 새 성장축 발전에 동참하길
‘소통 부재’를 해결하는 법
도청도설 [전체보기]
동남아 이모님
여름 독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해 뒷고기
명태 산업
사설 [전체보기]
엑스포 가능성 높여줄 태평양도서국 정상 부산 방문
삼락·화명수영장 개장 또 무산, 시민 기대 외면한 행정
세상읽기 [전체보기]
증거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감사하다’라는 인생의 보약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가족에게 감사의 꽃을 드립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나에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경제 괜찮은가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의 혐오와 공감의 정치
원도심은 지붕 없는 박물관?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밥의 길, 쌀의 미래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새옹지마
봄의 낭만에 대하여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어린이를 위한 음악
두 마리 토끼, 콘골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남농산수화’의 탄생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CEO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부산을 꿈꾸며
지역서도 유니콘 기업 나와야 한다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해양주간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