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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국가대표가 뭐기에… /염창현

국적 바꿔서라도 존재감 인정받고픈 그들의 선택, 담백하게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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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종목이든 운동선수에게 '국가대표'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슴에 국기를 달고 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선수들이 숱한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며 묵묵히 땀을 흘리는 이유일 터다.

때때로 선수들은 자국의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면 국적을 옮겨서라도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이 부문에서는 중국의 탁구가 단연 선두다. 중국은 탁구 선수층이 워낙 탄탄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눈물을 머금고 조국을 등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자 탁구 대표로 뛰고 있는 당예서나 석하정 등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 유럽으로 간 중국 선수들도 많다. 이렇다 보니 올림픽 등 각종 탁구 세계대회에서 중국 출신 선수들이 서로 적이 되어 결승전을 벌이는 장면은 이제 신기한 일의 축에도 들지 못한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우리나라에서 선수생활을 하던 엄혜랑과 김하늘은 수년 전 각각 일본과 호주 국적을 취득한 뒤 국가대표가 됐다. 전후 사정은 조금씩 틀리다. 한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늘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김하늘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호주를 택했고, 엄혜랑은 양궁을 그만 둔 뒤 공부를 하러 현해탄을 건넜다가 일본 대표가 됐다. 그렇지만 엄혜랑도 한국에서 한 번이라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었다면 굳이 일본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뛰고 있는 용병들 가운데도 귀화의사를 밝히는 일이 잦다. 단 '국가대표를 시켜준다면'이라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자국에서 대표가 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그 이면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평생 꿈이라는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자는 선수들의 간절한 소망이 깔려 있다. 몬테네그로 국적의 라돈치치(성남 일화)는 얼마 전 한국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최근 축구 팬들 사이에는 이충성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재일교포 4세인 이충성은 내년 1월 초 카타르에서 열릴 아시안컵 축구대회의 일본 국가대표로 뽑혔다. 일본 이름이 리 다다나리인 이충성은 우리나라에서 18세 이하 대표팀으로 뛴 적도 있다. 한국 국가대표를 원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일본으로 귀화했다.

이충성은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국에서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들었다. 조국이니 반갑게 맞아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선수들조차도 자신을 '반 쪽바리' 운운하며 수군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충성은 재일교포 유도선수 추성훈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부산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추성훈은 이겼다고 생각했던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배하는 일이 속출하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일본으로 귀화해 대표가 됐던 추성훈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한국 선수를 물리치고 보란 듯이 금메달을 따냈다. 물론 추성훈과 이충성의 이런 속내를 국내 스포츠계가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텃세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했다면 충분히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력 부족을 구차한 변명으로 돌린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당연히 존재한다.

호사가들은 국적을 바꾼 선수들에 대해 '배신자'라는 등 좋지 않은 말들을 한다. 심지어는 '매국노'라는 표현까지 쓴다. 엄혜랑과 김하늘은 한 때 자신의 기사에 달린 악플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만큼 심한 심적 고통을 겪었다 . 추성훈 역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의 행보를 보는 눈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기 마련이다. '애국심'에 호소하자면 배신자가 될 수밖에 없고, 순수하게 스포츠만을 분리해낸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스포츠에 너무 많은 감정과 이념이 개입되면 보는 이의 눈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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