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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문가를 못 키우는 사회 /이영식

중국어 못하는 주중 대사 태반

전문성보다 낙하산 중시로는 인재 양성 힘들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28 20:50: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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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라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는 말이 있다. 요즈음 한참 긴박하고 예민해진 남북관계에 대해 중국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 그리고 우리 군의 포격훈련에 대해 중국정부가 발표했던 성명은 '말리는 시누이'의 얄미움 그 자체였다. 거기에다 선원 조기 송환에 따른 우리정부의 '물렁한' 대응도 문제지만 불법 조업 중국어선의 침몰 사고 초기에 중국 외교부가 한국에 책임자 처벌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던 '적반하장' 격의 태도는 우리의 기대를 상당히 어긋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태도는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자고 선언했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10년 전 후진타오 주석 등장 때 관련 전문가들은 그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고, 지난해 10월 시진핑이 차세대 지도자로 확정되었을 때도 국내 전문가 중 일부는 '지한파' 운운하며 우리가 남북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지난해 12월 방한 때 청와대를 방문하고 류우익 주중대사가 전 일정을 밀착 수행하는 등 국빈 영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행사에서 "중국군의 참전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 는 발언으로 국내외 여론을 들쑤셔 놓았다. 여기에 중국정부의 해명을 통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이라는 발언까지 더하면 과연 우리가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케 한다. 우리의 기대에 어긋나는 중국의 태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전개될 것을 예상치 못했던 전문가의 부재와 부적절한 전문가의 활용이 문제이다.

최근 어느 일간지는 역대 주중 한국대사 중에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이 거의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모르는 것보다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 라고 했다. 영국 미국 일본 등이 중국어와 중국문화에 능통한 인물을 대사로 파견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적 정치논리와 논공행상의 일부로 대사를 임명해 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비난에 대해 변명의 여지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주재국 언어도 구사할 수 없는 사람이 그 나라의 의식구조나 문화적 저변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인물들과 얼마나 잘 소통할 수 있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1500년 전의 백제도 그렇지는 않았다. 5~6세기 백제왕들은 중국에서 귀화해 신하 노릇을 하고 있던 이른바 중국계 백제인들을 중심으로 대 중국 외교사절단을 구성했다. 중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인물을 파견해 자신의 외교목적을 충분히 달성코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였다.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고 그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풍토가 아쉽다. 2002년 일본 교토대학은 흔한 고고미술 중심의 박물관을 리모델링해 종합박물관으로 바꾸었다. 무엇이 '종합'인가 했더니 매머드화석과 곤충들, 영장류학 연구와 대학 관련 노벨상 수상자의 소개도 있고 지질·기상학 관련 기계장비의 전시도 있었다. 교토대학의 다양한 학문분야를 정리하고 보여준다는 뜻에서 '종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곤충전시 코너에서 멸종됐다는 나비표본들에 관한 설명문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이 대학의 생물학 교수가 1940년경 우리의 교과부에 해당하는 문부성에 나비채집 연구비를 신청했고 그 연구비로 동남아시아에서 채집한 나비가 전시되고 있었던 것이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위급한 전시 상황에 나비 잡으러 간다고 연구비 신청하는 교수도 그렇지만, 나비 잡으러 가라고 연구비를 줬던 일본 정부도 우리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 그리고 전문가의 양성이야말로 전후 일본이 잿더미에서 부흥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던 저력이 아니었을까. 전문가가 아니어도 낙하산이면 되고, 전문가가 아니어도 윗분 눈에만 들면 유유히 자리를 보전할 수 있으며, 시류에 따라 이리 저리 몰리는 교육의 현실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성장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인제대 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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