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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정치판에 대한 기억의 나이를 젊게 하자 /강춘진

정치가 사라진 싸움판 된 정치권

단순한 비난보단 깐깐한 견제로 참모습을 찾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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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해가 바뀌는 시점에 한해를 되돌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딱히 없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퍼뜩 스친다.

그러고 보니 세월의 흐름은 기억력에 따라 그 빠르기가 달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할 것도 많고, 머릿속에는 온통 기억할 게 천지인 어릴 때 1년은 정말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20대를 지나 30대, 40대, 50대, 60~70대 등 나이가 들수록 세월은 속절없이 짧아만 간다. 기억이 짧은 만큼 세월도 짧아진 것이다. 점점 길어지는 인생살이에서 자연적인 나이보다 기억의 나이가 늙어가는 것이 더 무섭다.

그래도 기억의 줄을 놓고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운 시기다. 해가 바뀔 때만이라도 감퇴하는 기억을 잠시 되살려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정치판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싸잡아 욕을 해도 뒤탈이 적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많은 분야 가운데 한 바가지로 욕을 퍼부어도 유일하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곳이 정치판인지도 모른다.

'똑똑하다'는 사람이 많이 포진한 문화계를 어설프게 기억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에 시달릴 위험 부담이 있다. 국내외 경제 흐름이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경제계와 사회 분야를 다루는 것도 버겁다.

국내 정치 상황을 기억하자니 경외감이 생긴다. 예년과 변함없이 저희끼리 쌈박질을 벌인 뒤, 툭하면 국민을 찾아 "우리가 옳으니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여기서 정치권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느 정파가 옳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논외로 치자. 섣불리 거론했다가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마구 달려들 인간 군상의 공세를 감당할 능력이 아직 없는 탓이다.

단지 '정치'는 온데간데없고, 늘 그랬던 것처럼 '국민 타령'을 되뇌는 정치인의 꿋꿋한 자세가 경외롭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정치란 무엇인가. '국가의 권력을 획득해 유지하고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정치판의 그들은 권력을 잡기 위한 이해득실 관계와 주도권 다툼에만 몰두한 듯한 인상을 올해도 판박이로 풍겼다.

그 같은 퇴행적인 국내 정치판이 여전히 반복하는 데는 국민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우리는 하루가 멀다고 정치판을 비난한다. 술판에서 터져 나오는 정치인에 대한 욕설은 혐오스러운 말투성이다. 그런 자리에서 다소 긍정적인 내용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가는 무뇌아 취급당하기 일쑤다. 일단 속은 후련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척하지만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사실 정치에 대한 견해가 어떻든 자신만의 잣대나 소신에 따라 기억할 것만 기억하고, 그에 걸맞은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 소신이나 잣대라는 것이 이해득실 관계와 연결된 데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피상적인 게 적지 않다. 그러니 정치인 대부분은 욕을 얻어먹어도 "뭐 별일 있나"는 투로 살아간다.

인간은 세월이 갈수록 기억력이 감퇴할 수밖에 없지만, 정치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기억력 감퇴는 더 심하다.

이야기를 좁혀 보자. 지난봄 지방선거가 치러져 각 지방의 권력 지형도가 변하고, 새로운 공약도 많이 쏟아졌다. 불과 반년 전에 출범한 지방정부와 의회의 지역 발전 공약 등을 기억하는 주민이 지금 얼마나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내년에는 기억의 나이를 젊게 해 그들의 행동거지를 잘 따져보겠다고 다짐한다. 이 다짐이 또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 매년 반복하는 넋두리에 그쳐서는 안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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