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시론] 애국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지창

北 연평도 도발에 응징 주장한 정치인, 립서비스만 하지말고 군복무부터 잘하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30 20:53:46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연평도 사태로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요즘,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언행이 나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지난번 천안함 사건 때도 보았지만 청와대 벙커에 모인 안보 책임자들은 왜 대부분 병역미필자들이란 말인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에 항시적으로 노출된 대한민국은 병역미필자들에게 안보를 맡겨도 좋을 만큼 태평스런 나라가 아니다.

우리 세대는 어려서부터 '우리는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 휘날리고 남북통일을 완수하자'로 끝나는 '우리의 맹세'를 외우고 '무찌르자 오랑캐 몇 백만이냐 대한남아 가는 데 초개로구나'라는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군대를 갔다 오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힘 있고 빽 좋은 친구들은 군대를 가지 않고도 출세만 잘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예비역 장교로서 솔직히 병역미필자나 면제자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남들 고생할 때 요령이 좋아 인생을 편하게 산 얌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병역미필자나 면제자는 절대로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사정이 있고 혼란스런 시국 때문에 군대에 가지 못한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군대 경험이 없는 대통령은 국무총리나 국정원장, 장관 등 주요 참모라도 병역을 마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군대 시절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절차탁마', 즉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준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국민정서상 그렇게 하는 것이 상식이요, 도리다. 대통령은 국가안보 최고 책임자요 군 통수권자이므로 적어도 이런 정도의 안보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는 '경제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

또 하나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입으로만 하는 애국과 안보'이다. 우리 군의 대응이 미숙하고 미흡했다고 나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비행기나 미사일로 북한측 해안포를 타격하지 않았다고 길길이 날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민간인 사상자까지 낳은 북한 측의 무차별 포격에 대응 포격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전면전으로 확전될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기나 미사일로 보복 공격을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안일까? 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면전을 개시할 경우 군사작전권은 우리 군이 아니라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터인데도 그런 식의 강력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화풀이 삼아 내뱉는 일종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로는 이것을 '립 서비스'라고 한다.)

말로는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런데 애국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다. 청춘의 소중한 한 시기를 나라를 위해 몸으로 봉사한 사람이 가장 확실하고 믿을 만한 안보의식과 애국심을 지닌 사람이다. 고위 관리와 국회의원, 기업인, 연예인들이 모두 군복무를 명예로 알고 대통령과 재벌, 군 장성들이 그 자식들을 모두 백령도나 연평도 같은 최전방에 보내면 우리의 안보는 저절로 반석처럼 튼튼해질 것이다.

말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금메달을 딴 운동선수에게 군복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격려금이나 연금은 몰라도 병역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금메달을 따서 국위를 선양했다고 군복무를 면제해준다면 유사시에 누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려고 할 것인가. 운동 잘한다고 병역을 면제해주고, 부자가 무슨 죄냐고 세금을 깎아주고, 고위 공직자의 자식이라고 공무원으로 특채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나는 다음번 선거에서 말로만 애국과 안보를 외치며 쓸데 없는 말장난이나 일삼는 후보보다 몸으로 때워 군복무를 마친 후보를 찍겠다. 땀방울과 눈물이 섞인 짬밥을 먹어본 사람만이 전시에 외국으로 도망가지 않고 나라를 지킬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만이 연평도 희생자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인천에 따로 집을 마련할 여유가 없어 찜질방에 수용돼 있는 연평도 피난민들에게 하루 빨리 따뜻한 거처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남대 독문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깨끗한 선거, 비전 있는 조합 /김주현
장거리 통학 /동길산
기자수첩 [전체보기]
혐오 키운 우리 안의 방관자 /김민주
윤창호 가해자를 향한 분노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명연설이 듣고 싶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학생 학교 선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자치 후퇴는 안 된다 /김태경
거장작품 살 돈 없는 미술관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전화
새 광화문광장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낙동강 재첩국’ 지켜온 40년
온천욕과 복국
사설 [전체보기]
대통령까지 나선 미세먼지, 총체적 대책 세워야
무용지물 된 소규모 기계식 주차장 이대로 둘 건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포도의 변신은 무죄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