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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중의 상식선에 미치지 못하는 `집권층`의 법의식 /이만열

치부 감추려 법 이용

언론법 날치기 처리, 용산농성 유죄 판결, 대포폰 등 범죄 행위

이것이 그들이 말한 공정한 사회인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22 21:28:1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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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권층의 법의식과 법운용이 일반 국민의 상식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법은 사회구성원의 상식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을 때 건전성을 유지한다. 법운용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집권층과 민중의 사이를 벌려 놓게 되면 민주국가의 근간인 법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법치가 무너지게 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한때의 유행어는 집권층과 민중 사이의 이런 괴리감을 드러내주었다.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법 관련 난맥상도 국민을 무시하는 집권층의 이런 안하무인적 오만함으로 비쳐진다.

추상같은 권위의 상징인 검찰의 최근 행태는 국민의 상식을 한참 벗어난 것이어서 왜 비싼 세금 들여 스트레스만 받게 하는 '상전'을 모셔야 하는지 부아가 돋는다.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가던 때의 그 엄혹, 집요한 '기상'은 어디 가고 굵직한 사건마다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자신들의 권위를 비웃음으로 만들고 있다. '그랜저 검사' '뇌물 검사' 등 검찰이 연루된 사건에서 자기 치부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은 법을 자기방어에 이용하는 순진한 수법이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에서는 늑장 수사로 범인에게 퇴로마저 열어주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거기에다 '대포폰'과 관련된 자세는 권력 앞에 저두 굴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혐의로 국회를 상대할 때는 여야없이 11명의 의원에 대해 그렇게 민활하던 검찰이 청와대를 향해서는 몸보신에 급급한 이것이 사헌부의 모습이던가.

작년에 언론법을 '날치기'로 처리한 국회는 입법부의 체신과 권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여당은 소위 '조중동에 종편 채널을 주기 위해' 국민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을 '불법' 처리했다. 헌재에서 사실상 재의결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그걸 무시함으로써 법 자체의 정당성도 입증할 수 없게 만들었다. 입법과정에서 무리수를 쓴 법이고 보니 그 시행에서도 억지와 편법이 어깨동무하고 있다. 한시가 급한 듯이 '불법처리'할 때는 언제고 법을 날치기한 지 1년 반이 지났어도 정치적 계산만 하고 있는 것은 이 무슨 해괴한 꼴인가.

얼마 전 대법원은 용산 참사와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농성자 9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법문에 밝아서일까, 1·2심 판결에 대해 "경찰이 진행한 진압작전을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유족들이 낸 재정신청마저 기각해 버렸다. 법이 민중의 생존권을 최후까지 담보해 준다는 믿음을 배반한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까. 이게 집권층 사법부의 법의식이다. 육법전서를 달달 외는 법관님들, 그 법으로 어떻게든 국민의 억울함을 벗겨주어야 할 터인데 오히려 법의 정신마저 죽여버리는 '명판결'을 하고 말았다.

국정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있는 청와대가 법의 엄정한 집행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비단 이 정권만의 속성이 아니다. '대포폰'과 각종 메모 등은 청와대의 '범죄적 행위'를 변명의 여지없이 드러내주었다. 그럼에도 "재수사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은근히 위하하고 있으니 국민의 법감정과는 한참 동떨어졌다. 국민은 상식선에서 최고 권부의 의혹을 주목하고 있는데, 버티는 것을 능사로 삼는 쪽은 여론이 잠자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차라리 공정사회를 외치지 않았으면 기대라도 하지 않겠다. 청와대 행정관의 '전방위 사찰' 의혹에 대해서 청와대가 결단해야 한다고 여야 가리지 않고 재촉하고 있는데도 묵묵부답으로 뭉개고 있으니 이건 아무리 무지랭이지만 민중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검찰·국회·법원·청와대 등 집권층의 법운용이 국민적 상식을 무시한지 오래다. 이게 자유당 때처럼 정권 말기적 현상일까, 토인비의 지적처럼 '승리의 도취' 현상 때문일까. '레임덕 초기'의 추한 작태건, '승리의 도취' 현상이건 국민의 상식을 짓밟는 법운용은 수많은 희생을 담보로 이룩한 한국민주주의를 허물고 사회의 발전동력을 퇴화시키고 있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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