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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앞으로 뛰면 우울증은 뒤로 간다 /김철권

우울증 예방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유산소 운동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7 21:10:1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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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병이다. 많은 사람을 자살로 이끄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우울증 환자의 15%는 자살로 생을 마친다. 게다가 자살자의 대부분은 자살 이전에 우울증 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을 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우울(憂鬱)'이라는 단어가 인간의 감정을 묘사하는 하나의 포괄적인 용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슬프거나 괴로울 때 우울하다고 말한다. 고통스럽거나 화가 날 때도 우울하다고 말한다. 우울이라는 단어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우울증을 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우울증에 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은 고통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끄집어내진 순간부터 태생적으로 '우울'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는 우울한 마음은 자신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져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하여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로 설명한 전문가들의 태도도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데 기여했다. 마음의 감기라고 한 이유는 누구나 쉽게 걸리는 흔한 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일 뿐 감기처럼 저절로 회복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우울증은 당뇨병, 고혈압과 더불어 세계 3대 만성질환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이 지구상에서 인류가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병이 우울증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정상적인 우울'과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병적 우울'을 구별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스스로 자신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하는데 지장을 어느 정도 초래하는지 여부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울한 기분을 호전시킬 수 없다면, 그래서 학업이나 가사, 직장 일을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우울'이 아닌 '병적 우울'이다.

병적 우울, 즉 우울증에 걸리면 본인이나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우울증은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결핍 때문에 생기는 의학적 병이기 때문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때 자신의 의지로 혈당이나 혈압을 낮출 수 없듯이 우울증에 걸리면 자신의 의지로 우울한 기분을 정상적인 기분으로 끌어올릴 수가 없다. 우울증에 걸리면 검은 선글라스를 쓴 상태가 되어 아무리 밝게 보려고 해도 세상과 미래는 어둡게만 보인다. "그때 내 마음은 쓰나미가 휩쓸고 간 상태 같았어요." 우울증에서 회복된 환자는 당시 심정을 그렇게 말한다.

우울증 환자를 절이나 시골이나 기도원 같은 조용한 장소에 보내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외부 자극이 적은 조용한 장소에 있으면 삶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이 떠오르게 되고 새벽까지 불면증에 시달리다보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가 잠든 이 밤에 자신만 깊은 어둠 속에서 평생을 지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자살하게 된다. 또 마음만 먹으면 기분전환을 할 수 있으니 밖으로 나가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도 위험하다. 우울증 환자는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는 신체질환으로 치면 뼈가 부러지고 피를 철철 흘리는 환자다. 그런 환자에게 "네가 마음만 먹으면 뛸 수 있다. 왜 안 뛰냐"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우울증은 모든 정신질환 중에서 치료 성공률이 가장 높은 병으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회복된다. 우울증 치료제는 뇌 세포를 재생시켜주는 효과도 있으니 병도 치료하고 뇌도 건강하게 한다. 우울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 바로 유산소 운동이 그 답이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유산소 운동은 가벼운 우울증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예방하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한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우울증의 원인인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분비되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예방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땀을 흘리는 것이다. 앞으로 뛰면 우울증은 뒤로 간다.

동아대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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