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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선진화와 교수연봉제 /오창호

근본적 철학 결여된 성과급 체제에선 기초연구·교양교육 설 자리 없어질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9 20:58:3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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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의 장을 본인과 직접 관련된 의제로 채우는 것이 꺼림칙하다. 많이 망설였지만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에서 감히 붓을 들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하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특히 그 중에서도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의 도입이다.

교과부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매년 교원별로 교수업적 성과를 평가해 보수총액을 결정하는 성과급제와 연봉제를 결합한 이른바 성과급적 연봉제를 입법예고했다. 경쟁을 통한 발전을 조직운영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는 민간기업의 보상체계를 국립대학에 도입함으로써 대학사회에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지구상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이 나라에서 효율성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위기의 공교육 문제를 생각하면 뭔가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성과급적 연봉제의 적용 대상이 되는 국립대학의 교수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부산대, 충북대, 경북대 등 이른바 지방의 거점 국립대학의 교수회가 공동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법 적용의 대상이 되는 집단의 자발적 동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이렇게 압도적으로 배척당하는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는 차치하고 과연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공교육, 특히 국립대학의 비효율성 문제에 대한 교과부의 인식에 대해 교수사회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일선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서 아마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국립대학의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위기라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이 성과급적 연봉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요체는 성과급적 연봉제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성과급은 대개 논문 편수를 기준으로 하게 되는데 교수가 논문을 많이 쓴다고 해서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도 수준과 특성에 따라 연구능력이 높은 교수가 필요하기도 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능력이 높은 교수가 필요하기도 하다. 또 논문이라는 것이 한 편을 써도 위대한 논문이 있고 여러 편을 써도 아무도 읽어 보지 않는 것도 많다. 교수의 논문은 다다익선이 결코 아니다. 더구나 대학은 연구소가 아니지 않는가.

사실 급여체제를 바꾸는 문제의 배후에는 근본적인 교육철학의 문제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국립대학의 위기가 무엇이며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위기에 대한 대응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대학의 기능은 무엇이며, 대학은 어떤 인재를 길러 내야 하는가? 도대체 대학, 그 중에서도 국립대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뿌리에 이렇게 근본적인 철학적 물음과 맞닿아 있는 교육정책을 관료들의 피상적이고 획일적인 발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

이 정책으로 철밥통 속의 교수들이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긴장하고, 위축되면 대학 밖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통쾌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수사회가 황폐해지면 이어 대학이 황폐해지고 우리 사회가 황폐해질 것이다. 1년 단위로 평가되는 성과체제에서 긴 호흡이 필요한 기초연구는 불가능하게 되고, 인성교육과 교양교육은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대학은 마치 기업처럼 변하게 되고 대학의 경영은 교육의 논리가 아니라 이윤추구의 논리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대학의 생명은 자유이다. 자유가 없이는 창의력이 발휘될 수 없고, 학문의 진보도 있을 수 없다. 자유가 허용하는 지적 모험 없이 어떻게 학문의 진보가 있을 수 있겠는가? 자유가 없는 대학이 관변이론이나 양산해내는 권력의 나팔수가 되는 것을 우리는 공산사회의 대학에서 보지 않았는가? 대학의 목소리는 다양해야 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양심에 따라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기업처럼 기업주의 눈치나 보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만들고 그 기준에 따라 교수들을 줄 세우겠다는 발상은 대학의 자유를 말살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무렴 국민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대학에서 우리의 미래세대가 풀빵찍듯이 생산되어 나오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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