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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국가경쟁력 4위와 23위의 간극 /박무성

경쟁력에만 집착, 약자 소외 눈감으면 역대 최고 평가도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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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세계 4위로 평가한 결과를 내놓았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중국 국무원(행정부) 산하 사회과학원 도시경쟁력연구센터의 '2010 국가경쟁력 보고서'인 만큼 공신력도 없지 않다. 10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미국, EU(유럽연합), 일본에 이어 네 번째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 뒤이어 싱가포르,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가 10위 권에 들었다. 좀 면구스럽기도 하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스포츠를 통해 투영되는 애국심 말고는 어떤 국가관을 갖고 있는지 의아스러운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균형잡힌 자긍심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반갑다.

모든 평가는 평가자의 입장과 가치를 반영하게 마련이다. 이번 평가 역시 오늘을 사는 중국인의 가치지향을 여실히 반영한 듯해 흥미롭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경제성장률, 상품·서비스 수출 역량, 교육·의료 수준, 노동 생산성 등을 기준으로 중국식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고 한다. 경제 총량(2009년 기준)만 따진다면 세계 15위 수준에 불과한 한국이 경쟁력 평가에서 4위를 차지한 것은 경제의 효율성, 발전 잠재력과 혁신에서 두각을 나타낸 덕분이다. 중국 측 설명은 이렇다. "혁신이란 지식을 도구로 과학이나 기술, 예술 분야에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능력으로, 이 혁신이야말로 한 나라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사람'(인적 요소)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는 것이지만, 사회적 합리성이나 투명성을 담보하는 제도나 시스템은 소홀하게 취급했다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그동안 국가경쟁력을 매겨온 기관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세계경제포럼(WE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이다. 이 가운데 비교적 정평이 나있는 IMD는 한국을 조사 대상 57개국 중 23위로 평가했다. 지난해 27위에서 4단계 상승한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평가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IMD는 경제 운용과 정부 효율성을 비롯한 4개 부문에 가중치를 두되 사회적 수준 등 성숙도(사회적 요소)를 중시한다. 이런 시각에서 한국의 낮은 투명성 지수는 결정적인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평가 결과를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른바 '대한민국 747' 공약이 떠올랐다. 지금 와서 보면 굳이 공약이라기보다 구호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 논란이 많았다. '매년 평균 7%의 성장으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해 국가경쟁력을 세계 7위에 오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중국 측 평가에 따른다면 경쟁력 부문에서는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무척 흡족했을 성싶다.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나 국가브랜드위원회도 고생한 보람을 느꼈을 법하다.

국가경쟁력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 능력이다. 전 세계에서 국가의 전반적인 수준을 파악하는 척도다. 그렇다고 국민 개개인의 만족도나 삶의 질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계층 간 빈부 격차나 지역 불균형, 사회적 약자의 소외는 심화될 가능성이 많다. 이 같은 국가적 불안요소를 해결하지 못한 채 경쟁력 순위만 끌어올리는 것은 결국 정권 홍보를 위한 상찬일 뿐이다.

한국이 4위로 평가된 결정적 배경에는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기업들의 각개약진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4위든 23위든 대부분 시민들로선 일희일비할 일도 아닐 뿐더러 어쩌면 공허한 것이다. 개개인의 경쟁력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4위'와 '23위'의 차이는 단순한 등수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당면한 불평등한 현실과 융화되지 않는 가치관의 간극으로 보인다. 갈수록 심화되는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이 해소될 조짐조차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그 간극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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