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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생명순환의 고리 잇는 도시농업

가족·이웃 중심의 텃밭농사 북돋우고 생태적 농업에 무게를 둘 때

도시농업은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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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워싱턴에서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자신이 가꾸는 텃밭을 외국 언론에 공개해 화제가 됐다. 미셸은 채소 등 농작물을 손수 가꾸며 건강한 식습관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작년 봄 백악관 뜰 한편에 30여 평의 텃밭을 만들었다. 이곳에선 호박 브로콜리 토마토 상추 콩 등 50여 종의 채소와 과일이 재배되는데, 대통령 가족의 식단뿐만 아니라 가끔씩 국빈만찬용 식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셸의 텃밭은 신선한 식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장 이래 매주 서너 개 어린이단체들이 찾아와 현장체험을 할 정도로 산교육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백악관에서 분 녹색바람은 미국의 일반 가정에도 영향을 미쳐 텃밭을 가꾸는 가구 비율이 일 년 새 20% 정도 늘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부산의 한 주부도 옥상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그는 요즘 생태 고리를 잇는 나름대로의 순환농법에 푹 빠져 있다.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뿐만 아니라 식구들이 내놓는 대소변 하나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쓰는 데 정성을 쏟는다. 2층 베란다 한쪽에 물 대신 톱밥을 쓰는 간이변기를 놓아 대변을 받고, 패트병에 오줌을 모아 발효시킨다. 옥상 텃밭 한쪽에 마련된 작은 퇴비장에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렁이들이 바글거리며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질 좋은 거름이 만들어진다.

미셸 여사나 내가 아는 주부가 텃밭을 일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오늘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들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데 연유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장에서 석유를 기반으로 한 전 지구적 유통구조 속의 글로벌 푸드는 사실 안심하고 먹기에는 꺼림칙한 부분이 많다. 한마디로 '정체불명의 식품'이란 점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길러져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밥상에 오르는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대규모 상업영농은 단작으로 비료와 농약을 과도하게 쓸 게 틀림없고, 유전자가 조작된 콩이나 옥수수가 많은 식품의 원료가 된다.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공급되는 식품들은 수확후 농약이나 방사선처리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텃밭농사가 단지 안전한 먹을거리만을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생명과 외면당하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자성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생명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잿빛 도시에서 박제화된 채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우리의 이율배반적 삶에 대한 반성이 그것이다. 자연과 공생, 이웃과의 공존을 통한 공동체 복원에 대한 인식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농촌 생산현장과 직접 연계해 가장 적극적으로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는 이들이 도시농부라는 점도 공동체의 복원 가능성을 시사한다.

옥상이나 베란다에 텃밭을 일구는 이들이 크게 늘고 귀농교육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생명에 대한 갈증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자각도 한몫했을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도시농업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지역시민운동, 소비자운동으로 자리 잡아왔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미국의 커뮤니티가든, 일본의 시민농원 등이 그렇다. 이들 국가에선 도시민의 영농활동에 대해 법이나 조례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아낌없이 한다. 근래 들어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도시농업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발전연구원이 도시농업 활성화의 화두를 꺼내 들었다.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서 가능성과 생산-가공-유통의 산업적 측면에서 도시농업의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다 맞는 이야기지만 지금은 오히려 도시농업의 산업적 측면보다도 도시 공동체의 회복, 생명에 대한 도시인의 감성회복 등 삶의 질에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 도시농업의 뿌리인 가족·이웃 중심의 텃밭농사를 북돋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말이다. 서울과 인천시 등이 몇년 전부터 옥상용 텃밭상자를 보급하는 것도 고려할 사례이다. 그리고 도시공원에서 자연스럽게 텃밭농사를 짓고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장차 조성될 시민공원에도 당연히 텃밭이 들어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도시농업 활성화는 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생태적 농업에 무게를 둘 때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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