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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정대세` 동영상과 과학강연 기부행사 /이명현

인터넷도 과학도 서로 참여하고 나누어야 문화가 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04 21:06:2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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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중 특별한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인터넷. 사람이 아니라 정보통신망인 '인터넷'이 올해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평등화 실현 결과를 보면 인터넷이 세계 평화 구현에 한몫을 했다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여름(참, 그곳은 겨울이었지만), 아프리카 대륙을 달구었던 축구 월드컵에서는 경기 못지않게 극적인 장면이 있었다. 일본에서 성장한 대한민국 국적의 조선 민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가대표 선수인 정대세가 흘릴 수밖에 없었던 눈물, 바로 그것이다. 더 놀랍고 감격스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이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서 승화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트위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한국인 유학생이 중심이 되어 '정대세의 눈물'을 모티브로 한 동영상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었다.

동아시아의 분단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정대세 선수의 눈물을 보면서 미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노래를 만들고 영상을 만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유학 온 학생들도 기꺼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이 만든 4분 조금 넘는 동영상은 먼저 정대세 선수의 눈물을 보여주고 '평화'라는 한글이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를 함께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 다음, 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자신들이 만든 'Become one(하나가 되자)'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담았다. 이 동영상에서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일체감을 느끼고 '평화'라는 거대 담론을 실천적으로 형성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때마침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인터넷'이 추천되었고, 인터넷이 평화를 전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동영상을 선발하기 위한 경연대회가 '와이어드'지 주최로 열렸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정대세' 동영상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일본 태생의 한국 국적 북한 축구대표 선수 정대세로 상징되는 '모순'과 '분단'이 인터넷 운동을 통해서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되는 사건이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인터넷'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와이어드'지 편집장과 이 동영상 제작을 주도한 한국인 유학생 대표가 스웨덴의 시상식에 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각 분야의 과학자들과 신문기자, 도서평론가 등 지인들과 함께 작고 소외된 고장을 찾아가서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을 강연으로 나누어주는 일을 해왔다.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의 과학커뮤니케이션 사업의 하나로 인구가 작은 고을의 작은 도서관을 찾아가서 과학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의 기획에도 참여하고 직접 강연도 해오고 있다. 강연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에 목마른 그들의 열망이 감동적이었다. 늘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오는 30일 토요일, 어쩌면 우리나라 과학문화사에 큰 족적을 남길지도 모르는 사건이 벌어진다.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과학강연 기부 행사를 이날 전국의 작은 도서관에서 동시에 치르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 콘서트'의 저자로도 유명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깃발을 들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정대세' 동영상 제작 과정과 비슷하다. 정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서 일종의 재능기부 행사로 과학강연을 기부해 줄 과학자들과 행사를 진행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했다. 첫날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강연과 자원봉사뿐 아니라 행사에 필요한 것들을 기부하겠다는 소식이 트위터를 타고 흘러들었다. 행사를 위한 거의 모든 소통은 트위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이 생겼고 홈페이지도 만들어졌다. 인터넷도 과학도 서로서로 참여하고 나누어야 진정한 문화가 될 것이다. 문화가 되어야 생활이 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과정이 아름다운 이번 시도가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벌써부터 한껏 기대가 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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