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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중국과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 /송문석

`되놈` `쪽바리` 간주 잠재의식, 외교정책으로 연결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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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중국과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밖에는 없는 것 같다. 중국은 '되놈', 일본은 '왜놈'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이 대국굴기(大國堀起)의 깃발을 높이 쳐들고 세계로 호호탕탕 짓쳐나가고 있건 말건 '명월이한테 반한 비단장수 왕서방' 보듯 하고, 일본이 세계 최첨단의 제조업을 가진 경제대국이건 말건 1500여 년 전 백제시대 왕인 박사에게 논어와 천자문을 배우고 문화세례를 받은 미개한 '쪽바리 나라' 이상으로 취급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인은 청나라 말엽 아편에 절어 눈이 풀린 아편쟁이나 꾀죄죄한 입성에 부둣가 인력거꾼쯤으로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머물러 있으며, 일본인은 가랑이 사이나 겨우 가리는 훈도시를 차고 글도 모르는 미개한 왜구의 모습으로 화인처럼 박혀있다.

이것은 자신감인가, 터무니없는 오만함인가. 아니면 막걸리 한 잔에 취해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우기다 "옛날 우리집 외양간에서는 금송아지를 키우고, 윗대 할아버지가 영의정 좌의정을 했다"며 큰소리 치는 허풍쟁이의 거품인가. 휴가나 업무상 어쩌다 중국 관광지 몇 곳을 돌아보고 와서는 "중국은 아직 멀었어"라며 일부 불결한 화장실과 무질서 등을 중국의 전부인 양 재단해버리고, 축구 한·일전이라도 벌어지면 사정없이 일본의 모든 것을 깔아뭉개버리는 편협한 민족주의는 참으로 놀랍고 용감하기까지 하다. 힘과 내실을 갖춘 상태에서 두 나라에 대해 우월감을 갖는다면 그것은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고 국가적 에너지의 발현으로 볼 수도 있겠다. 다만 상대국에 대한 예의와 언어적 절제, 배려만 갖춘다면 말이다. 그런데 한·중·일 3국의 물고 물리는 기나긴 역사 속에서 우리가 당한 것은 감추고, 조금이라도 잘난 것만 부풀려 상대를 아랫길로 내려보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이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자기만족 혹은 자위는 될지언정 미래에도 이들 국가와 지지고 볶고 살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상 결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편견이다.

중국과 일본이 최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놓고 벌인 총성 없는 전쟁은 우리가 은연중 두 나라에 가졌던 '되놈' '쪽발이' 수준의 통념을 더이상 고집할 수 없음을 일깨운다. 중국은 장차 한국과 '동북지역(만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토·국경분쟁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가동해 고구려 발해사를 중국사에 편입시켰고, 일본은 틈만 나면 독도 영유권분쟁을 일으켜 속을 홱 뒤집어놓는 나라다. 두 나라는 그야말로 영토와 역사에서 우리와 떼놓을 수 없는 인접국가다. 그런 두 나라인지라 양국이 17일 동안 벌인 영토분쟁을 결코 멀뚱거리는 눈으로 쳐다볼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1라운드 대회전 결과는 '중국의 힘'과 '힘의 외교'에 대한 새삼스러운 확인이고, 불뚝 일어선(굴기) 파워 차이나의 각인이었다. 그리고 중국에 넉다운돼 충격과 분노 속에 잠겨 있지만 재빨리 '실리찾기'로 사태를 수습하는 일본의 기민함도 돋보인다. 표면적으로는 '항복'이고 '굴복'이지만 '심모원려의 달인' 일본이 결코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고, 그런 점에서 '센카쿠열도 전쟁'은 아직 끝난 전쟁이 아니다.

지금은 '팍스 아메리나카(Pax Americana)'를 구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를 열 것이라며 미국과 'G2'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 이런 중국에게 세계경제 2위 자리를 넘겨주고는 있지만 타고난 근면성과 성실함, 정교함과 친절함으로 무장하고 있는 일본의 각축전 속에 한반도가 고를 선택지는 무엇인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독도문제가 터지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마추어리즘적인 한풀이식 외교나 친미 일방적인 외교노선으로 중국의 반발을 자청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행태는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분단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경제학적 군사적 입지상 보다 정교하고 세련된 외교역량이 필요할 때다. 중국과 일본, 시퍼런 눈으로 지켜봐야 할 대상이지 색안경을 끼고 폄하할 국가들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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