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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정의라는 잣대 /박희봉

말·행동 따로 놀면 공정사회는 불량품, 사회지도층 도덕성…성패 가르는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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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경악시킨 9·11 테러를 정의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테러를 저지른 측이나 보복에 나선 미국이나 공히 정의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중동의 반미 세력들은 민간인을 가득 태운 여객기로 군사용과는 거리가 먼 월드트레이드센터를 폭파시키는 극악함을 드러내면서도 성전이라고 주장한다. 거룩하고 성스러운 전쟁은 자신은 선이나 절대 정의이고 미국은 악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와 알카에다의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무한 정의'라는 작전명을 붙였다. 테러와의 전쟁이라서 '정의'이고 의로운 전쟁을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뜻에서 '무한'이 첨가됐다. 알카에다에 의한 테러가 정의와는 거리가 멀듯이 초강대국이 벌이는 더 큰 규모의 테러인 전쟁 또한 정의롭다고 보기는 힘들다. '극단적인 정의는 극단적인 부정'이라고 양자는 닮은꼴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면서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이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는 여전히 건재하고 전쟁은 폭력의 확산만을 낳았다. 아프간전은 애초에 '문명충돌', 다시 말하면 종교전쟁의 색채가 짙었다. 이라크전 역시 석유 확보를 위한 자원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두 개의 전쟁이 재고 무기 소진용이란 군산복합체 음모론까지 있고 보면 정의와는 상당한 갭이 있다. 미국 입장에선 이슬람 세력의 분열에 성공했는지 모르겠으나 전쟁 과정에서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승인해 주어 핵 확산이라는 결정적 오점을 남겼다.

노자는 '하늘의 그물은 워낙 넓어 듬성듬성한 듯하나 빠뜨리는 법이 없다'고 했지만 현실세계에서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천칭을 든 법과 사회 정의의 수호신인 테미스 여신은 우리의 대법원 뜰에도 서 있지만 법이 정의의 편이라고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진실보다는 거짓이 더 자주 승리하고 정의의 신은 아주 가끔 얼굴을 드러낼 뿐이다.

80년대 신군부는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뒤 '정의사회 구현'을 국정 모토로 내걸었다. 그런 그들이 한 일이란 게 삼청교육대, 광주사태 등이었다. '정의는 한 나라의 정부가 국민에게 파는 품질 나쁜 상품'이라더니 그 말이 영락없다. 정의는 국가와 사회의 존립목적이라고 포장되지만 실상은 권력과 금력에 기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권력과 금력이 정의를 독점하면 독선과 독단이 난무할 건 뻔한 이치다.

이명박 정부가 후반기 국정화두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는 생뚱맞은 측면이 없지 않다. 30년 전의 신군부의 정의사회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펼친 정책 기조를 보면 거부감마저 든다. 강부자 내각, 종합부동산세 인하, 재벌 규제완화를 비롯한 친 대기업 정책, 수도권 규제 철폐와 세종시 수정안 등 열거하면 끝이 없다.

'개인의 권리에 바탕을 두고 있을 때만 사회적 정의는 온당하다'고 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스크법, 야간 집시법, 인터넷 실명제 등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려 애쓴 게 현 정부와 여당의 기조였다. 정의는 곧 국민의 권리와 자유 보장이란 잣대로 보면 한참 엇박자다.

공정 사회란 모토는 흥행용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으나 시도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사회정의는 워낙 포괄적이고 애매성이 동반된다. 그렇긴 하되 얼마든 단순화는 가능하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성찰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핀란드 등 북유럽식 모델도 참고가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인본주의적 전통으로의 회귀는 적용이 용이하다. 홍익인간과 대동세계는 손색이 없는 가치관이다.

이를 토대로 부와 가난의 세습, 부의 집중을 차단해 계층이동에 숨통을 틔운다면 건강한 사회는 가까워진다. 출산, 육아, 교육이 기회 불균등의 주범이니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긴요하다. 특히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적 효용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현 구조로는 공정사회는 뜬구름이다.

무엇보다도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 회복은 성패를 가르는 핵심 사안이다. 권력과 금력이 서로를 탐하면 공정사회가 될 턱이 없다. 국민들의 판단은 간단하다. 앞으로 이뤄질 인사의 도덕성 여하에 따라 진심과 거짓은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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