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조무제, 부드러운 청렴 /권순익

후배법관들의 존경 속에는 친근함·애틋함까지 한데 묻어나와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04년 7월 29일자 본지의 1면 톱기사는 '조무제 대법관 아름다운 귀향'이었다. 조 대법관이 다음 달 퇴임 후 모교인 동아대로 돌아와 후학들을 가르친다는 내용이었다. 시골 할아버지의 미소를 띤 조 대법관의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의 반향은 컸다. 역대 대법관은 물론 헌법재판관까지 포함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최초의 사례였다. 기사는 분명한 특종이었고 또 이는 '예고된' 특종이기도 했다.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기자는 전날 아침, 집으로 걸려 온 법조 출입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조 대법관의 동아대행 확인'이라는 보고 속엔 "대단한 걸 건졌다"는 흥분보다는 "과연 예측이 맞았다"는 감탄이 배 나왔다. 그는 몇 달째 동아대를 포함해 부산지역 대학들을 체크해오던 중이었다. 퇴임을 앞둔 대법관을 놓고 서울의 유수한 법무법인들이 수십억 원씩을 들여 스카우트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던 무렵부터다. 그러나 "후배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변호사 개업을 안 할 것"이라는 게 본지의 판단이었다.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부(富)를 외면하고 학생들에게 간다고? 이 말도 되지 않을 예측을 의심하지 않게 하는 사람이 그였다. 그날 대법관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알리는 기사엔 '거액 보장 법무법인 뿌리쳐, 법관생활 35년 총재산 2억'이라는 작은 제목도 함께 실렸다.

올 초여름 해거름께 회사 근처에서 차를 몰던 기자는 그만 조 전 대법관을 칠 뻔했다. 골목 언덕길에서 차를 빼 나오다 살짝 미끄러지는 바람에 마침 그 앞을 걸어가던 노인이 움찔하며 피했다. 깜짝 놀라 보니 조 전 대법관이라 민망하고 죄송해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었더니 차 쪽은 보지도 않고 그냥 걸어간다. 부산지법의 요청으로 명예직이기도 한 민사조정센터장을 맡아 후배 법관들을 돕고도 있는 그는 지금도 법조타운에서 부산교대앞,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되밟아 퇴근하곤 한다. 하기는 대법관 6년 동안에는 서울의 오피스텔에서 직접 밥을 지어 드시면서 지낸 양반이니….

조 전 대법관이 부산지방법원장으로 재임하던 13, 4년 전에 법조를 출입하던 기자는 후배 법관들이 법원장에 대한 언론 보도에 터뜨리는 불만 아닌 불만을 듣곤 했다. "언론이 하도 '법원장님의 청빈'만 강조하는 바람에 누구나 승복하는 실력이 오히려 가려진다"는 푸념이다. 이미 소장 법관 시절부터 '장래의 대법관'이란 평가를 받고 '부산에 조무제가 있다'는 말을 듣던 그다. 그는 부산법조계의 자부심이기도 한 부산판례연구회를 만들었다. 부산고법이 개설된 지 1년 후인 1988년 11월, 13명의 판사들이 모여 발족한 판례연구회는 이후 재야 변호사, 학계 인사들까지 참여하면서 수준 높은 법률이론 전개로 전국의 법조인 모임 중 가장 모범적인 연구회가 됐다. 임종을 앞둔 재판 당사자를 위해 병원까지 찾아가 출장 재판을 벌일 정도로 권리 구제에 적극적이었던 김종대 헌법재판관, 박용수 전 부산고법원장 등이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누구도 범접 못할 청렴함과 실력을 갖추면 외경의 대상이 된다. 그 외경 속에는 다소간의 '불편함'과 '어려움'이 섞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후배 법관들이 조 대법관을 이야기할 때면 번지던 따뜻한 분위기를 기자는 기억한다. 친근함과 자랑스러움, 존경과 애틋함이 섞인 그런 분위기를.

영국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지만 프랑스는 '흔들리기는 흔들려도 가라앉지 않는 나라'였다. 그 근저엔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지도자들의 청빈이 있다. 하야한 드골은 파리에 집이 없어 로렌 지방 시골로 낙향했고, 퐁피두는 파리의 낡은 아파트에, 지스카르 데스탱은 손수 차를 몰고 옛집으로 돌아갔다. 14년 최장수 기록의 미테랑도 파리의 서민 아파트에서 여생을 마쳤다. 나라를 동강 낼 것 같은 이념 대립에도 프랑스가 프랑스인 이유다.

어제 총리후보자가 지명됐지만 조 전 대법관을 두고 하마평이 나올 때 '고사하실 것'이란 게 기자의 생각이었다. 한편으론 '받아들였으면'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의 부하직원들과 후배들이 존경하는 상사, 선배를 보며 가지던 행복감을 우리 국민도 가질 수 있었으면 해서다. 존경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그건 아주 멋진 일이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벽화 명소 돌산마을(부산 문현동 판자촌) 재개발에…둥지서 내몰린 원주민
  2. 2김해 도심에 NHN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선다
  3. 3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4. 4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5. 5마린시티 국내 첫 ‘기립식 차수벽’ 가닥
  6. 6전통산업 쇠퇴, 첨단산업 소외…PK ‘러스트 벨트화(공장지대의 몰락)’ 가속
  7. 7카타르 프로젝트 수주, 조선업 부활 마중물 되나
  8. 8부산지검 부장검사,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
  9. 9사생활 침해 논란에…해운대구 ‘CCTV앱’ 운영 중단
  10. 10“보이스피싱 당한 뒤 실종된 아버지 찾습니다”
  1. 1北 김여정, 남북군사합의 파기 언급 “대북전단 조치 안하면 파기 각오해야”
  2. 2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접경지역 국민생명 위험 초래…중단돼야”
  3. 3‘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4. 4지역경제 악화 시 정부 선제적 지원 등 ‘활성화 특별법’ 국회 발의
  5. 5김여정 “대북전단 방치땐 군사합의 파기” 정부 “백해무익 행위…방지책 마련 검토”
  6. 6동구, 부산YMCA 시민회와 북항막개발 간담회 개최外
  7. 7위기산업 선제적 정부지원 규정
  8. 8여당 “하늘 두쪽 나도 5일 개원” 야당 “독재 선전 포고하나”
  9. 9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10. 10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1. 1연금복권 720 제5회
  2. 2주가지수- 2020년 6월 4일
  3. 3금융·증시 동향
  4. 45년 뒤 도심 하늘에 ‘드론 택시’ 띄운다
  5. 5'이재용 사과' 후속조치..삼성계열사 이사회 아래에 노사자문위 설치
  6. 6부산 감천항 서쪽 해역 오염퇴적물 정화사업 본격화
  7. 7LS 구자홍 등 총수일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8. 8전국 양돈농가 방역태세 미비
  9. 9현대차 싼타페 11만1609대 시정조치(리콜)
  10. 10우리 나라 교량·터널 연장 5744㎞…10년 만에 60% 늘었다
  1. 1부산지검 현직 부장검사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 2윤산터널내 3중 추돌 사고
  3. 3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던 9살 초등생 끝내 숨져
  4. 4국민 절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성”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9명…수도권에 36명
  6. 6검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7. 7주촌면 의료폐기처리시설 사실상 논란 매듭
  8. 8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사과 받은 적 없다…합의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
  9. 9북한 황해북도 송림 동북동쪽서 규모 2.5 지진 발생
  10. 10부산지역 여성단체 “오거돈 당장 구속하고 처벌하라” 규탄 목소리
  1. 1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2. 2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3. 3‘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4. 4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5. 5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6. 6ESPN “NC 구창모 주목…5월 활약 미국서도 드문 기록”
  7. 7MLB 구단-노조 연봉 갈등 점입가경
  8. 8메시, 바르셀로나서 1년 더 뛴다
  9. 9세계 1위 고진영, 국내파 독무대 KLPGA 우승컵 들까
  10. 10NBA, 8월 1일 시즌 재개 추진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유지하라 /김치용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칼 끝 무뎌진 공정위 /이석주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2차 재난지원금
민주집중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낙동강수계법 개정안 21대 국회선 반드시 처리하라
생활 속 거리두기 한 달…산발적 집단 감염 안심 못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체인저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