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옥탑방에서도 행복한 웃음을 웃게 하라 /조송현

묻지마식 범죄에 노출되는 힘없는 서민들 방치해선 안돼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연일 폐부를 찌르는 사건들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서울 신정동 옥탑방 부부 피살사건의 전율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 사건은 지난달 초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주택가의 한 옥탑방에서 단란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던 40대 초반의 부부가 느닷없이 침입한 괴한에게 차례로 피살된 사건이다. 사건 한 달 만인 이달 초 피의자가 붙잡혔다. 피의자는 강도강간범죄를 저질러 14년6개월의 형을 살고 3개월 전에 출소한 33세의 남자였다. 그는 경찰에서 "옥탑방에서 흘러나오는 행복한 웃음소리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사건을 특히 주목하는 것은 '행복한 가정 증오'라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1990년대 중반 세상을 놀라게 했던 지존파·막가파 사건 못지않은 섬뜩한 충격을 준다. 이들 범죄단은 사회에 대한 비뚤어진 증오를 부유층을 대상으로 조직적·계획적으로 저지른 데 비해 이번 사건은 불특정 대상에게 단지 '내 처지에 비해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묻지마'식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범죄 현장이 '옥탑방'이었다는 데서 피해자에 대한 연민이 더욱 깊어진다. 옥탑방에서 사는 것으로 보아 피해자들은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구입할 형편이 못 되는 서민층이다. 그러나 행복한 웃음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단란한 가족이었음에 분명하다. 40대 초반의 부부는 비록 옥탑방에서 살 망정 자녀와 함께 행복한 저녁을 보내며 내일의 희망을 꿈꾸었던 것 같다. 느닷없는 살인마의 침입에 이처럼 행복했던 가정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부모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도하면서 공포에 질렸을 어린 자녀의 눈망울을 감히 상상하기조차 무섭다.

옥탑방은 이 가정의 행복과 꿈을 지켜주지 못했다. 만약 이들이 번듯한 아파트나 담이 높게 쳐진 대저택에 살았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범죄 유전자'를 가진 특정 전과자에 의한 우발적인 살인사건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살인자의 천인공노할 행위를 외면한 발상이라고 오해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정글사회는 필연적으로 실패자를 양산하고 양극화를 부추긴다. 잘 적응하지 못해 정신분열적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묻지마식 범죄는 이 같은 우리 사회가 잉태한 병리현상이다. 이를테면 예전엔 '천생 범죄자'가 범죄를 저질렀지만 현대사회에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묻지마식 범죄의 희생자는 '옥탑방'으로 대변되는 서민층이 많다. 노출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빈곤층들은 사회와 널리 동화하지 못하고 유폐되듯 '빈곤의 섬'에 갇혀 사는 경향이 높다. 또 이 같은 빈곤의 섬에는 범죄 발생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발생한 '김길태 사건'도 폐·공가가 많은 슬럼가에서 발생했다. 이런 범죄의 책임이 빈곤의 섬에 갇혀 사는 희생자들만의 것인가, 전세도 얻기 힘든 보상금을 쥐어주며 원주민들을 보금자리에서 내쫓고 개발차익을 얻는 업자들, 정글사회의 승자들에겐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인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옥탑방 부부 피살사건은 MB가 화두로 들고 나온 '공정사회'와 대조를 이룬다. MB는 공정사회를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로 정의했다. 기회 균등이 공정사회의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이미 기회를 갖지 못한, 이미 박탈당한 사람도 우리 사회에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균등한 기회란 아무 소용없는 수사에 불과하다. 힘없는 서민들이 묻지마식 범죄에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옥탑방에서도 가족끼리 맘껏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며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공정사회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15> 부산의 섬, 우리나라 해역을 경계 짓다
  2. 2이강인 U-20 월드컵 출전 확정
  3. 33분 새 두 골…못 말리는 손흥민
  4. 4유족 “경찰이 수차례 피의자 난동 묵살해 터진 人災(인재)” 울분
  5. 5“박근혜 석방해야” vs “법적 요건 못갖춰”…정치권 설전
  6. 6거인 선발 흔들리니, 불펜마저 휘청대네
  7. 7“아직도 등골이 서늘” 주민 트라우마 심각
  8. 8[동네책방 통신] 20일 시작되는 책방 스탬프투어…완주하고 럭키백 받자
  9. 9한국당, 청와대에 최후통첩…“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강행 땐 장외투쟁”
  10. 10도정 복귀 김경수, 진주 흉기난동사건 재발방지 대책 주문
  1. 1두 쪽 갈라진 바른미래 의총…'결별수순' 밟나
  2. 2이언주, 문전박대
  3. 3김학노 교수 차명진 의원에 일침 '온라인 초토화'
  4. 4한국당 "이미선 임명 강행 시 장외투쟁"…靑 겨냥 총공세
  5. 5文대통령, 내일 이미선 임명안 전자결재 할듯
  6. 6홍준표, 황교안 저격…“잘못된 시류에 영합”
  7. 7“박근혜 석방해야” vs “법적 요건 못갖춰”…정치권 설전
  8. 8한국당, 청와대에 최후통첩…“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강행 땐 장외투쟁”
  9. 9“전기료 누진제에 에어컨 사용량 포함해야”
  10. 10고성·몸싸움 ‘난장판’ 의총…결별 치닫는 바른미래
  1. 1방문객과 커팅…모델하우스 개관 이색 마케팅
  2. 2동남권 관문공항 추진 컨트롤타워 출범
  3. 3닭고깃값 30% 폭락했는데…2만 원대 치킨값은 ‘요지부동’
  4. 4국내 최대 중고차 박람회 ‘부카2019’ 19일 개막
  5. 5부산시 특례보증 확대, 수수료 0.4%로 낮춰
  6. 6“아라온호 연 300일 운항…제2 쇄빙선 건조 절실”
  7. 7미세먼지 저감투자 신항 집중…환경 열악한 북항노동자‘소외’
  8. 8금융·증시 동향
  9. 9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2.5%로 하향
  10. 10필립모리스, 담배 연기 없는 도시 프로젝트 부산·경남서 시동
  1. 1진주 살해범, 덩치 큰 남성은 안 건드려… 전문가 “심신미약 가능성 낮다”
  2. 2이회성, 이회창 친동생
  3. 3 진주아파트서 숨진 여고생, 피의자 피해 달아나기도
  4. 4조현병 뜻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증상 및 치료법은
  5. 5lg화학 미세먼지 배출조작에 사과문 “관련 생산 시설 폐쇄”
  6. 6오재원 승리 생일 파티 “직접 항공권 끊어 참석했다”
  7. 7“조현병-범죄 인과관계 없다”… 진주아파트 사건 피의자 조현병 병력 조명
  8. 8대만 지진 시내 도로가 갈라져… 대만 현지 반응 “저승가는 체험”
  9. 9'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촉발' 논문 쓴 교수들 "압력 많았다"
  10. 10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구속… 신상공개위도 18일 열려
  1. 1손흥민 골 영국 일본 중국 반응…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2. 2멀티 골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베스트 11’ 제외...토트넘 대신 맨시티 석권
  3. 3손흥민 골 넣었지만, 경고누적으로 챔스4강 1차전 출전 불가
  4. 4토트넘 손흥민 맨시티 꺾은 유니폼 누가 가져 갔을까…
  5. 5챔피언스리그 4강 일정은?
  6. 6챔스 4강 대진표 토트넘vs아약스… 리버풀·바르샤 피했지만 ‘손’ 출전 불가
  7. 7가생이닷컴 日 네티즌… 혐한 네티즌도 손흥민에 반했다
  8. 8피파온라인4, 2주 만에 정기 점검...뭐가 바뀌나
  9. 9멀티골 손흥민, 평점 토트넘 1위 맨시티에 비수 꽂았다
  10. 10토트넘 챔스 4강… 가생이닷컴 日 네티즌 “넷우익은 그저 눈물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21세기 과학기술과 부산의 미래 /박태주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가계부채 /송정호
기자수첩 [전체보기]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동의 없는 수술은 폭력이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부산 해법, 치열하게 논쟁해야 /박태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성 ‘피트’ 뗀 졸리
참치 캔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병과 갈레트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
사설 [전체보기]
진주 참사 수차례 징후 경찰 대응 안이했던 것 아닌가
중입자치료센터 지역병원과 상생 바람직한 일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성급한 여당의 입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