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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다시 '서울 공화국'인가 /고기화

수도권 집중 더욱 심화한다면 현 정권 발목 잡는 덫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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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서울에 사는 대학 동창 녀석이 전화를 걸어왔다. 2년간의 서울 근무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왔을 즈음이다. 첫 마디가 "그래, 촌 생활은 할 만한가"였다. "너도 본디는 인천 촌놈 출신 아니더냐"라고 면박을 주면서 피식 웃고 말았지만, 서울에 살고 있음과 지방에 살고 있음의 차이가 거리 이상으로 크게 느껴졌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이 아니면 그곳이 지방 대도시나 소도시나 간에 무조건 '촌'으로 본다. 사람도 '촌놈' 취급하기 일쑤다. 하긴,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 지역과 거리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서울 촌놈'으로 부르는 게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사람도, 돈도 모두 서울로 쏠리는 판이니,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러 개혁적인 지방 정책이 나오긴 했지만, 실천에 옮겨진 건 극히 드물다. 정책 입안자들이 알게 모르게 서울 또는 중앙중심적 시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서울 등 수도권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지만 지방은 저발전과 정체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다.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촌과 서울이 다같이 잘살자며 '서울 공화국'에 반기를 든 대표적인 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른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다. '균형발전 없이는 국가발전도 없다'라는 참여정부의 국정 철학은 '지방화'에 방점이 찍혔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란 방향은 글로벌 시대에 딱 들어맞았으며, 지방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분권'과 '분산'으로 대표되는 국가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본 정책이었다. 하지만, 중앙관료들의 반발과 조급증에 따른 무리한 추진 등으로 '대못'을 박는 데는 실패했다.

그랬던 탓일까.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은 계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아예 지방은 안중에도 없고, 지방발전과 균형발전을 포기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고나 할까. 불발로 끝난 세종시 건설계획의 수정 시도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은 대표적인 역행 사례다. '5+2 광역경제권'은 오리무중이고, 지방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하세월이다. 어디 이뿐이랴. '선(先) 지방육성,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란 감언이설로 수도권에서의 공장 신설과 증설을 슬그머니 완화한 데 이어 수도권을 국가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변경안을 확정 발표했다. 수도권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지속 가능한 성장관리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지방정책에 대해 대못만 뽑는 게 아니라, 불도저로 대들보 자체를 부수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틈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국회의원과 자치단체들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수도권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44명이 국회에 계류 중인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수도권에 4년제 대학 신·증설을 금지한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자본, 자원, 인력, 세원 등 모든 게 집중된 '서울 공화국'을 넘어 '수도권 공화국'으로 '블랙홀'을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지방을 파탄 내자는 발상이니 비수도권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수도권 집중 국가다. 국토 전체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이 살고 있다. 2020년엔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52.3%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00대 기업 중 82%, 1000대 기업 중 7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게 올바른 나라인가. 이도 모자라 국토 불균형을 더 심화시켜 가뜩이나 빈사상태에 빠진 지방을 마구 짓밟겠다는 것인가. 표가 많은 수도권 민심만 잡는다면 지방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얘기인가.

그러나 세상 이치는 묘한 것이다. 당장의 효율만 따진 지방 홀대는 결국 현 정부의 발목을 잡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발전, 미래를 내다본 지역균형 정책이 득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서울 중심적 사고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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