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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경찰이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권순익

정치중립·독립 훼손·차명계좌 폭탄발언… 경찰청장 내정자 늦기 전에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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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늘 열린다. 서울경찰청 기동대 간부들을 상대로 한 특강 내용이 유출되면서 파문의 중심에 선 그다. 경찰청장 인사청문회가 이렇게 주목받은 적은 없없다. "천안함 유족들이 동물처럼 울부짖었다"는 말로 사람들을 격분시켰지만 유족들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새로 발견된 차명계좌 때문"이라는 발언은 덮을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었다. 검찰은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따지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고 한나라당 일각에선 특검 도입 주장도 나온다. 그의 진퇴와는 별개 사안이 된 것이다.

사실 차명계좌 발언은 '집회시위 때 대처 강화'를 주장한 특강에서 곁가지로 나왔다. 발언 내용이 담긴 동영상 유출을 둘러싸곤 '경찰 내 파워게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발언의 함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그는 죽은 대통령을 정쟁의 한가운데로 끌어낸 것이다. 동시에 15만 경찰의 수장이 될지 모르는 그도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그의 내정 자체도 정치적이었다. 법에 임기가 보장된 전임 경찰청장의 중도 사퇴라는 편법 위에 이뤄진 것이다.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중도 낙마할 만큼 개인비리에 얽혔거나 조직을 파탄시킨 것도 아니다. 이러니 대통령이 의중에 둔 인사를 다음 경찰청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징검다리 포석'이라는 말이 당연히 나온다. 실제 경찰조직의 힘과 사람이 특정 인사에게 쏠린다는 말이 나돈지는 한참 됐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긴 하다.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 이후 5명의 경찰청장 중에서 임기 2년을 채운 이는 이택순 전 청장 한 명뿐이다. 이러고서도 경찰 고위간부들의 눈이 청와대만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검찰총장 바뀔 때마다 득실을 따지며 난리를 치는 정치인들도 경찰청장 때는 자기들과 관련없다고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조용했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들의 생활과 맞닿아있는 건 검찰이 아닌 경찰이다. 사소한 차량 접촉사고에서 내 아이의 안전한 귀가까지 경찰의 활동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절도 폭행 살인사건 등의 1차 처리자도 경찰일 뿐 아니라 시위나 집회의 허가, 대처 진압하는 책임도 경찰에 있다. 그뿐 아니다. 경찰 조직의 정보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날 독재정권을 받친 두 개의 기둥이 정보기관과 경찰이었음을 상기해 보라. 경찰이 정권의 첨병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시작한 게 민주화 이후다. 경찰의 정치 중립과 독립은 검찰보다 더 강조됐으면 됐지, 모른 체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조직의 수장이 지금 정쟁의 중심이 됐다.

조현오 씨는 일에 대한 열정과 함께 직설적인 언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부산경찰청장 재직 때는 기자와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공보담당자가 전전긍긍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 당시 "(경찰에서) 고위직 하려면 (권력 실세인) 이재오 의원이나 이상득 의원을 통해야 가능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것도 그런 성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오버 발언'을 딱하게 보더라도 그가 자초한 상황의 엄중함은 변하지 않는다.
조현오 씨는 죽은 대통령을 정파 간 각축의 무대에 끌어내면서 정쟁의 중심이 됐다. 그의 발언이 사실에 부합하든 아니든, 의도가 어떻든 상관없는 일이다. 작위 부작위의 여부가 면책 근거가 안 된다는 건 법을 집행해 온 그가 더 잘 알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부하들에게 전직 대통령의 비극을 그가 어떤 식으로 보고 있는지 인식시켰다. 그것도 시위대와 직접 맞닥뜨리는 기동대원들을 상대로. 이러니 조현오 씨가 설사 청문회를 통과한들 그가 지휘할 공권력의 정당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차명계좌 발언'은 이제 자기 스스로 증식하고 정쟁 소재가 되면서 경찰의 부담이 될 것이다. 악조건 속에서 헌신하는 수많은 경찰관들을 위해서 불행한 일이다. '정치적 경찰'을 바라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조현오 씨는 청문회 전에 결단을 했어야 했다. 그게 자신을 총수 후보로까지 키워낸 조직을,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빼내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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