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파라다이스 `삼성 시티` /박무성

일상을 지배한 그들의 권력은 지금 `공익`과 `그다움`의 갈림길에 서 있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아침 잠을 깨우는 것은 휴대전화(삼성 애니콜) 모닝콜이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냉수 한 잔 마신 뒤 간밤의 뉴스를 보려고 TV(삼성 파브)를 켠다. 식빵 한 조각과 과일로 떼우는 아침식사 준비는 내 몫이다. 냉장고(이건 LG다)에 든 딱딱한 식빵을 꺼내 전자렌지(삼성)에 30초 정도 데우는 게 토스터에 굽는 것보다 부드럽고 먹기에도 좋다. 출근길에는 SM5(르노삼성)를 몬다. 회사에 오면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부팅을 기다리고 있다. 이 역시 삼성이다. 매달 통장에서 보험료 수십만 원을 꺼내 가는 건 삼성생명이다. 삼성 마니아 아니냐고? 결코 아니다. 가족 친지 중에 삼성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몇 해 전 경험이다. 운전 중에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삼성자동차라고 했다. "자동차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으니 가까운 애니카 센터에 가서 무상 수리를 받아라"는 거다. 친절한 목소리였지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브레이크등 나간 거 나도 몰랐는데…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며칠 전 삼성자동차 사람들 만날 일이 있어 캐물었다. 삼성이 전사적으로 벌인 캠페인이었단다. 직원들이 이상 있는 삼성차의 번호를 알려주면 본사에서 차주를 확인해 전해주는 식이라고 했다.

삼성은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지배한다. 그 엄청난 권력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난 5월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태양전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23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중소기업 상생협력 7대 실천 방안의 하나로 1조 원 규모의 협력업체 지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삼성이 하는 일은 여느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을 넘는다. 국가 시책에 버금가는 규모다. 하지만 미덥지 않은 것은 생소해서가 아니라 '대기업 삼성'이 벌이는 일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2026년 삼성은 한반도 남단에 항구도시 '삼성 시티'를 건설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 '파라다이스'(2권 중 '상표전쟁')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국에 있는 삼성 시티라는 항구 도시는 잠수함들로 이뤄진 최초의 사설 함대를 갖추고 있어, 때때로 경쟁사인 미국의 델, 게이트웨이, 선, 한창 세를 확장해가는 중국의 레노버 등에 소속된 금속 보급함들과 분쟁이 빚어지곤 했다." '상표전쟁'은 국가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을 넘어 실제 '전쟁'을 일으킨다는 줄거리다. 소설에서는 2018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원료 확보를 위해 직접 전쟁을 벌인다. 두 기업은 용병을 쓴다. 이들의 군복과 깃발에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상표가 그려져 있고, 군가로 CM송을 부른다. 디즈니그룹은 부동산 성공신화를 발판으로 '디즈니 시티'라는 수도 건설에 나선다. 다른 기업들도 자극을 받아 독자적인 수도 건설 경쟁을 벌인다. 베르베르는 그냥 '있을 법한 미래'라고 썼다.

삼성그룹은 65개 기업에 임직원 수 20만 명, 연매출 22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웬만한 국가를 능가한다. 아울러 그들은 삼성의 가치와 문화를 생산, 유포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 시티'는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민주공화국이라기보다 독재왕국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연초 이건희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가. 10년 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 구멍가게 같았다. 까딱 잘못하면 (10년 후에) 삼성도 그렇게 (구멍가게처럼) 된다." 물론 임직원을 독려하는 말이었다. '까딱 잘못하면'이라는 전제에는 미래 예측과 기술 개발의 실패, 세계 제일이라는 교만과 방심 등 많은 함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꼭 한 가지 보태고 싶은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공익성이다. 지금 삼성은 분기점에 서 있는 듯하다. 이윤 추구를 강화해 더욱 더 '삼성다운' 기업으로 가느냐, 아니면 공익성을 확대해 '국민 기업'에 다가서느냐 하는 것이다. 까딱 잘못해서 공익성을 등한시한다면 삼성은 정녕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지병으로 별세
  2. 2“LG사이언스홀 폐관땐 제품 불매 운동하겠다”
  3. 3유재수 감싸던 오거돈·市 인사라인 결국 고발당해
  4. 4국토종합계획에 ‘김해신공항’ 일방 명시
  5. 5말 바꾸는 송병기, 청와대와 진실공방
  6. 6‘유재수 파문’ 부산 여권 권력지도 바뀐다
  7. 7어린이집 ‘흙식판’, 구·군 지원 받아도 하루 밥값 2000원
  8. 8UFC 부산 빅 이벤트 ‘정찬성 대 오르테가’ 무산
  9. 9지방선거 부산 야당 후보 사정, ‘엘시티 게이트’가 막았다?
  10. 10부산 경제부시장에 여당인사? 내부 승진?
  1. 1문재인 대통령, ‘판사출신 5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내정
  2. 2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나경원 불신임 사흘 만, 후보만 4명
  3. 3[2보] 추미애 “사법개혁·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최선 다해 국민 요구에 부응”
  4. 4[1보] ‘법무부장관 내정’ 추미애 “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최선 다해 국민 요구에 부응”
  5. 5‘추다르크’ 기용 더 세진 검찰 개혁 승부수
  6. 6‘유재수 파문’ 부산 여권 권력지도 바뀐다
  7. 7지방선거 부산 야당 후보 사정, ‘엘시티 게이트’가 막았다?
  8. 8[뭐라노]52일 만에 '추미애' 카드 꺼내든 靑
  9. 9유재수 감싸던 오거돈·市 인사라인 결국 고발당해
  10. 10“포털의 횡포, 기자100명 지역신문보다 5명 인터넷매체 우대”
  1. 1전 세계 북극산업 협력, 부산서 머리 맞대
  2. 2동부산 이케아 내년 2월13일 오픈 확정
  3. 3어업용 면세유 부정수급 빅데이터로 뿌리 뽑는다
  4. 4한진중공업 건설 실적 개선…3분기 누적 영업익 260억
  5. 5 이마트 연말 먹거리 풍성한 할인 행사
  6. 6실적 부진 롯데쇼핑 끊임없는 이커머스 인수설
  7. 7부산 기업의 나전칠기 볼펜, 한·아세안회의 누볐다
  8. 8美中 고래싸움에 부산 제조업 반사이익
  9. 9“DLF 손실 최대 80% 배상” 금감원 결정 역대최고 수준
  10. 10금융·증시 동향
  1. 1해군 부사관 부대내에서 음주운전 하다 바다에 추락
  2. 2김희영 씨·혼외자식이 쏘아올린 작은 공… 노소영 ‘1조3800억’ 상당 주식 얻나
  3. 3집행유예 뜻… ‘강지환 집행유예 기간 3년 동안 문제 없으면 복역 면한다’
  4. 4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서 불…“촛불에서 옮겨 붙은 듯”
  5. 5성남시의원 ‘내연녀 폭행 협박 혐의’ 결국 탈당 사퇴
  6. 62020 수능 만점자 송영준 군 공부비법은?…”레벨업하는 느낌으로 모든 과목을 접근하는 것이 중요”
  7. 7거제 도로 달리던 택시서 불, 승객 1명 숨져
  8. 8부산 남구 주민과 함께하는 ‘캐니언파크’ 무료관람
  9. 9[오늘날씨] 서울 낮에도 영하 2도 “체감온도 더 낮을 것”
  10. 10남구 대연6동 청년회, 집수리 봉사활동 앞장서
  1. 1베트남 태국 축국 중계 채널 및 현재 스코어는?
  2. 2베트남 태국 축구 후반 2대2 무승부 경기 종료 조1위 4강 진출
  3. 3‘베트남-태국’ 진검승부... 박항서 감독, 자존심 걸린 축구 경기
  4. 4[EPL] ‘손흥민 침묵’ 토트넘, 맨유에 1대 2 … 무리뉴 체제 첫 패배
  5. 5오르테가 정찬성 맞대결 무산 “부상 출전 불가”
  6. 6무리뉴, 맨유전 앞둔 심경고백...“지금은 토트넘 감독이고, 이젠 맨유를 상대하는 입장”
  7. 7토트넘 전 ‘하드캐리’한 맨유 래시포드... 드러난 토트넘 수비진 약점
  8. 8오르테가 정찬성과 맞대결 “페더급 타이틀 도전권 노린다”
  9. 9UFC 부산 빅 이벤트 ‘정찬성 대 오르테가’ 무산
  10. 10친정에 복수 꿈꾸던 모리뉴, 래시퍼드에 당했다
국제신문-KLJC 공동 인터뷰
강필구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 "진정한 지방자치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돼야"
국제신문-KLJC 공동 인터뷰
신원철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도의회 인사권독립과 전문인력 도입 절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부산의 원도심, ‘문화도시’와 어울리지 않는가
감동스러운 도시건축을 만나고 싶다
기고 [전체보기]
해양 쓰레기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 /정연송
부산은 한·아세안 문화교류 플랫폼 /우경하
기자수첩 [전체보기]
외국인에 농락당한 부산 안전 /김영록
부산영상위 수장 첫 공모, 영상산업 이끌 적격자 뽑아야 /민경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소프트 에듀케이션’ 대안 교육은 꿈일까
‘솔로몬 심판’과 오늘 우리의 송사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사랑방 음악, 더 풍성해지길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피리와 하프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文 정부, 욕하면서 닮아버렸나 /김태경
한국 출판의 새 성장동력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로켓맨
해성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中 ‘문학 한류’ 이끄는 정지용의 울림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짬뽕은 역시 빨간 짬뽕
특별한 갈치구이 한 토막
사설 [전체보기]
선거개입 의혹 더욱 커진 ‘김기현 첩보’ 제보 과정
국제관광도시 지정 초읽기…지역 역량 쏟아부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정의를 갉아먹는 ‘합법적 불공정’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위대한 예술가, 젠틸레스키
인생 2막에 이룬 성공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생충
정신 줄 놓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황교안 단식이 남긴 것
‘니가 가라, 험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겨울나무
가을! 그 오랜 기억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역사 속의 와인 스타일
와인 패러독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조선 시대 만다라 문양 민화
호생관 최북의 ‘지두해도(指頭蟹圖)’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충효예글짓기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