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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역사의 강을 함께 건너자 /하태영

태극기에 내재된 잣대로 청문회 나설 인사들 검증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17 20:38:1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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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성패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나라, 눈치만 보는 기회주의자들이 기생하며 잘사는 나라, 침착과 인내를 갖춘 젊은 정치인들이 성장할 수 없는 나라, 여야 합의로 결정된 국가의 중요정책을 정권이 바뀌자 확 바꾸려는 나라, 2010년 8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지난 100년을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은 '식민지 정신의 괴물'에게 시달렸다. 이 괴물은 날뛰고 신음하고, 헐뜯고 보복하고, 죽이며 미래를 말해 왔다. 모든 것이 꽉 막혀 있는 이 갑갑한 대한민국의 8월에 불어오는 역사의 태풍을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이제 식민지 정신을 마감하자.

광복 65주년을 맞아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 성찰해 본다. 유관순 누나의 태극기, 광복의 태극기, 김구 선생의 태극기에서부터 이한열 열사의 태극기, 월드컵의 태극기, 한 줌의 재로 변한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을 감싸 안았던 태극기, 김대중 대통령의 유해를 둘러쌌던 태극기, 그리고 복원된 광화문 앞에서 당당히 휘날렸던 태극기의 의미를 찾아보자.

태극기는 하얀 바탕에 원을 중심으로 3, 4, 5, 6으로 연결되어 있다. 건(乾)·이(離)·감(坎)·곤(坤)이다. 건은 지혜를, 이는 용기를, 감은 사람을, 곤은 가치를, 그리고 원은 평화를 상징한다. 지혜는 하늘에 있고(乾), 가치는 땅에 있으며(坤), 그 땅을 딛고 고난에 찬 사람이 서 있고(坎), 태양처럼 열기가 강렬하고 숨김이 없는 것이 용기(離)이며, 공존과 통합이 원(圓)이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식민지 잔재에 시달린 우리와 연결해 본다.

첫째, 세 가지의 지혜가 필요하다. 충동과 유혹(色)을 멀리하는 지혜, 일과 활동의 경계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활동의 지혜), 인생 전반을 설계하고 돈의 씀씀이를 조절하는 지혜(경제의 지혜)다. 이것은 개인과 사회와 국가경영에도 적용된다. 강요와 자유의 경계에서 날마다 시달리는 업무스트레스, 재정파탄과 개인부채는 모두 지혜의 결핍에서 나온다. 강용석 의원이나 조현오 신임경찰청장 내정자의 충동적인 발언도 모두 결핍된 지혜 때문이다. 색에 대한 지혜가 무너지면, 활동도 무너지고, 경제도 다 무너진다. 풍(風)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인(忍)이 필요하다. 인간사의 행동규범 중에 인내가 으뜸이다. 공직자는 날마다 쳐다보는 태극기에서 그 정신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 네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선, 악, 강, 약이다. 옳은 것을 실천하는 용기, 잘못을 과감히 제거하는 용기, 강자와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용기, 소외된 약자를 도와주는 용기다. 해방과 민주화, 분단극복과 통일정책도 바로 이러한 용기에서 나온다. 늦은 감은 있지만 8·15 경축사에서 언급된 '통일세'는 이명박 대통령의 새로운 모험이자 용기다. 오히려 집권 초기부터 '햇볕정책이 안고 있던 절차적 문제점을 걷어내면서 그 정신을 계승할 것이며 북한에 자유와 인권과 평화를 재임 기간에 1%라도 더 넓힐 것'이라고 주장하고 실천했다면 더 많은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셋째, 다섯 가지의 인물상을 가져야 한다. 착하고, 따뜻하고, 희망을 말하고, 배려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변함없는 조용한 사법혁명가 조무제 전 대법관, 순백의 사랑을 실천한 패션디자이너 고 앙드레김 같은 분들을 들 수 있다. 직원과 종업원을 노예로 생각하는 사람, 과거에 젖어 미래를 보지 못하는 사람, 이간질과 비난과 편법으로 지위를 차지하고 인맥과 능력을 과시하려는 자들은 모두가 식민지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급한 한국인상이다.

넷째, 여섯 가지의 가치다. 타인 존중, 자유, 책임, 규범, 환경, 박애의 사상이다. 우파와 좌파 그리고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공통되는 것들이다. 이 여섯 가지 가치를 확산시켜야 대한민국은 선진문명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세 가지 지혜와, 네 가지 용기와 다섯 가지의 인물상에 부합되는지, 여섯 가지의 근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통합과 평화통일의 철학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식민지 정신에 젖어 있는 인물은 비록 나이가 젊어도 안 된다. 광복 65년 그리고 분단 65년, 오늘의 역사를 교훈으로 다 함께 역사의 강을 건너자.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법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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