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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의 꿈'은 무엇인가 /고기화

안정 추구하다 제자리만 맴돌아

백화점식 비전보다 집중적 열정 쏟을 무엇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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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의 허남식 부산시장은 이제 자유롭다. 더는 시장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만큼 지역 정치권의 환심을 살 필요도 없고, 중앙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시장에 재임한 지난 6년(한 번은 보선)과는 달리 앞으로의 4년은 소신대로 부산과 부산시민을 위한 행정을 맘껏 펼칠 기회를 얻었다.

허 시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어느 때보다 힘든 선거를 치렀다. 이는 시정의 변화에 목말라하는 부산시민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기에 선거 후 허 시장은 확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민선 5기 시장에 취임한 지 한 달을 훌쩍 넘어 50일 다 되어가도록 큰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만의 색깔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음이다. '천생 행정관료'라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유의 온화함과 겸손으로 무장된 친화력은 허 시장의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6년간 별 대과 없이 시정을 열심히 수행해왔다. 그럼에도, 실속이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것저것 일은 많이 벌여놓았지만,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비판이다. 안전한 길만을 가려 하니 일이 더디고 늦다. '따뜻한 미소 속에 감춰진 카리스마'는 구경조차 어렵다. 모험을 피하고, 상상력이 부족하니 창조적 리더십이 발휘될 수 없다. 경쟁도시들은 앞다퉈 나아가고 있는데 부산은 제자리를 맴도는 근원적 요인이랄 수 있다.

한때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굉장한 도시'였던 부산의 위상은 지난 40여 년간 계속 쪼그라들어 왔다. 이대로 가다간 일류도시는커녕 이류도시, 삼류도시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인천에 밀리고, 세종시에 치이는 형국이다. 자칫 대구, 광주에도 뒤처질 수도 있다. '꿈을 잃은 도시'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시민도 많다. 옛 부산의 번영과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꿈마저 없다면 '죽은 도시'나 다름없다.

허 시장은 민선 5기 시정목표를 '크고 강한 부산'으로 설정했다. 선뜻 와 닿지는 않지만, 경쟁력이 강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를 위해 10대 비전을 제시하고, 100대 공약도 내걸었다. 그러나 슬로건만으론 절대 강해지지 않는다.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추진력이 겸비돼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부산신항 건설, 강서지역 국제산업물류도시, 동부산관광단지, 문현금융단지, 혁신도시 등 부산경제 중흥을 위한 10대 비전사업을 쭉 나열했지만, 속 시원하게 진척되는 걸 찾기 어렵다.

온갖 판을 다 벌여놓고 그중 몇 개를 건지면 된다는 사고는 위험하다. 상위와 하위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가령 10개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10개 과제에 1개씩 힘을 분산한다면 성과가 나겠는가. 앞으로 부산이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써야 한다.
입지를 놓고 부산·경남 간 갈등을 빚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가덕도 신공항을 '부산 바다 진화'의 결정판이라고 아무리 강조한들 해결될 일은 아니다. 구체적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강서 1000만 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기업들을 부산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면 입지 논란은 자연스레 잠재울 수 있다는 주변의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다다. 부산의 미래는 해양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는 부산의 꿈이자, 생명줄이다. 조선 해운 항만 수산 등 기존 산업 외에도 물류, 해양관광·레저, 해양환경, 해양 바이오, 해양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을 무궁무진하게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양도시로 특화하려면 부산 앞바다라도 판다는 상상력의 발휘가 요구되는 것이다.

'부산 대개조'를 위해선 리더가 먼저 변해야 한다. 허 시장 스스로 뜨거운 열정을 지녀야 한다. 평범함과의 과감한 이별을 고하고,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한다. 강한 리더십도 필요하다. 무사안일, 보신주의에 빠진 공무원들은 과감히 퇴출해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부산이 발전한다.

허 시장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부산의 꿈은 무엇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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