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강제병합' 100년과 지식인 공동선언 /이만열

한일 병합조약 원천무효화, 일본 정부의 용기·결단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04 20:32:49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는 29일은 100년 전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강제 병합된 날이다. 강제병합 100년을 의식하면서 몇 년 전부터 한일 양국에서는 불행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화해협력의 미래지향적인 앞날을 맞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 걸핏 하면 한국에 대한 망언으로 빈축을 샀던 일본 각료들도 최근 바뀐 민주당 정권 때문인지,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흔적들을 내비치고 있다. 그 예로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이나 오카다 가쓰야 외상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그 내용이 어떤 수준이 될지는 모르지만 총리 명의로 '한국에 사죄한다는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들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자세와 함께 최근 양국의 지식인들이 양국의 문제를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서울과 도쿄에서는 양국의 지식인들이 같은 날 '한국 병합 100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7월 28일에는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한일 지식인들이 '한일강제병합 원천무효 인정'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이 공동성명의 설명회를 가졌다. 서명작업을 주도했던 와다 하루키 도쿄대 교수는 성명 발표 당시 200여 명 정도였던 서명자가 1118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히면서 일본 정부에 "성명서 전달과 함께 8월 29일에 성명 내용을 반영한 총리 담화를 발표해주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에 주목하는 것은 발표 시기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지금까지 논의된 어떤 것과도 달리 학자적 양심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4500여 자로 된 공동성명은 양국의 역사학자들이 '한국 병합'을 두고 "일본 정부의 장기적인 침략 정책, 일본군의 거듭된 점령 행위, 명성황후 시해와 국왕과 정부요인에 대한 협박,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항거를 짓누르면서 실현한 결과"임을 밝혔다고 주장하고, 1875년 강화도 사건에서부터 1910년 8월 29일의 '한국 병합'에 이른 과정을 설명했다. 공동성명은 또 한국 병합이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한, 문자 그대로 제국주의 행위이며, 불의부정한 행위였다"는 것과 "조약의 전문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다. 조약 체결의 절차와 형식에도 중대한 결점과 결함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 병합'에 이른 과정이 불의부당하듯이 병합 조약도 불의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공동성명은 일본 극우세력에게 미칠 파장을 고려하여 '불의부당하다'는 윤리적 표현을 썼지만 내심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불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동성명의 핵심은 병합조약의 처리문제에 있다. 이 문제와 관련 1965년 6월 22일에 조인된 한일기본조약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already null and void)임을 확인한다'고 했다. 그러나 양국은 'already null and void'의 효력 발생시점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다. 일본정부는 1948년 대한민국 성립으로 무효가 되었다고 해석했고, 한국정부는 당초부터 불법 무효였다고 해석했다. 이런 해석 차이에 대해 공동성명은 "양국의 해석문제를 두고 병합의 역사에 관하여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과 왜곡 없는 인식에 입각하여 뒤돌아보면 이미 일본 측의 해석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병합조약 등은 원래 불의부당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당초부터 null and void였다고 하는 한국 측의 해석이 공통된 견해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고 결론짓고 "이런 공통의 역사인식 위에서 한일 역사문제를 공동의 노력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성명은 또 1990년대 이후의 무라야마 총리 담화 등이 한국 측 해석을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열었다고 보고 있다.

양국 지식인들이 제기한 '병합조약' 처리문제는 한일관계 해결의 핵심이자 총체적 성격을 띄고 있다. '병합조약'의 원천무효화를 선언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한다. 일본 국민의 용기 있는 결단은 감동을 불러일으켜 한일 간의 역사적 과제들을 큰 틀에서 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고 나아가 동북아의 새 질서 창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일본은 이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5. 5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6. 6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7. 7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8. 8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9. 9“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0. 10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1. 1[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2. 2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3. 3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4. 4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5. 5[속보]국힘 주진우에 민주당 "인간 도리 저버린 막말" 사퇴촉구
  6. 6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7. 7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8. 8이 대통령 "노동자에 중금속 배출주사 투약 엄중대처"
  9. 9정동영 “한미동맹 이상 없다…北에 저자세 아니라 정자세”
  10. 10北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900㎞ 이상 비행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5. 5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한 달 새 66명 늘어
  6. 6[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7. 7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8. 8“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9. 9"국세청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증가율, 서울 4%·지방 51%"
  10. 10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4. 4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5. 5“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6. 6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9. 9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2일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5. 5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8. 8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9. 9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10. 10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SNS
배우 한선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아크로호 귀항, 북극항로 상업화 본격 추진할 때다
국감 법사위 희화화, 국민은 실소 넘어 자괴감 든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