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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절실하다 /주유신

현대 미디어 환경, 상업적 유혹 등 판쳐

미래의 주역들에게 균형감 심어줘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07 20:30:11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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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라는 것이 있다. 동굴 속에 죄수들이 살고 있고 그들은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바깥 세상에 존재하는 실제의 사물들은 알지 못한 채 그 사물들의 반영물에 지나지 않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세상을 인식하는 셈이다.

원래 이 우화는 관념론자인 플라톤이 이데아계와 현상계를 구분하면서,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진정한 이데아 세계의 모방에 지나지 않음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우화를 온갖 미디어에 포위된 채로 대부분의 정보와 지식 그리고 감각과 경험을 미디어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 현실에 적용해본다면 중요한 의미의 전환이 발생한다.

아마도 플라톤이 그 죄수들을 밖으로 끌어내서 실재의 세계를 보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의 우리에게는 만연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능동적인 수용자가 될 수 있고 과연 어떤 종류의 쾌락을 추구해야 하느냐는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켈너에 따르자면, 미디어 문화는 우리의 일상 생활을 구조화하고 여가시간을 지배하며 정치적 관점과 사회적 행동을 구성하고 정체성 형성의 재료를 제공한다. 이 중에서도 미디어 문화가 갖는 정치적 성격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바로 우리의 정체성 형성이다. 미디어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이미지와 그 안에 내포된 시각들은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와 '타자들'에 대한 감각을 구축하고 '우리'와 '타자들' 간의 경계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시각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미디어 스크린은 우리로 하여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목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우리가 보고 있는 사건들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분리시킨다. 이는 한편으로는 인간의 인식과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과 자유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책임한 관음증과 도덕적인 불감증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여기에서 바로 미디어가 제공하는 이미지와 콘텐츠들을 이해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의 중요성이 등장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통해서 향상될 수 있으며, 그 정도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미디어가 우리를 어떻게 정신적, 정서적으로 조작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더 깊이 있게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유명한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언은 '교육은 미디어의 부산물에 저항하여 시민을 지키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는 바로 미디어 교육의 목표가 미디어의 작용과 역할을 탈신비화, 탈신화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는 것, 즉 미디어의 상업적인 유혹과 정치적인 감언이설로부터 수용자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주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이제 다양한 개인이나 문화들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한편으로는 개인들을 미디어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해석자로 만드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디어 문화를 수용한다는 것이 의사소통이나 공적인 의사결정에 더 폭넓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한 사회의 문화는 모든 사회적 담론들과 세력들이 끊임없이 서로 경쟁하는 장이다. 그렇다면 주로 상식적인 차원에서 현재의 체제에 부합하는 보수적인 관점을 암암리에 전파하는 지배 문화와는 달리 때로는 관습에 도전하거나 진보적인 이념들을 주장할 수도 있고 때로는 급진적인 사회비판을 수행할 수도 있는 대안 문화에 우리는 마지막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다. 수구 언론의 '정권 편들기'가 더없이 노골화되고 보수 단체들의 광기 어린 '마녀 사냥'이 횡행하는 반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현실 속에서 특히 청소년을 비롯한 미래의 주역들에게 균형감 있는 비판 정신과 책임감을 수반한 자유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교육, 지금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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